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 DAY 10
조용하지만 분주한 코론 타운의 아침 풍경
아침일찍 해뜨는 모습을 찍어보고 싶어 6시쯤 일어나 드론을 날렸다. 그런데 해는 코론타운이 마주보고 있는 반대쪽에서 떠서 찍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미 늦었다 -.-
작년에는 곳곳에 밥을 짓는 연기들이 모락모락 피어나는게 보였는데, 오늘은 그런 연기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이제 전기를 쓰나보다.
여기 코론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도 새로 지어졌다고 하니...
한번도 올라가본 적 없고, 앞으로도 올라갈 것 같지 않은 타피아스 언덕은 그대로였고 오늘 배를 타고 나갈 바다 역시 그때와 같았다.
다만 지금이 썰물 시간인지 뻘이 들어날 정도로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필리핀에서 이렇게 조수간만의 차이가 많이 나는 모습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래도 바람없이 조용한 하늘을 보는 것 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작년에 난파선 가는날 비가 미친듯이 오는 바람에 난파선은 커녕 다이빙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동네 아이들의 퍼레이드 행렬
드론을 날리고 아침을 먹고 이제 다이빙 갈 준비를 하는데 밖에서 쿵쿵대는 드럼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시간에?
스피커를 엄청 크게 틀고 돌아다니는 개념없는 트라이시클 기사라고 생각했는데, 들려오는 소리가 생각보다 천천히 다가왔고, 또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뭔가 행사가 있는게 분명하다. 이걸 또 영상에 담으려고 최대한 빨리 짐을 챙겨 호텔 밖으로 나왔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아이들이 우리 호텔 바로 옆에 있는 골목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각자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옷을 입고 코스프레를 하며 행진을 하고 있었다.
행렬의 선두에는 조금 키가 큰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북과 나팔을 불며 행렬을 리드 하고 있었고 그 뒤로는 초등학교 저학년 애들이 옷을 입고 따라가고 있었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심지어 아이언맨까지.. 슈퍼 히어로들은 다 여기에 있었다. 커스텀으로 직접 재단해서 만든건 아닌듯 옷이 딱 맞지 않는 애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어설퍼서 더 귀여운 맛도 있었다.
남자애들은 대부분 슈퍼히어로, 여자애들은 대부분 공주나 요정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는데 이건 직접 자기들이 고른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다들 개성 넘치는 옷들을 입고 있기에, 다음에는 누구를 코스프레한 애들이 나올까 궁금해져서 계속 자리에 머물러 이 행진을 구경했다.
원래 숙소 앞에서 트라이시클을 타고 다이빙 샵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다이빙샵까지 가는 길이 이 길 하나밖에 없다. 앞에 애들이 천천히 가니 트라이시클을 타는게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이 행렬의 끝을 따라 우리도 걸어가기로 했다. 타운 센터로 갈 수록 점점 몰려드는 구경꾼들로 행진의 속도는 점점 더뎌졌다.
행렬 뒤에 갖힌 오토바이도 트라이시클도 모두 움직일 수 없다는 짜증 보다는 귀엽게 쳐다보는 눈으로 이 행진을 아주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다.
꼬마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하고, 코스츔이 멋있다고 칭찬을 해주기도 하며 계속 걸었다.
모두가 행복한 곳에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듯이, 이 행진을 일부러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거나 괜시리 같이 옆에 서서 걸어가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또래 아이들도 보였다. 얼마나 학교를 다니고 싶을까..
Street boy라고 불리는 이 불쌍한 아이들에게 이런 행진은 어찌 보면 돈보다 더 가지고 싶은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필리핀도 나라가 부강해져서 이런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생겼으면 좋겠다.
절대 못 걸어갈 거리라고 생각했던 산호다이브 샵까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땀도 많이 나지 않게 걸었다. 중간에 마트에 들러 시원한 맥주까지 샀음에도 약속시간에 5분밖에 늦지 않았다. 신나는 음악과 귀여운 꼬마들과 함께한 행진의 마법이었을지도...
여행일자 : 2019년 11월 29일
[출처] 드론과 액션캠으로 담아본 코론의 아침|작성자 Ricky
출처: 필리핀 바기오의 모든 것 원문보기 글쓴이: 바기오현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