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준혁(32·LG)은 2일 잠실 롯데전을 끝낸 뒤 풀이 잔뜩 죽었다. 마침
경기 후 인근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박철영 코치의 아기 돌잔치가 있어 동
료들과 함께 참석하기는 했지만 영 힘이 없어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4번타
자로서 영 제 몫을 못했기 때문. 롯데가 4번타자 호세의 활약으로 이겼다
면 LG는 4번타자인 자신의 부진으로 졌다.
양준혁에게는 이날 3번이나 타점을 올릴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2번은 만
루 찬스였다. 한 방만 쳐 줬다면 팀이 쉽게 이길 수도 있었지만 양준혁의
방망이는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첫 찬스는 1-1 동점을 만든 3회 2사 3루.
역전 기회를 잡았지만 삼진으로 물러났다. 1-2로 뒤진 5회 두번째 찬스가
왔다. 하지만 양준혁은 2사 만루에서 1루 땅볼로 천금 같은 기회를 무산시
켰다. 7회에 2사 만루의 기회가 또 왔다. 여전히 1점차로 뒤진 상황이라
앞 타석에서의 실수를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양준혁
은 다시 1루 땅볼로 허망하게 물러났다.
몸쪽 공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안 롯데 투수들이 집요하리만큼 몸쪽 빠른
공 승부를 걸어오는 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특히 7회에는 롯데
가 2사 1·2루에서 이병규를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4번인 자신과 승부를 택
했기에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최근 6경기 타율이 4할이 넘을 정도로 감이 좋아 내심 롯데전 활약을 자신
하고 있던 양준혁이라 “아쉽다”라는 말 외에는 달리 말을 잇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4강 다툼이 치열한 마당에 양준혁의 난조는 LG로서는
치명적이다. 김성근 감독대행도 양준혁의 갑작스러운 난조에 크게 실망하
는 눈치다. “4번 타자가 저러면 큰일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팀내 중책
을 맡을 대안도 별로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