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는 알나리 깔나리가 변형된 말인데 알나리는 "아이나리"를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아이나리...말 그대로 나이어린 나리입니다...예전 과거제도가 있을 때, 십수세의 어린나이로 합격하여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이런 어린 나리들이 마치 벼슬에 오른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얄밉게 여긴 하인들이 알나리 깔나리-깔나리는 그냥 음을 맞추기 위해서 붙였답니다]
나는 이 말을 믿지 않은다. 왜냐하면 이것을 사용할 때 기억에 의하면 이런 용도로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내가 어렸을 적 뒤, 뒷집 순이하고 뭐 그렇고 그런 사이일 때 동무들이 놀려대던 때 들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경우에 썼기 때문이다...
그럼 이건 무슨 뜻인가....해뜬이식 해석...일리 있으면 열화와 같은 지지를 호소하는 바입니다. 먼저 [얼레리]라는 말의 어원은 구어로 동요식으로 부르다 보니 리듬감 있게 약간 변형되었을 것이므로 큰 뿌리만 찾아보자면...
[얼]은 현재 우리 말에도 그 흔적이 상당한 바, /어르다//어루만지다//얼싸안다//어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세의 /얼다/에서 온 말로 /얼다/는 嫁가:시집가다의 뜻이다. 즉, 거시기 한다는 이야기다. 이 얼이 사동접미사 우와 만나고 관형사형 전성어미 ㄴ과 만나 즉 얼 +우+ㄴ->어룬->어른 이 되었으니 어른이라함은 결혼하여 거시기한다는 이야기이겠다.
그러므로 /얼다/는 남녀가 거시기한다 혹은 물이 얼다이다. 그게 그거 아닌가...사람도 얼어야 거시기 하고 거시기 해야 아이가 태어나니 말이다.
황진이 시조다
/冬至(동지)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春風(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종장의 /어론/님은 어떤 님인가...바로 거시기를 이미 한 님이다 그러니 그 밤이 얼마나 짧겠는가. 만약 이 시조에서 /어론/이 없다면 팥소없는 찐빵 정도....
다음 시조를 하나 더 보자. 소백주의 시조다.
/상공(相公)을 뵈온 후에 사사(事事)를 믿자오매
졸직(拙直)한 마음에 병들가 염려이러니
이리마 저리차 하시니 백년(百年) 동포(同抱)하리이다/
백년(百年) 동포(同抱)의 과장에도 불구하고 맛이 확 달아나버리지 않는가 시쳇말로 확 깬다.
그럼 다음 시조를 보자. 오늘 /얼다/의 백미다.
/북창(北窓)이 맑다거늘 우장 없이 길을 난이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잘가 하노라/
조선시대 임제의 시조다. 임제..아, 임제...임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이 시조를 읽는 순간 어쩐가, 쥑이지 않는가. 이곳엔 두 군데의 중의(하나가 두 가지 뜻을 지님)가 나오는데 하나는 앞에서 언급한 /얼다/이다. 그리고 하나는 /찬비(寒雨)/다. 임제가 기생 寒雨한우를 꼬실 때 부른 노래이다. 이 중의의 맛이 죽여주지 않는가. 원래 하이라이트는 바로 끝나는 법이 없다. 이 <寒雨歌>에 답한 평양 기녀 寒雨의 답시 또한 절창이다.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로 얼어 자리
원앙금 비취금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이 시조들을 이해하는데 /얼다/는 감상의 키워드다. /얼다/와/녹다/가 참으로 절묘하지 아니 한가. 그놈에 그년이다. 아름다운 연놈들...어느 수준에 이르면 거시기도 수준있게 하지 않는가. 거시기도 이것들이 하면 예술이 되니...그저 입맛만 다실 뿐...
아, 다시본론으로 가서 /얼/은 대강 이해했으니 이제 남은 부분이다. 이 부분은 조금 머리가 아픈 부분인데 /레리/는 /리오니/의 변형으로 보면 어떨까 /리/는 사동 혹은 피동 /오/는 선어말 어미(1인칭 의지가 들어간) /니/는 종속어미 혹은 /ㄴ/+이, /ㄴ/은 전성어미, /이/ 의존명사, 자 그러면 어찌되나...거시기에 준하는 뭐 그런 행동을 하니...또는 거시기 혹은 거시기에 준하는 행동을 한 놈.
/꼴레리/도 비슷한 구조이미로 /꼴/만 이해하면 될 듯..,거 있잖은가...성적, 동물성의 발현(?) /꼴리다/ 하, 직설이 주는 이 시원함.../꼴리다/
그러니까 꼴려서 거시기 한다 뭐 이런 말인가 아니면 거시기 짓 해서 꼴리게 한다는 뜻인가. 뭐 어차피 30% 흐려진 내용이니 어쩌랴...이 말을 듣는 순간 다 얼굴이 발개졌으니...
그러면 왜 이런 말들이 용납이 됐을까. 내 생각에는 이 성적 함의가 다분한 말이 동요와 아이들의 유희요적 리듬감을 타고 약 15도 정도 정면에서 비켜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는 그 은밀한 두근거림에 대한 직설이 주는 카타르시스~~~
얼마나 순이에게 내가 가슴 두근거렸던가...그런데 어느 날 그 직격탄, 까발림에 난 얼마나 다행이고 안도하고 아, 이제 순이는 내꺼다 라는 안도감을 느꼈던가. 그런 고마움의 역설적 표현으로 얼굴 시뻘개져 고함을 지르고 돌팔매질을 하며 친구들에게 경의(?)를 표했던가 순이 또한 그리 울며울며 나를 할끔거지 않았겠는가...
나는 이 <얼레리 꼴레리>가 상당히 시적이라고 생각한다. 거시기를 담은 시들은 이 <얼레리 꼴레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얼다/가 들어간 시 하나를 보자
/굴비/ 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또 웬 굴비여? /
계집이 굴비를 발라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안 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 깜빡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품 팔러 간 사내/ /수수 이삭 패지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풍년을 기원하며/ 등등의 시적 장치에서 이 시가 단순한 야한 이야기가 아닌 어떤 가난과 연결된 이 땅 백성들의 어쩌면 성까지도 헐값에 넘어가는 처절한 삶에 대한 페이소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썩 유쾌하게 읽지 못했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안 했어요/ 이 처절한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이 중의에서 다른 쪽 다시 말하면 언어유희 쪽으로 자꾸 기울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고로 /얼레리/는 15도 기울어지 사각에 놓여야 제맛이다. 아니면 30% 흐려지게 수막을 쳐야 제 맛이다. 오늘 날 대한민국에서는 성은 마음대로 /얼레리/를 살 수 있다 노래방이란 곳에 가면 한 시간에 2만원. /얼레리/ 한 쪽에 한 시간에 1마원 꼴이다. 이 얼마나 눈물나는 일인가. 거기에 이르면 /얼레리/는 죽음이다. 이 땅 백성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므로 그 /얼레리/가 가벼워진 현실에 대한 비판은 생략하기로 하고...
/얼레리/는 이래야 제맛이다.
상주 모내기 노래의 일부.
/3.
모시야 적삼에 반쯤 나온
연적같은 젖 좀 보소
많아야 보면 병이 난다
담배씨 만큼만 보고 가소
6.
저기가는 저 처자야
고추이나 잡아다오
고추농살 내가 놓게
새참이나 내다주소/
이렇게 15도 정도 옆에서 봐야 한다.
아니면 30%의 수막繡幕을 달아야 한다.
맑은 아침 / 정윤천 시인
그래,어젯밤
기중 젊은 축 드는 서른 말련의 성만이 내외가
몇 점 깜빡이던 작은 마을의 불빛 한 등을
맨 먼저 서둘러 껐것다
뒷날, 맑은 아침
퀭한 눈 성만이 애워싸고
어젯밤 너 떡 한 말 곤히 쳤지야
구들장 구들구들 구들방아로 울리더라
몽니 박힌 성만이 매부리코 한쪽
해벌쭉 일그러지며
뭔 소리다요, 성님네들도 참말로....
해장참 쓴 입술담배로 얽힌 동구 앞 가로질러
텁텁한 웃음꼬리 너댓자락 고살을 여는데
버선목 닮은 야윈 고개 외로 꼬고
시치미 뚝 뗀 성만이 각시
아직 이른 묵덱이 할멈 점방가에
오늘따라 웬 동태 한 마리
생두부도 두 모씩이나.
하, /얼레리 꼴레리/ 의 결말도 윤발성님이구만...
아무튼 /얼레리 꼴레리/는 자꾸 들어도 왠지 정감이 가고 웃음이 나온다. 거시기의 시적 형상화 혹은 리듬감의 획득인가..모르것다.!!!
ㅂ2ㅂ2들~~~~
첫댓글 맞슴다 다 맞고요. 결론은 윤발쓰 네요. 그건 그렇고, 님의 논조를 따라가다보면 해가지는지 새벽이 오는지도 모를지경...글읽기의 재미가 겁나좋습니다. 그래서 님을 e시인회의 제2논객으로 모시려는데...어떠시온지? 물론 제1논객은 진보논객 '여름비님'(로뎀나무 명명)이구요. 유려하고 똑 떨어지는 글 잘보고 즐거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