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늘어도 사망은 안 늘어” 백신 믿고 모임금지 푼 美·英·佛
검사는 많이 해도 영업규제 풀어 평범한 일상 허용
1일(현지 시각) 파리 시내의 한 식당 앞에서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즐거워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오는 9일부터 식당에 들어가려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영업 시간이나 인원 제한은 없다./AP 연합뉴스
미국·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주요 국가에서는 요즘 밤늦게까지 식당·술집에서 인원 제한 없이 모여 먹고 마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널리 확산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제를 거의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평범한 일상을 허용하며 경제 활동에 제약을 최소화하고 있다. 대신 이 국가들은 백신 접종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할 수 있고, 감염돼도 입원·사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최근 7일간 평균 하루 확진자는 9만2000여 명으로, 2주 전에 비해 139% 늘었다. 입원 중인 환자도 5만여 명으로 2주 새 92% 늘었다. 확진자와 입원자 수로만 보면 지난 2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사교 모임 금지나 식당·술집·헬스장 등에 대한 영업 규제 재도입 조치는 찾아볼 수 없다. 그 밑바탕엔 성인 70%가 1회 이상 백신을 맞아 ‘감염자가 늘더라도 사망률이 그에 비례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CDC에 따르면 백신 접종 완료자 중 돌파 감염을 통해 입원할 정도로 코로나 중증을 앓을 확률은 0.004%, 사망 확률은 0.001%에 불과하다.
대신 정체된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연방 공무원에 대한 의무 접종과 각 대기업의 직원 의무 접종 선언이 속속 나오고, 정부가 신규 백신 접종자들에게 100달러(약 11만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나왔다. 뉴욕은 오는 16일부터 식당 등 실내 시설에 백신 접종 증명을 한 사람만 입장하도록 유도하는 등 백신 기피층을 압박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주요 국가 코로나 확진자 추이와 코로나 대응 주요 정책
유럽에서도 백신 접종에 집중할 뿐 일상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19일부터 실내 모임 인원 상한을 없애는 등 방역 규정을 거의 제거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도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정했다. 영국의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2만6102명으로서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방역을 하지 않는데도 그 이전 일주일에 비해 확진자가 13% 감소했다. 영국 통계청은 4일 성인의 94%가 항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도 대중교통과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의무가 적용되고 있을 뿐 나머지 방역 규칙은 거의 사라졌다. 극장·공연장·박람회장에 최대 5000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프랑스의 최근 일주일 사이 하루 평균 확진자는 2만1909명이다. 사망자는 하루 평균 44명으로서 지난 4월에 비해 8분의 1 수준이다. 프랑스도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는 9일부터 식당·술집·카페에 입장하려면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사실상 접종 의무화 조치로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될 뿐 확진자 숫자에 더 이상 관심을 쏟지 않는다.
독일도 프랑스와 비슷하게 실내 마스크 착용만 엄격하게 적용할 뿐 나머지 방역 규제는 거의 해제했다. 싱가포르는 모임 허용 인원이 2명이고 식당 내부에서 음식을 못 먹게 하기 때문에 서방에 비해 엄격한 방역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1차 74%, 2차 61%에 달할 정도로 빨라 이달 내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 대해 거리 두기 제한을 완화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9월까지 백신 접종률 8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일본의 경우 지난 4일 확진자가 1만4207명으로 하루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사이타마·지바·오사카 등에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음식점 영업 시간은 오후 8시로 제한되고, 당국이 음식점 내 주류 판매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일본 정부는 추가 방역 지침을 만들기보다는 백신 접종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75%가 백신을 접종한 결과, 확진자가 늘어도 중증환자 및 사망자 발생 빈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향후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선 백신 ‘부스터샷’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이스라엘이 이달 들어 부스터샷을 본격화한 가운데 영국은 다음 달 6일부터 50세 이상과 면역 취약자 3200만명을 대상으로 3차 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독일도 다음 달 1일부터 고령자를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시작할 계획이고, 프랑스와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미국도 언제든 부스터샷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거리두기 풍선효과… 강원 고성에 67만명, 해운대는 8만명
여름 휴가가 절정인 ‘7말(末) 8초(初)’ 주말을 맞아 강원도 동해안에 93만여명의 피서객이 몰렸다. 올여름 최대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배다. 특히 코로나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청정 지역’으로 꼽히는 고성군 일대 해수욕장에는 강원도 전체의 70%가 넘는 67만여명이 집중됐다. 반면, 국내 최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은 코로나 확산세 탓에 피서객이 8만여명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가 줄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8월 1일 속초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연합뉴스
강원도환동해본부는 1일 “주말 이틀간 동해안 6개 시·군의 82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93만70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징적인 것은 93만여명 중에서 강원도 최북단 고성군 일대의 해수욕장들을 찾은 사람이 67만6280명으로, 전에 없던 ‘쏠림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이 지역 주말 피서객(5465명)과 비교하면 120배가 넘는다. 강릉과 속초, 동해에선 3만~5만명이 찾아 지난해에 비해 주말 피서객이 1만명에서 최대 8만명까지 줄었다.
올해 문을 연 고성군 28개 해수욕장은 그야말로 ‘대목’을 맞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릉이나 속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지만, 올해는 ‘코로나 안심 해변’이란 이미지 덕분에 전국에서 피서객들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0시 기준 고성군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39명에 불과하다. 반면 강릉은 813명, 동해와 속초는 각각 411명과 339명 등 세자리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강릉시가 지난달 19~25일, 양양군이 지난달 25~30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며 피서객들이 고성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피서 절정기를 맞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해운대를 찾은 피서객은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한 모습이다. 2021.08.01/뉴시스
지난 2016년 동해고속도로에 이어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서울~고성 간 이동 시간이 2시간대로 좁혀지며 수도권과 연결하는 교통이 좋아진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비 소식이 끊이지 않았던 작년 여름에 비해 올해는 지난달 16일 해수욕장 개장 이후 주말마다 화창한 날씨가 이어졌다
국내 최대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은 상황이 정반대다. 코로나 확산세로 하루 평균 방문객이 지난해의 15%에 그쳤다. 지난달 31일은 3만7100여명, 1일은 4만3290여명으로 한산했다. 각지에서 하루 24만~27만명이 몰려 백사장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던 지난해 열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부산은 지난달 21일 하루 확진자 107명을 기록한 뒤 연일 최대 확진자 수를 갈아치울 정도로 코로나 확산세가 거셌다. 지난달 21일부터 1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3단계로 상향했고, 해운대와 송정 등 해수욕장에서 음식물을 먹는 행위도 완전히 금지했다.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이지만, 아직 시민 사이에선 불안감이 상당하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주·야간 모두 예년보다 피서객이 확 줄었다”며 “바닷물에 들어가 수영하는 사람도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