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을 일으킨 질투
원제 : Who Was That Lady?
1960년 미국영화
감독 : 조지 시드니
원작, 각본 : 노만 크라스나
출연 : 토니 커티스, 딘 마틴, 자넷 리
제임스 휘트모어, 존 맥인타이어, 바바라 니콜스
래리 키팅, 사이먼 오클랜드
50년대의 유명 스타배우인 토니 커티스와 자넷 리는 1951년 결혼식을 올리고 스타 부부가 되었습니다. 결혼 당시 자넷 리는 '폭력행위' '푸른 화원(작은 아씨들)' 등의 영화를 통해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였지만 토니 커티스는 데뷔 2년에 불과한 풋내기 배우였습니다. 당시 토니 커티스는 26세, 자넷 리는 24세 였습니다. 즉 떠오르는 스타 여배우와 사실상 무명을 벗기 전 남자 배우의 결합이었지요. 그리고 자넷 리는 벌써 3번째 결혼이었고, 토니 커티스는 초혼이었습니다. 자넷 리는 토니 커티스와의 결혼생활에서 처음 출산을 했고, 무명에 가깝던 토니 커티스는 아내와의 결혼이 인지도에 도움이 되었는지 50년대에 제법 승승장구하며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하며 아내의 인기를 추월했습니다. 둘은 금술을 과시하면 여러 영화에서 공연을 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제법 알려진 작품들이 있습니다. 둘이 공연한 국내 개봉작만 해도 '마술의 사랑(53)' '폴워스가의 흑순(54)' '바이킹(58)' '휴가전선 이상있다(58)' 그리고 오늘 소개할 '선풍을 일으킨 질투(60)' 가 있으니까요. 60년 이후에는 왜 없을까요?
이렇게 영화출연도 같이 하며 금술이 좋았던 이들 부부는 '대장 부리바'에 토니 커티스가 출연하면서 금이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37세의 인기 배우인 토니 커티스는 그 영화에서 공연한 17세의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티네 카우프만과 사랑에 빠졌고, 그 시기에 자넷 리와 이혼하게 됩니다. 그리고 크리스티네 카우프만과 20세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여 5년을 함께 살았죠. 크리스티네 카우프만은 10대 중반에 벌써 어른처럼 성숙한 외모였고, 그래서 '폼페이 최후의 날'이나 '대장 부리바' 같은 영화에서 성숙한 처녀역을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공연하다 사랑에 빠지는 커플이 종종 있는데 토니 커티스와 크리스티네 카우프만이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재미난 것은 '대장 부리바'가 발표된 1962년에 토니 커티스와 자넷 리는 이혼했는데 자넷 리가 먼저 재혼을 했습니다. 자넷 리는 재혼한 남편과 평생 해로했고, 토니 커티스는 이후에도 몇 번 이혼과 결혼을 반복했지요. 이런 것을 보면 꼭 크리스티네 카우프만 때문의 이혼이라기 보다는 이미 그 당시 두 사람의 사이가 많이 금이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넷 리
토니 커티스
딘 마틴
'자네 나 좀 도와줘, 아내가 이혼하자고 하네'
'내가 묘책을 생각해내지'
'선풍을 일으킨 질투'는 두 부부의 마지막 공연작입니다. 아마도 이들 부부가 사이가 계속 좋아서 1962년에 이혼하지 않았다면 좀 더 많은 공연작을 남겼을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둘이 굉장히 찰떡같은 좋은 호흡을 보여주어서 둘이 계속 공연하지 못한 것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60년대에 두 사람이 계속 코믹영화를 함께 했다면 록 허드슨과 도리스 데이 못지 않은 코믹영화 명콤비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화학과 조교수로 일하는 데이빗(토니 커티스)은 관능적인 몸매의 여학생과 키스를 하는 순간 갑자기 찾아온 아내 앤(자넷 리)에게 들켜 버립니다 앤은 이혼하겠다고 선언하고 다급해진 데이빗은 친구인 마이클(딘 마틴)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기지가 뛰어난 마이클은 데이빗을 비밀 FBI 요원으로 만들고 그날의 키스는 임무를 수행하던 것처럼 꾸미는 계획을 세웁니다. 데이빗은 이 계획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마이클의 제안을 따릅니다. 마이클과 함께 집에 온 데이빗은 짐싸들고 나가려는 앤을 설득하며 임무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간청합니다. 처음에 둘의 말을 전혀 믿지 않던 앤은 권총과 가짜 FBI 신분증을 보고 그들의 말을 믿게 됩니다. 비밀을 지켜야 하는 요원인데 자신 때문에 정체를 드러내서 FBI에서 해고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앤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더 사랑해주려고 합니다. 겨우 위기를 벗어났지만 문제는 FBI측에서 신분도용을 알고 진짜 FBI요원 해리(제임스 휘트모어)가 방문을 하게 됩니다. 앤은 집에 혼자 있다가 FBI요원이라고 소개하고 찾아온 해리를 보고 반색을 하며 더욱 남편에 대한 긍지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앤을 보고 해리는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해결하려고 합니다. 마이클은 임무라고 둘러대고 데이빗을 데리고 두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중국인 식당에 가고, 데이빗이 권총을 놓고 간 것을 알게 된 앤은 그걸 갖다주러 부랴부랴 식당으로 향하고 해리도 그곳에 동행합니다. 이들이 식당에 다 모이게 되면서 의외의 소동이 한바탕 벌어집니다.
내가 사실 FBI 인데...
이혼의 위기는 넘겼지만....
자넷 리, 제임스 휘트모어
바람피는 현장을 들킨 남편이 아내와 이혼을 막으려고 FBI요원 행세를 하는 내용을 매우 코믹하게 다룬 영화입니다. 이혼을 막으려고 급조하여 한 거짓말, 하지만 진짜 FBI요원이 등장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남편을 FBI라고 철석같이 믿게 된 부인이 비밀을 지키기는커녕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면서 일이 눈덩이 처럼 더 커지는 과정을 매우 포복절도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매우 재밌고 유쾌한 영화인데 이런 황당한 계획을 세우는 역할의 딘 마틴이 보여주는 능청스런 연기가 톡톡히 빚을 발합니다. 자넷 리는 한없는 질투를 보이다가 또 한없이 착한 아내의 역할도 하면서 정말 사랑스런 연기를 펼칩니다. 토니 커티스는 진지한 연기와 코미디에 모두 능한 배우인데 딘 마틴과의 콤비도 굉장히 잘 맞추어 냈고, 아내인 자넷 리와의 호흡이야 여러 영화에서 함께 했듯이 척척 잘 들어맞습니다. 그야말로 배우들의 케미가 아주 잘 맞는 영화입니다.
가수이자 배우이면서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의 달인 딘 마틴은 제리 루이스, 프랭크 시나트라 등과 영화에서 호흡을 잘 맞춘 배우이지만 토니 커티스와의 공연에서도 아주 죽이 맞는 호흡을 보입니다. 딘 마틴, 토니 커티스, 자넷 리 등 일급 배우들의 공연도 재미났지만 진짜 FBI요원을 연기한 제임스 휘트모어의 노련한 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임스 휘트모어는 주로 '쇼생크 탈출'에서의 도서관지기 노인으로 많이 기억되는 배우지만 젊은 시절 성격연기도 제법 했던 인물로 스펜서 트레이시의 하위 버전 같은 느낌의 배우입니다. '방사능 X(뎀)' 에서 3미터나 되는 거대한 개미를 상대하는 용맹스런 경찰, '애욕과 전장'에서 용맹스럽고 남자다운 상사, 황야의 7인 3탄인 '마상의 결투'에서 나이든 칼잡이 등 제법 선굵은 역으로 등장했었는데 '선풍을 일으킨 질투'에서는 나이든 FBI요원으로 출연하여 순진한 자넷 리를 보고 딸같이 생각하여 남편의 비밀을 굳이 이야기 안하는 훈훈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부부답게 찰떡 연기를 보여준 토니 커티스, 자넷 리
배우들의 캐릭터 설정이 매우 뛰어났고, 주연, 조연진의 연기도 무난했던 꽤 재미난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초중반부의 포폭절도한 재미가 후반부에 이르러서 다소 장황해지고 산만해져서 너무 이것저것 붙여서 길게 끄는 느낌이 든 것이 단점이랄 수 있습니다. 그냥 조금 이야기를 단순화시켜서 1시간 40분 정도의 작품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런 소재의 영화는 아무래도 칼라화면이 적합한데 흑백이었던 것도 좀 아쉽지요. 배우들의 의상이나 데이빗-앤이 사는 주택의 인테리어, 소동이 벌어지는 레스토랑의 분위기 등이 좀 더 잘 살았을 것 같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무난히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지만 '연인아 돌아오라' '당신에게 오늘밤을' 등의 동시대 동일장르 최고 수준작들에 비하면 2% 부족한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유명 배우들이 자기몫을 하면서 충분히 재미와 웃음을 남겨주는 작품으로 '삼총사' '애니, 총을 잡아라' '쇼보트' '스카라무슈' '애심' 여심' 등 다채로운 영화를 연출한 조지 시드니 감독의 경쾌한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특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벌어지는 후반부 소동이 다소 무리한 설정이면서도 끝까지 황당한 웃음을 전달해줍니다. 뉴욕 고층빌딩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활용한 영화중 한 편이지요. 특히 50-60년대 오래기간 흥행배우로 자리했던 딘 마틴의 출연작은 재미없는 작품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킨 영화입니다.
딘 마틴, 토니 커티스, 자넷 리의 3각 웃음이 펼쳐진다.
너무 순진하고 사랑스런 아내를 연기한 자넷 리
후반에 다소 과한 설정이 벌어진다.
각본을 쓴 노만 크라스나의 희곡 'Who Was that Lady I Saw You With?' 를 영화로 각색한 작품으로 영화제목은 희곡원작 제목의 일부만 사용한 셈인데, 결국 첫 장면에 해당되는 '당신과 함께 있던 여자는 대체 누구야'가 원작의 제목이 되는 셈입니다. '선풍을 일으킨 질투'는 다소 과하게 붙인 한국 개봉제목인데,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여성의 질투가 심한것은 그만큼 남자에 대한 사랑이 깊다는 것'에서 착안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FBI의 아내' 'FBI 대소동' 뭐 이런 제목도 어울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1961년 12월에 개봉되었고, 이후 1970년 TV방영 이후에는 출시조차 되지 않고 완전 잊혀진 영화입니다. 토니 커티스는 우리나라에만 개봉작이 30편이 넘는 인기배우였지만 그의 개봉작 상당수가 이렇듯 초희귀작인데, 이 영화도 매우 재미난 고전임에도 아쉽게도 아직 출시가 안된 작품목록에 있는 영화인 것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요즘은 선풍 이란 단어를 거의 안쓰지만 옛날에는 많이 사용했는지 국내 개봉작 중에서 '선풍을 일으키는 여자' '선풍대위' '베를린의 선풍' '열혈 선풍왕' '황야의 선풍' '선풍을 일으킨 질투' 등 선풍이 들어간 개봉작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ps2 : 딘 마틴이 주제곡 "Who Was That Lady"'를 직접 부릅니다.
ps3 : 첫 장면에 타이트한 정장옷을 입고 상당히 관능적인 몸매를 보여준 여배우는 등 아래 뒷모습만 출연하고 얼굴은 아예 보여주지 못한 비운의 출연이네요.
[출처] 선풍을 일으킨 질투(Who Was That Lady?, 60년) 가짜 FBI 대소동|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