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단풍구경가자고 꼬신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 수험준비를 하고있는 고3 큰녀석이
오랫만에 시간이 나 저녁을 먹이면서 격려를 해줘야 하는 약속이 이미 잡혀져 있어 안간다고 했다.
아침에 운동을 할겸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으로 나갔다.
얼마간 페달을 밟았는지 좀 쉬고 싶은데 마침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와서
그곳에 자전거를 대고 할아버지께 여쭈었다.
모루 : "할아버지 고기 많이 잡으셨어요?"
버지 : "안잡히네...한강변에 사시우?"
모루 : "아뇨..좀 멀리서 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막 낚시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낚시도구도 챙겨주고
떡밥도 만두빚듯 만들어두고 온갖 아양을 떨고는 할아버지께 간청했다.
"할아버지 저 30분만 낚시 좀 하게 해주세요 네~~30분동안은 제가 잡아 볼께요 네~~"
"30분에 한마리 낚이기 힐들텐데.." 이러면서 그래도 그래보라는 할아버지의 승인을 득하고
난 낚시대 앞에 두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았다. 그러나 금방 잡힐것 같았던 고기였는데
20분이 지나도 아무 기별이 없고 릴낚시에 달려있는 울리지않는 방울이 점점 야속해져 갈때
윗편에 앉아계시는 할아버지에게 투정하듯 외쳤다.
모루 : "할아버지!! 왜 이렇게 안 잡혀욧!!!"
버지 : "아이구...진득하니 기다려야지. 난 3시간만에 하나 잡았는데..."
모루 : "네?? 세시간만에요?? 그렇게 입질을 안해요??"
순간 3시간만이란 소리에 기운이 쭉 빠졌다.
한번 뭘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인데 오기로 "그래 한 마리 낚고 만다"하며
슬그머니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들어며 장기전에 돌입했다.
그리고 무릎팍에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했다. 한마리 걸어 달라고. 약속한 30분이 막 지나고 있었다.
그때 내머리를 스치는 추억이 있었다. 낙동강변에 살던 어린시절 아버지가 낚시를 좋아해
어린 나를 갈대가 많은 낙동강 지천에 데리고가 낚시를 자주 하셨다. 그때 터득한 나만의 비법.
"괴기들이 헷갈리게 지렁이가 물속에서 막 살아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게하기위해 낚시대를
좌우로 깔짝깔짝 움직여 줘라"
난 일어서서 낚시줄을 잡고 까딱까딱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수차례 갑자기 방울이 요란스럽게 진동을 했다.
걸렸다. 손맛이 묵직했다. 낚시대는 휘고 있었다.
낚시대를 들었다 수평으로 가져가 땡겼다를 하며 릴을 감기 시작했다.
수면에 올라오는 고기의 덩치를 얼핏보니 아주 큰넘이였다.
"할아버지!!! 엄청 크욧!!!!"
나의 고함소리에 어라? 진득하시단 분이 갑자기 푸다닥 뛰어 내려와 고기잡히면 걷어올리는
잠자리채로 고기를 아래에서 담아 올렸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내가 잡은것 보다 작은것 같은데" <-이랬다.
난 아니라고 내것이 더 크다고 막 뎀비면서 옆에있는 벽돌옆에 놓아봤다.
벽돌이 한 25cm 되어 보였다. 벽돌보다 훨씬 컸다. 40cm는 족히 되어 보였다.
이 정도면 거의 고래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자기가 잡은게 더 크다고 막 입에 거품 물고 우기길래 그넘도 내 고기
옆에 놓아봤다.
확인을 한 할아버지가 갑자기 풀이 죽드니 "비닐봉지 줘?" 이랬다.
니가 올린거니 비닐봉지에 담아가라는 말이였다.
모루 : "할아버지 이것 붕어죠?"
버지 : "응.." (기운없는 말투로)
모루 : "어떻게 해먹어요?" (기운있는 말투로 신나서)
버지 : "붕어는 보약이야. 붕어찜해서 먹기도 하고...."
보약이란 말이 내 가심을 도려냈다.
"할아버지가 가져가셔서 보약으로 드셔요. 전 운동이 보약이여요"
순간 할아버지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이전에 아버지가 입질이 시원찮아 고기를 별로 낚지 못하면 어머니의 무서운 얼굴이 상상이
되는지 낚시터 근처에서 잡아놓은 고기를 사가지고 가면서 나에게 다짐을 받곤했다.
"니 엄마한테 고기 샀다는 말 하지마"
오늘 저녁 큰애와 1:1 남자끼리 저녁을 하면서 할아버지의 낚시 이야기를 해주면서 말해줘야겠다.
"남자는 자존심이란다. 안잡히면 사버렷!!"
내 고기 좋다고 들고간 그 할아버지 오늘 할머니앞에 괴기 두마리 패대기 치면서 엄청시리
거만하게 콧바람 씩씩~뿜을듯 했다.
10월 [와인향기 흐르는 음악회] 너무 좋았습니다. 카페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
첫댓글 아니모루님 와인향기에 왔으면서 와 우덜한테 신고식 안했능교 Richard님 없어서 아는척도 안했나여 담에 만나면 혼나실거 각오하시라는...야그는 잼있게 잘보았네요 한강에서 한 붕어갖고도 붕어찜 해서 먹나봐요 할부지 집에 가셔서 정말 콧바람 많이 퉁기실듯
네...리차드 형님을 통해 저희 KAL 선배님이라 들었습니다. 담에 꼭 인사드리겠습니다. 애가 성격이 소심해서....
챙길것은 다 챙기는 분 아닙니까?
여자는 못챙깁니다. 능력이 안되서요....
모루님의 글을 읽자니 잔잔한 감과 더불어 미소가 떠오릅니다.^^ 제가 봤을 때도 모루님이 잡으신 붕어가 더 크시군요. 그리고 저도 최백호님 공연에 갔었는데 함께 인사 나누지 못해 뒤늦게 서운합니당. 그래도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만나니 반갑고 기분 좋은데요.^^ 담엔 꼭 직접 뵙고 인사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그쵸? 제것이 더 크죠? 딱 한눈에 봐도 더 큰데 벽돌놓게 하데요 ㅋㅋ 감사합니다. 다음에 뵐때 인사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