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구야 백구야> (김자현)
아장아장- 막둥이와 뒤넘어져 가던 백구야
새참으로 곁두리로
막걸리 줄줄 새는 봄날에
들녘으로 채반을 이고 가던 아지매 따라
논두렁 촐랑대던 황구야- 어디로 떠났니
늑대 같은 양키 와서 쑤알라 거리거든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 무르팍이라도 물어 뜯잖고
이 너른 들녘을 두고 어디로 갔나
먹을 것 없어 허구레 꺼진 봄날을 버팅기고
황구와 백구와 검뎅이
너희들로 연명했던 식민지 땅
뜯어멕히고 뜯어멕히고
아직도 먹을 것 남아 시퍼런 눈알의 늑대가
만경 들판 또 장악했네
이 좋은 봄날엔 우리 민족은
발 갈이 하며 논갈이하며 저수지에 물 대며
에허라 디여, 노동요 부르며
대대손손 풀방구리처럼 드나들며 살던 곳
맡 며느리 살비듬처럼 찰진 쌀을 지어야겠는데
이리떼야 떠나거라 만경뜰 내놓아라
지어미 지아비 뒤꿈치 닳아빠질망정
모내기로 밭갈이로 돌아치는 봄날이 행복해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건만
미국 오랑캐 점령한 들에는 달래냉이 씀바귀 한 포기 없구나
돌아오지 않는 계절을 잡으러
어디로 갔느냐 백구야
농사철은 왔는데 네 주인들 어디를 갔더냐 찾아오거라
할배와 함께 논 갈던 황새도 보이잖고
텅텅 빈 만경 들판
오랑캐 뿌린 제초제에 4월이 바스라 지는구나!
카페 게시글
좋은시 모음
황구야 백구야 / 김자현
조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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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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