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은 현대의 최고 영화감독 중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감독이다. 큐브릭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완벽한 미학을 추구한 완벽주의자이자 늘 새로운 기법과 기술을 선보이는 테크니션이었으며 신작을 만들 때마다 자주 전인미답의 형식미와 특정 장르의 신기원을 이룩하고는 했다.
큐브릭은 초기에 저널리스트로 출발했으나 영화에 관심을 가진 후 단편 기록영화와 싸구려 장편영화로 영화수업을 쌓았다. <살인 The Killing>(1956)에서 살벌하고 냉혹하며 잔인한 스타일을 구사하는 작가로 주목받은 후 1차 세계대전중에 프랑스군이 범한 과오를 다룬 냉정한 반전영화 <영광의 길 Path of Glory> (1958)로 자기 세계를 굳혔다. <스팔타커스 Spartacus>(1960)는 제작자와 주연을 겸한 커크 더글러스의 간섭으로 큐브릭 스스로 자신의 작품연보에서 인정하지 않는 작품이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작 사극영화보다 뛰어난 역사적 통찰과 감상주의와 서정미를 조화시킨 걸작으로 유명하다. <스팔타커스> 이후에 큐브릭은 할리우드를 떠나 런던 근교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이 기획하고 연출 전권을 쥔 영화를 꾸준히 발표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로리타 Lolita>(1962)는 상반된 비평을 받았는데, 이는 큐브릭이 ‘좋은 소설의 각색에 반대한다’는 평소의 신조를 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년의 남자가 나이어린 소녀와 육체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파격적인 소재를 두고 큐브릭은 원작만큼이나 미묘한 블랙유머의 감성으로 나보코프의 원작을 완벽하게 영화로 옮겨놓았다. 피터 셀러즈의 1인3역 연기로 유명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Dr. Strangelove> (1963)는 핵폭발을 블랙코미디로 묘사해 대단한 관심을 끌었고 야심적인 형이상학적 서사시인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Space Odyssey>(1968)는 전통적인 시각적 형식과 구성을 무너뜨려버렸다. 큐브릭에게 적대적이었던 저명한 평론가 앤드루 새리스는 “큐브릭은 논리적이며 일관된 견해로 스크린에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 없는 무능을 재확인시켰다”라고 혹평을 가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간이 흘러도 예리한 과학적 상상력과 찬란한 영화 테크놀로지가 전혀 퇴색하지 않는 가장 독창적이며 실험적인 SF의 고전으로 남았다.
큐브릭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시계태엽장치 오렌지 A Clockwork Orange>(1971)는 살인과 강간, 절도를 일삼는 인간 말종 알렉스의 교화담을 다룬 작품이다. 통제되는 기계 ‘시계태엽장치’와 자연의 과실 ‘오렌지’를 병치한 제목 그대로 이 영화는 전체주의 사회와 포악한 개인을 가감없이 보여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명쾌한 결론을 내린다. 이 영화는 뉴욕 영화평론가협회에서 주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이후 큐브릭은 영화기술에서 가장 앞서 나간 감독으로 기록되는데, <배리 린든 Barry Lyndon> (1975)에서는 촛불 조명을 실험했고, <샤이닝 The Shining>(1980)에선 스테디캠을 최초로 구사했다. 묘지에 세워진 호텔에서 겨울휴가를 보내는 소설가 가족의 끔찍한 체험을 통해 미국의 역사와 가족관계를 공포영화의 문법으로 건드리는 <샤이닝>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 중에선 가장 섬뜩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그러나 베트남전을 다룬 <메탈 자켓 Full Metal Jacket>(1987)은 영화기법의 신기원을 이뤘던 큐브릭의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다소 평범하다.
<메탈 자켓> 이후 오랜 공백을 깨고 큐브릭이 96년 말부터 촬영에 들어간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은 15개월간의 촬영과 3년에 가까운 제작기간, 그리고 큐브릭의 완벽주의와 비밀주의를 입증하는 갖가지 소문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라는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들을 데리고 극비리에 제작한 이 영화의 최종 편집을 눈앞에 둔 1999년 3월7일 큐브릭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갑자기 사망함으로써 살아 있는 신화를 마감했다. / 영화감독사전, 1999
감독, 제작, 각본
아이즈 와이드 샷(1999)
메탈 자켓(1987)
샤이닝(1980)
배리 린든(1975)
시계 태엽 오렌지(1971)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1964)
스팔타카스(1960)
영광의 길(1957)
킬링(1956)
킬러스 키스(1955)
각본
아이즈 와이드 샷(1999
메탈 자켓(1987)
샤이닝(1980)
배리 린든(1975)
시계 태엽 오렌지(1971)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1964)
로리타(1962)
영광의 길(1957)
공포와 욕망(1953)
플라잉 파드레(1951)
자료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