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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비알리스트 원문보기 글쓴이: joker
위 치 |
시설명 |
현 황 |
Yazd |
사그핸드(Saghand) 우라늄광산 |
건설 중 |
아다칸(Ardakan) 우라늄제련 공장 |
건설 중 | |
겍친(Gchine) 우라늄광산 |
가동 중 | |
TNRC(Tehran Nuclear Research Center) |
테헤란연구용원자로(TRR) |
운전 중 |
Mo, I, Xe(MIX) 동위원소생산시설 |
건설완료 | |
Jabr Ibn Hayan(JHL) 다목적실험실* |
운전 중 | |
폐기물취급시설* |
운전 중 | |
Tehran |
Kalaye 전기공사* |
원심분리 부품생산 |
Busher |
부쉐르 원자력발전소(BNPP) |
건설 중 |
ENTC (Esfahan Nuclear Technical Center) |
소형중성자원자로(MNSR) |
운전 중 |
경수미임계로(LWSCR) |
운전 중 | |
영출력 중수로(HWZPR) |
운전 중 | |
핵연료제조실험실(FFL) |
운전 중 | |
우라늄화학실험실(UCL) |
폐쇄 | |
우라늄변환시설(UCF) |
운전 중 | |
흑연미임계로(GSCR) |
해체 | |
핵연료제조공장(FMP)* |
건설 중 | |
지르코늄생산공장(ZPP)* |
건설 중 | |
Natanz |
파일럿핵연료농축공장(PFEP)* |
운전 중 |
핵연료농축공장(FEP)* |
건설 중 | |
Karaj |
방사성폐기물저장시설* |
부분 운전 중 |
Lashkar Ab'ad |
파일럿우라늄레이저농축공장* |
해체 |
Arak |
이란 연구용원자로(IR-40)* |
건설 중 |
방사성동위원소생산용 핫셀시설* |
건설중단 신고 | |
중수생산공장(HWPP)* |
건설 중 | |
Anarak |
폐기물 저장 부지* |
JHL로 이전될 폐기물 |
* 이란은 이들 민감 시설들을 2003년 2월 이후에 IAEA에 신고함. |
3. 이란의 핵의혹
IAEA는 이란이 20년 이상 우라늄변환, 농축, 플루토늄 분리 등 민감한 핵활동을 은폐하고 안전조치협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는데,4) 아직도 다양한 의혹이 남아 있다. 첫째, 농축활동에 대한 의혹이 강하게 남아 있다. 원심분리기에서 농축도가 36%의 우라늄입자가 발견되는 등 저농축 실험만을 수행했다는 이란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려운 증거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신고 없이 진행된 우라늄변환 실험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셋째, 원심분리기와 관련한 의혹도 있다.
기존의 P-1 원심분리기에 더하여 P-2를 대량 확보하려 한 증거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IAEA는 2002년 이전에 P-2 부품들을 농축실험에 사용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이 2003년 중반 외국기업으로부터 P-2용 마그넷 900대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
넷째, 해외 공급자들이 이란에게 제공한 1987년 구매제의서도 의혹을 담고 있다. 이 문서들은 P-1 도면, 농축공장 도면, 2,000개의 원심분리기로 구성된 농축공장 도면 등과 함께 금속우라늄을 半球반구 형태로 주조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반구 형태의 금속우라늄 제조는 핵무기 부품제조에 이용되는 것이기에 IAEA는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섯째, 플루토늄 실험과 관련한 의문도 있다. 이란은 테헤란의 연구용 원자로로 밀리그램 미만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밝혔으나, IAEA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여섯째, 중수로 프로그램도 의혹의 대상이다. 이란은 Arak의 중수로 IR-40이 동위원소 생산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IAEA는 군사적 목적을 가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일곱째, 폴로늄(Po210)과 관련한 의혹도 있다. 이란은 중성자원을 연구하면서 폴로늄 추출을 시도했다고 밝혔지만, IAEA는 폴로늄이 베릴륨과 함께 사용될 경우 핵무기용 중성자 발생원(initiator)이 된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4. 이란의 핵무기 능력
핵물질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이다. 현재 Natanz의 파일럿 농축공장과 건설 중인 상용 농축공장은 저농축우라늄은 물론 90% 이상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HEU)의 생산도 가능하다. 이란은 다수의 원심분리기 부품 및 조립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1-2년 이내에 1,000개 그리고 5년 이내에 3,000개의 원심분리기를 파일럿 농축시설에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이 2007년 말까지 1,500개의 P-1 원심분리기를 갖춘 파일럿 농축시설을 가동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28kg의 무기급 HEU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5) 이는 1-2개의 핵폭탄을 만들 분량이 된다.6) 그렇게 되면 2009년이면 적어도 1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HEU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상용 농축공장이 완공되면 이란의 HEU 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이란은 2006년 후반부터 상용 농축공장에 3,000개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매달 70-100개의 원심분리기를 조립할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추정대로라면 이 공장은 2009년에 완공될 수 있다. 2010년부터 이 공장이 무기용 HEU 생산에 전용된다면 2-6개월마다 핵무기 한 개 분량의 HEU를 생산할 수 있다.
이란은 이미 사용후핵연료로부터 플루토늄(Pu239)을 추출하는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이란이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서는 Bushehr 원전 또는 연구용 원자로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야 한다. 2006년 12월 가동 예정인 Bushehr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는 러시아가 회수하기로 되어 있어 군사적 전용이 어렵다. 설령 무단 인출한다고 하더라도 무기용 Pu239를 얻는 데에는 문제가 많다. 고순도 Pu239를 얻기 위해서는 短期低出力단기저출력 방식의 원전 운영이 필요한데 경수로를 이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군사적 목적이 명백하게 드러나게 된다.7)
이에 비해 Arak의 연구용 중수로 IR-40은 단기저출력 방식의 운영에 적합하며 사용후핵연료를 이란이 처분할 수 있기 때문에 고순도 Pu239를 얻는데 편리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IR-40의 이용률이 60%일 경우 무기급 플루토늄을 연간 9kg 그리고 90%일 경우 12.5kg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8) 이는 핵무기 2-3개 분량에 해당한다.
종합컨대, 이란은 기술적으로는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을 구성할 핵물질을 확보할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이 NPT를 탈퇴하고 정면돌파 방식으로 핵무기 제조에 돌입한다면 이 능력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핵물질을 생산하게 될 것이며, NPT 회원국 자격을 유지하면서 비밀리에 핵무기 제조를 꾀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핵물질 생산 속도는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이란은 2009년에는 핵폭탄 1개를 제조할 분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9) 그 이후의 핵물질 생산량은 이란이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정면돌파 방식을 택할 경우 2010년 이후부터 매년 수개의 우라늄탄을 구성할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란이 대형 재처리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의 대량확보는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의혹은 당분간 우라늄탄 제조 여부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이 핵무기 보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핵활동과 함께 핵무기 설계, 고폭, 기폭장치 분야에도 노력을 기울여왔을 것이기 때문에, 이란의 핵물질 확보는 곧바로 핵무기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5. 시나리오별 가능성 분석 및 파장
이란 핵문제는 많은 국제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북핵 문제와 더불어 이란 핵문제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위협하는 ‘쌍둥이 위협(twin threats)’이자 비확산 체제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시험대이며, 중동평화의 분수령이다.
향후 이란 핵문제는 협상을 통해 이란이 반대급부를 받고 핵무기 잠재력이 될 수 있는 농축과 재처리를 포기한 채 원전 운용에 만족하는 경우, 협상이 생산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란이 경제·외교적 제재를 무릅쓰고 평화적 핵이용권을 고수하여 끝내 핵무기 보유를 강행하는 경우, 미국 또는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경우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바람직한 것이나 아직은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며, 세 번째 시나리오 역시 현실성 부족으로 개연성이 높지 않다. 어쨌든 첫 번째 시나리오를 제외하면 모두가 ‘최악의 경우’일 수밖에 없다.
가. 협상을 통한 해결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이나 현재로서 전망은 불투명하다. 2004년 말 시작된 협상에서 EU는 경수로(LWR) 제공, 핵연료 공급, 이란-EU 무역 및 경제협력 확대, 이란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지원 등을 제시하면서 이란의 핵활동 포기를 종용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했다. 향후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타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은 산재해 있다.
첫째, 이란이 이미 오랫동안 군사적 야심을 품고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왔다면 핵야망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산유국이자 굴지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이란이 원자력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의아스럽기도 하거니와, 2002년 반정부단체가 폭로할 때까지 20년 동안 핵활동을 은폐했다는 점에서 군사적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는데 이설이 없다.
둘째, 국제법적으로 어떤 나라든 농축이나 재처리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이란이 ‘평화적 핵이용’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 이란에게 농축 및 재처리의 포기를 요구하는 데에는 구속력의 한계가 있다.
셋째, 이란은 자신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외교적 제재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란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일본, 중국 등이 경제제재에 찬성하기 어렵다. 하루 250만 배럴의 석유수출이 중단되는 경우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에게도 타격이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넷째, 이란은 자국에 대한 군사제재가 비현실적인 것으로 믿고 있을 것이다. 사실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작전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에 군사행동을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이스라엘에 의한 군사공격도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Osiraq) 원전을 공격했을 때에 비해 많은 애로점이 있다는 점을 이란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란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모든 이란인들을 단합시키게 될 무력행동을 결정할 수 없을 것으로 믿고 있을 것이다.
다섯째, 이란의 강경파 지도자들이 부추기는 반미 및 반서방 정서도 협상의 장애물이며, 여섯째,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을 두둔하고 있는 것도 향후 협상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중·러는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여 미국을 궁색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원전을 제공하고 있는 이해당사국으로 8억 달러가 투자된 Bushehr 원전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업적 이익이다.
일곱째, 2006년 3월 2일 미국과 인도가 서명한 핵합의도 이란 핵문제의 해결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합의는 인도가 2014년까지 자신의 핵시설들을 ‘평화용’과 ‘군사용’으로 분류하고 평화용 시설에 대해 IAEA 사찰을 수용하는 대가로 미국이 정상적인 민간 핵협력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인도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파격적인 내용이며, 인도를 지렛대로 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반영한다.10) 하지만 미국이 인도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핵보유를 포기하고 NPT에 가입한 비핵국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며, 그 연장선에서 이란이 불평등성을 시비하고 나설 수 있다.
여덟째, 이스라엘과 과격 이슬람 단체인 헤즈볼라(Hezbola) 간의 충돌로 빚어진 최근 중동사태도 미-이란의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2006년 7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이후 이를 이스라엘의 정당한 자위권의 발동으로 보고 유엔 안보리의 대이스라엘 제재를 반대하는 미국과 헤즈볼라의 후원세력으로 활동해온 이란 간의 대결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이렇듯 악재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이란 핵문제가 협상을 통해 타결될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이다. 물론, 리비아의 경우처럼 이란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핵활동을 지속하다가 어느 순간 대화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이란이 리비아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의 강력한 국내외 입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희망사항에 머물고 있다.
나. 이란의 핵보유 강행
협상을 통한 타결 전망이 불투명하고 이란에 대한 군사제재가 여의치 않은 현재 일단 가정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북한식 muddling through라 할 수 있다. 즉, 비생산적인 논쟁이 오가는 중에 시간이 흐르면서 이란이 서서히 핵보유국으로 변신해가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란이 끝내 핵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경우 국제 핵비확산 체제가 위기를 맞게 되어 NPT, 핵공급국그룹(NSG) 등으로 대변되는 비확산 레짐의 실효성은 국제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반확산 정책도 국내외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6천 6백만 명의 인구에 1백 6십만 km2의 국토를 가진 중동 최대의 이슬람국이 공개적인 핵보유국이 되는 경우 중동의 安保地圖안보지도는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스라엘은 ‘불확실 전략'을 포기하고 핵보유 선언 또는 핵실험을 통한 공개 핵보유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은 이스라엘-이집트 간의 전략균형을 붕괴시켜 이집트의 핵무장을 촉발할 수 있다. 이란의 핵무기로부터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등도 핵보유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핵을 보유하면 외부세력의 보복을 억제할 수단을 확보한 것으로 믿고 더욱 자유롭게 테러세력을 지원할지도 모른다. 이란은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지하드(PIJ), 하마스(Hamas) 등의 테러세력을 지원해왔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이라크 내에서 상당한 정보망을 구축했기 때문에 현재에도 이란은 미국의 이라크 재건을 훼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시아파가 주도권을 잡는 것은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이 원하는 것이어서 지금까지 이란의 역할은 수니파를 제거하는 미국의 역할과 상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은 시아파 그룹들에게 반미정서를 불어넣거나 수니파와의 분쟁을 야기하는 방법으로 미국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세계경제에 미칠 파급력도 만만치 않다. 이란은 하루 4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여 25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는데 대이란 제재로 이란 스스로 석유수출을 중단하거나 수출을 금지당한다면 석유가 급등은 당연하며, 이란이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경우 파장은 더욱 클 것이다.
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
일단 개연성이 높지 않은 시나리오이다. 통상 선제공격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무력수단의 보유 여부, 성공적인 목표물 파괴의 가능성, 이란으로부터의 반격 가능성, 침략국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 방사능 오염의 확산 가능성, 이란에 의한 신속한 복구 가능성 등을 두루 따져야 한다. 때문에 충분한 무력수단을 가지고 있는 미국으로서도 선제공격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어려움은 배가된다. 이란의 핵시설들은 이스라엘로부터 1,600km나 떨어져 있고, 공군기로 공격하기 위해서는 공중급유를 받으면서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의 영토를 무단으로 통과해야 한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보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거의 확실하다.
이러한 애로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한다면, 우선적 목표는 Busher 원전, Natanz의 농축시설, Arak의 건설 중인 중수공장과 연구용 중수로가 될 것이다. 군사공격은 일시적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들을 중단시킬 수 있지만, 후일 더 큰 후유증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의 경우에도 1981년 Osiraq 공격으로 핵개발이 지연되었지만, 이라크로 하여금 더욱 방대한 핵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11) 이란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란의 반격이 수반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시라크의 경우 이란-이라크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이라크가 반격하지 못했지만, 이란의 경우 군사대응은 거의 확실하다. 이스라엘 공군기가 요르단, 사우디, 이라크 등의 영공을 가로지르는 동안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란 영공에 들어서는 순간 이란의 방공망이 작동할 것이다.12)
이란이 보유한 사정거리 1,300km의 Shahab-3 미사일을 이용하여 이스라엘에 보복공격을 가할 가능성도 높으며, 현재 개발 중인 Shahab-4 미사일이 배치되면 보복력은 더욱 증강될 것이다. 미국이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이용하여 이란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쉬운 일이나 여전히 효과는 미지수이며, 그럼에도 대규모 지상군이 이란에 진주하여 전역을 장악ㆍ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은 이슬람 세계를 반미 또는 반이스라엘 정서로 단결시킬 것이며, 이란 역시 내부적 단결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수니파와 시아파는 이슬람의 이름하에 단결할 것이며, 러시아, 중국 등이 아랍 편을 들면서 미국의 중동정책은 근간부터 흔들리게 될 것이다.
6. 결언
EU가 이란을 설득하는데 한계를 노출한 현 상황에서 미국은 두 단계의 기로를 통과해야 한다. 첫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란이 군사적 목적을 가진 것이 분명하므로 어떤 경우에도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인지 또는 IAEA 사찰과 투명성을 조건으로 이들 시설들을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둘째,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군사공격 가능성을 배재하더라도 힘을 바탕으로 하는 하드웨어적 압박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신뢰구축과 상호이해를 중시하는 소프트웨어적 타협을 택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듯 미 의회에서 증언하는 전문가들 역시 강경론자와 유화론자로 대별되고 있다. 이들은 이란의 농축 및 재처리 활동을 막아야 한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방법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브루킹스연구소의 Kenneth M. Pollack은 “미국, 유럽, 일본 간의 3자 공조를 통해 강력한 제재를 제시함으로써 원전 운용 이외 이란의 모든 핵활동을 봉쇄해야 하고 최후의 선택(last option)으로 선제공격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3) 이에 비해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George Perkovich는 “이란은 통제와 봉쇄만으로 다스리기에는 이미 너무 큰 나라”라는 전제 하에 “미국, 유럽, 러시아 간의 3자 협력을 통해 이란의 안보를 존중하고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4) 미국이 강압책을 사용할수록 이란은 더욱 웅크리면서 핵보유 야망을 불태우게 된다는 지적이다.
모든 것을 감안할 때, 미국이 이란을 ‘통제와 거부’만으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상당기간 동안은 이란-EU 간의 협상재개를 촉구하면서 소프트웨어적 접근을 시도함이 타당하다. 강경 일변도의 정책은 이란의 핵개발을 막지 못하면서 이란 내부의 단결, 이슬람 세계의 반미정서 확산, 미ㆍ중 및 미ㆍ러 관계의 악화 등을 가져오는 비생산적 방법이 되기가 쉽다.
이란 핵문제는 한국에게 있어서도 결코 ‘彼岸피안의 불’이 아니다. 이란 핵문제가 협상을 통해 해결된다면 북핵 해결에도 소중한 선례가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버티기가 통한다는 선례가 되어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미국이 이란에 대해 군사행동을 취하는 경우 북한에게는 ‘핵억제력 강화’ 또는 ‘굴복’ 중 선택을 강요하는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평양정권의 체제 집착도를 감안할 때 북한이 쉽게 후자를 택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며, 이보다는 오히려 핵실험을 통해 핵억제력을 과시하고 미국의 공격 가능성을 불식하려 들 가능성이 더 높다.
이와 함께, 이란 핵문제가 무한정 표류할 경우 미국의 대북 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 이란 핵문제의 표류에 대한 미국의 좌절감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란 핵문제는 북핵 및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한국에게 있어서도 복잡한 국제정치적 함의들을 던져주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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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장 제7조는 유엔안보리에게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해 군사제재를 포함한 제재조치들을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음.
2) 이란은 1974년 독일과의 계약으로 Bushehr 1, 2호기 건설을 추진하였으나, 1979년 이란 혁명과 함께 중단되고, 1992년 러시아와 다시 체결한 협정에 의거하여 턴키 방식으로 1호기를 건설하고 있음. 1호기는 1,000MW급 가압경수로로 2006년 12월에 상업 운전에 들어갈 예정임. 2005년 2월 27일 러시아와 이란은 러시아가 핵연료를 공급하고 사용후핵연료를 반환받는 협정을 체결했음. 이란은 2002년 9월에 향후 20년 동안 6,000MW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을 발표한 바 있음.
3) TNRC의 테헤란연구로(TRR)는 열출력 5MW 경수로로 1967년 가동되었으며, 1980년대 이후 수행된 대부분의 핵물질 관련 실험들에 이용되었음.
4) 이란은 NPT 회원국으로서 1974년 5월 IAEA와 체결한 전면안전조치협정(INFCIRC/214)에 의거하여 사찰을 받아 왔지만, 비밀 핵활동을 전개하면서 핵물질의 재고량변동 보고, 핵시설 특징 제공, 핵물질 수입보고, 핵시설 설계정보 제공 등의 의무를 일탈했음.
5) David Albright and Corey Hinderstein, "Centrifuge Connection," Bulletin of Atomic Scientists, March/April 2004, pp. 61-66.
6) 내폭형(implosion-type) 우라늄탄 1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농축도 90% 우라늄(U235) 15-20kg이 필요함. 기술발달에 따라 핵무기 제조를 위한 핵물질 양은 감소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U235의 경우 95% 15kg, Pu의 경우 95% 5kg 정도로 알려져 있음.
7) 원자로 운전 중 핵연료의 U238은 중성자를 흡수하여 Pu239를 생성하는데, 운전시간이 길어지면 비분열성인 Pu240과 Pu242가 생성됨. 따라서 고순도 Pu239를 얻기 위해서는 연소도를 5,000MWd/MTU로 낮추고 조기에 사용후핵연료를 인출해야 함. 경수로에서 33,000MWd/MTU의 연소도로 타고난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비분열성인 Pu238, Pu240, Pu242 등이 25% 이상 섞여 있어 무기급 Pu가 되지 않음.
8) http://www.globalsecurity.org/wmd/world/iran/arak.htm
9) David Albright, "When could Iran get the bomb?,"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July/August 2006, pp. 26-33.
10) 미-인도 핵합의의 자세한 분석과 함의에 대해서는 김태우, “미-인도 핵합의 새로운 핵질서의 서막,” 한국국방연구원, 주간국방논단 제1110호 (2006. 8. 1) 참조.
11) 이라크 핵과학자인 Khidir Hamza는 2003년 2월 7일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후세인은 원래 400명 정도였던 핵프로그램 과학자를 7천명으로 늘려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을 위한 100억 달러 프로젝트를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음. 이스라엘이 파괴한 원자로는 매년 폭탄 1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농축 프로그램은 연 6개 분량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목표로 했다“고 증언했음.
12) 이란은 1993년 이래 러시아에서 S-300PMU-1 미사일을 도입하고 있으며, 2003-4년에도
S-300 및 S-300V 미사일을 도입했음. “A Preemptive Attack on Iran's Nuclear Facilities: Possible Consequences," 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udies Research Story, http://cns.edu/pubs/week/040812.htm. 검색일 2006년 5월 7일.
13) Kenneth M. Pollack, "The Threat from Iran," 2005년 9월 29일 하원 군사위원회 증언.
14) Geroge Perkovich, “Testimony on Iran Nuclear Ambition," 2005년 5월 19일 상원 국제관계위원회 증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