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글을 모르는 백성들이 시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시계에 십이지신의 그림을 그려 넣었다. 이 같은 세종의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게 바로 '앙부일구(仰釜日晷)'다.
우리나라 해시계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세종대왕유적관리소는 오는 6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경기 여주 세종대왕역사문화관에서 '조선시대 해시계와 앙부일구'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절기(節氣)와 시간을 동시에 알 수 있는 해시계이자 세종대왕이 남긴 뛰어난 문화재인 앙부일구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는 총 3부로, 1부는 '평면 해시계의 역사', 2부는 '앙부일구의 역사와 구조', 3부는 '조선후기 휴대용 앙부일구의 제작자들'로 구성된다.
1부 '평면 해시계의 역사'에서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먼저 사용된 평면 해시계에 대한 소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시계인 6∼7세기경의 신라시대 해시계 '잔편(殘片)', 조선시대에 사용한 휴대용 평면 해시계 등을 전시한다.2부 '앙부일구의 역사와 구조'에서는 앙부일구를 선보인다. 앙부일구는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뜻이다.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公衆) 해시계인 앙부일구를 만들어 백성들이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종묘와 혜정교(惠政橋·지금의 서울 종로1가)에 설치했다.
다만 세종대왕 때 제작된 앙부일구는 남아있지 않아 전시장에서는 17세기 이후에 제작된 앙부일구(보물 제845호·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복제품을 공개한다.
3부 '조선후기 휴대용 앙부일구의 제작자들'에서는 조선 후기 해시계로 대표적인 휴대용 앙부일구가 전시된다. 강윤(姜潤·1830∼1898)과 동생 강건(姜?·1843∼1909)이 조선 후기 해시계 제작 가문으로 유명하며 동생 강건의 두 아들인 강익수(姜益秀·1871∼1908)와 강문수(姜文秀·1878∼1931) 역시 가문의 시계 제작 전통을 이어 나갔다.
이번 전시에는 강익수가 만든 '상아제 휴대용 앙부일구'(세종대왕역사문화관 소장)와 강문수가 제작한 '앙부일구'(서울역사박물관)가 출품된다. 전통사회에서 시계 제작은 주로 중인 신분이 했던 데 반해 이들 집안처럼 고위층 양반 가문에서 제작을 주도한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번 전시는 당초 지난달 28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이달로 개최 일정을 변경했다.
세종대왕유적관리소 관계자는 "이번 전시로 세종대 제작돼 사용된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조선 후기 제작된 휴대용 앙부일구를 관람객들에게 널리 알리는 뜻깊은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