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출애굽기는 모세의 사역보고서라고 말할만 하다. 40년을 궁정에서 보낸 모세가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로 자신의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결심과 열정때문에 발생한 사고-그리고 광야로의 도주는 그의 인생을 뒤바꾸게 된다.
성경은 그가 광야에서 겪은 과정을 너무나 간단히 서술하였다. 내 인생에서 모세의 심정을 공감할만한 체험이 있었다. 2016년도 부터 서서히 끊어지기 시작한 후원금의 급감은 결국 17년말 귀국을 결심해야할 만큼 악화가 되고 말았다.
한창 재정난에 시달릴때 내 눈에 들어온 유일한 돌파구는 시에서 모집하는 행정도우미 모집이었고, 지나치는 심정으로 제출한 응모는 선발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렇게해서 배치된 업무가 주민센터 복지도우미업무. 자식벌 나이의 복지담당 공무원을 보조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비로서 모세의 심정을 뼈저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유기성목사의 설교에 절대공감을 하게된 동기역시 그가 믿음의집 교회 후임자로 부임 후 겪은 극심한 재정난을 돌파한 고난의 과정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설교자로는 이동원목사를 꼽게 된다. 하지만 그의 설교를 분석해보면 그다지 존경할만 한 설교자는 아님을 알게된다. 전달에는 최고이지만 내용구성은 빈약함을 발견하게 된다.
박조준목사, 곽선희목사등등 한시대를 주름잡던 기라성같은 설교자가 있지만, 어떻든 나이먹은 나의 귀에 가장 공감을 전달하는 설교자는 유기성목사이다. 다만 나와 유기성목사는 많은 차이가 있다. 유기성목사는 어떤면에서는 요셉과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모세와 같은 정의감이 앞선 경우에 해당한다. 청년기에 겪은 담임목사와의 갈등은 나의 목회를 발목잡는 사탄의 올무였지만 그것을 깨닫는데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나님은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자부하는 일군을 원하시지 않는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일군은 요셉처럼 제아무리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겪을지라도 하나님의 섭리라고 믿고 따르는 절대긍정의 사람이다.
외환위기 직전에 안식년을 가질 때 마음으로 한없이 미워하던 옛적 담임목사가 시애틀에서 목회를 하고 있어서 일부러 그가 목회하는 시애틀을 방문하고 마음에서 원망을 털어버렸다. 그런데 나의 의지와는 달리 그의 반응이 영 깔끔하지 못해 나의 노력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청년때의 서원을 이행하고자 선교지로 나갔지만 재정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다행히 아파트를 매각한 대금으로 10여년을 버틴 셈이다. 보유하고 있던 재정이 바닥나고 채무가 쌓이면서 어쩔 수 없이 목동이된 모세의 심정을 공감하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모세의 처절한 과정과 유사한 바닥생활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난 설교자가 유기성목사이다. 나와 달리 유기성목사는 철저히 하나님만 바라봤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내 마음 바탕에는 "하나님 너무하십니다"라는 원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똑같은 재정의 장벽이라는 고난 앞에서 유기성목사는 철저히 하나님만 바라보는 예수동행으로 현실의 장벽을 돌파했지만, 나는 그렇지가 못했다. 결국은 모세처럼 왕자에서 목동이 되어야 하는 철저히 낮아지는 바닥생활을 경험한 이후에야 공감이라는 과정에 이르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