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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성 암 (일파만파) 스크랩 MBC 여성 시대 방송 탄 `어머니의 빈집`
황종원 추천 0 조회 5 16.10.01 22:5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MBC FM 여성 시대 목요일에는 남성시대가 방송 나간다.

몇 년 전에는 열심히 글을 올리고 덩달아 방송을 탔다.

요즘엔 시들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글 몇 편을 올렸다.

그 중 하나 '어머니의 빈집'.

한참 전에 돌아 가신 어머니 생각은 10월에 집안에 큰일이 있어서다.

방송 나간 줄 모르고 늦게서야 혹시나 다시 듣기를 하니 내 글이 방송 나갔다.

원고료 조로 받은 상품은 문화 상품권 10장과 수저 세트이다.


나는 이 글이 방송 나갔다고 동네 방네 알린다.

친척, 친구, 아들과 딸. 형제.


반응은, 오직 친구 하나가 " 생전에 어머니 생각이 나네."

다들 감동에 겨워 말을 잊었나보다. 


아들 가슴 속에 어머니는 늘 계시건만. 








하루에 한 번 어머니를 뵙고 가는 아들을 어머니는 이층 복도 난간에서 배웅하셨다.



어머니 댁창문은 잠겨있다.

어머니 손때와 세월의 흔적으로 칠이 벗겨져 낡은 열쇠로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시장이나 경로당에 다녀 집으로 돌아오실 때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내가 다녀왔네."

집 대하기를 사람 대하듯 하셨다.

어머니처럼  어머니가 계시듯 말했다.

"어머니우리 왔습니다."

현관문을 연다.

홀로 있자니 거친 세상에 모진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되어 내가 드린 낡은 운동화가 어머니 집을

 어머니 구두와 함께 여전히 

집을 지키고 있다집안의 갇혀있든 공기는 텁텁하고 눅진하다.

현관문과 방문과 발코니 문을 활짝 열었다.

49제를 끝냈다.  아들 며느리와 딸이 내친걸음으로 살림을 정리하자고 어머니의 빈집에

모였다냉장고 속 자식들이 해다 드린 밑반찬을 이제는 더 먹을 수 없다.

싱크대 안 그릇들을 정리했다.

내가 학교 시절 사들여서 스테인리스 밥그릇이 버려지고누런 속살이 보이는 티스푼도 한쪽으로

 밀렸다.

발코니에 있는 풀지 않은 20킬로그램 쌀부대에는 어느 날에 얼마 주고 샀다'는 어머니 글씨에

눈시울이 젖는다.


어머니, 5킬로그램 작은 포대로 맛있는 쌀을 사 드시지 않고당신은 한 달에 한 번 쌀을 사는

일마저 힘에 부쳐 이리하셨군요.

 

화장실을 열었다치약과 비누가 앞으로 2년 이상을 쓸 만큼 있다.

어머니가 늘 계시던 방에 들어섰다.

장롱을 열었다어머니 냄새를 만들던 분통과 향기 나는 세수 비누들이 옷가지 틈에서 포장 째로

 숨어 있다.

 

옷장 서랍에는 어머니 속옷과 낡은 브래지어가 잘 개어있다우리 자식들 아기 때 풍만했던 젖

대신에 어머니의 마른 가슴을

 감싸주었던 브래지어를 만지면 가슴이 운다.

 

딸이 때맞추어 입으시라며 옷을 사서 드리면 당신 몸에 맞춰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했던 낡은

옷들에는 아직도 어머니의 살 냄새가 생생하다.

 

손자들의 사진이 들어 있는 사진 액자와 어머니의 젊은 시절과 '초등학교어린 시절의 큰아들

모습이 담긴 또 다른 액자에는 어머니에게는 자주 만나는 그리움이었다.

 

장롱에서 수의 한 벌을 내게 보여주면서 말씀하시곤 했다.

수의 준비 다 했다내가 죽거들랑 꼭 입혀서 관에 넣어야 한다."

병원에 내가 어머니를 팔짱을 끼고 동네 의원에 갈 때는 어머니에게 생기가 돌았다.

"아들하고 함께 있으니 참 좋다."

병이 깊어지면서 걱정도 많아지셨다.

"나는 아파 죽을 지경이 되어도 종합병원에 데리고 가지 마라병원에서는 이것저것 주사 줄을

온몸에 휘감겨놓고는 죽을 고생만 하게 된다나는 큰 병원에 가서 입원 따위는 안 헐란다죽을

기색이 보이면 집으로 데려와라집에서 죽을란다죽을 목숨 연장하며 병원에 돈 붓지 마라."

그런 어머니 생각을 저마다 하고 있었던지 설음을 참다못해 누이가 터트렸다.

"이럴 수가 없어엄마를 병원에서 죽인 거야따져야 돼살려고 갔더니사람을 죽여."

누이 동생은 어머니의 옷가지를 집어던지며 흐느낀다.

병원에서 발행한 어머니의 사망 진단서에는 어머니의 사인을 '폐암'이라고 했지 폐암을 치료 받기

 위해 검사 도중에 온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적혀있지 않았다.

 

"내가 너무 아파요죽는 방법을 가르쳐줘요."

어머니가 의사에게 하시던 말씀이 바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동네 병원에서 치료가 안 돼 큰 병원에 가면 나을까했더니 생각지도 않던 폐암이라 진단이

나왔다멀쩡하게 당신 발로 걸어 가셨다가 입원한 지 12일 만에 주검이 되셨으니 병원에 가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어머니는 허무하게 가시다니.

병든 폐 조직을 각종 조직 검사로 건드렸으니 쇠약한 육신이 감당할 리 없었다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어머니 당신에게 죽음에 대한 준비 없이 죽음에 몰아넣은 것이다.

 

어머니는 가끔 죽음을 예감하신 듯 했다.

내가 많이 살았지이제 한 2년 만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

2년은커녕 자식들에게나 당신에게나 떠날 마음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어머니 살림 정리를 몇 시간 했다.

거의 끝났다.

발코니 문을 닫았다.

거실을 한 바퀴 돌아본다.

어머니 손 때 묻은 응접세트와 식탁이 덩그렇다다들 앞서 나갔고 내가 방을 들여다보고

나서려하자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애비야."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천천히 돌아섰다.

자식들이 흔들어 놓은 옷가지에 잠겨있던 정다운 체취가 다가왔다.

내가 안아드리면 "네게서 아기 냄새가 나하시더니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셨다.



내 나이가 늘어가도 어머니에겐 늘 백일 아기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의 빈집.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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