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에 불을 피워 가마솥에 순두부를 끓여 먹고, 초가집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마을이 있다. 삼척시 끝자락에 자리한 산양농산촌체험마을이다. 할머니들과 정겨운 인심을 나누고, 함께한 이들과 추억을 쌓는 마을로 들어서자. 구불거리는 산길이 조금 힘들어도 마을에는 훈훈한 정이 가득하다.
[왼쪽/오른쪽]마을 맨 위쪽에 마련된 황토 찜질방/모든 이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전통 놀이 마당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종현마을
오래전에는 공식적인 주소와 별도로 몇 가구가 모인 곳마다 이름이 있었다. 산양농산촌체험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예부터 불린 동네 이름은 종현마을. 옛날 산골짜기에 위치한 이 마을에 작은 사찰이 있었다. 사찰도 마을도 무척 작아 외부에 알릴 길이 없었는데, 사찰 주지 스님이 작은 종을 세워두고 아침저녁으로 종소리를 퍼뜨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 마을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곳을 종현마을이라 불렀다.
작은 종에서 큰 울림이 퍼진다
동네 할머니들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양농산촌체험마을이 조성되고 전통 놀이를 즐기는 마당 한가운데 작은 종이 세워졌다. 이 종은 마을 전설과 별개로 만들었지만, 이곳에 찾아와 옛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종을 한 번씩 울리며 마을에 당도했음을 알린다고. 마을에 들어서고 벗어나며 종 한 번 울리는 것으로 “나 왔소, 나 가오” 하며, 산천초목과 할머니들에게 정겨운 인사를 전해보자.
아궁이, 가마솥, 맷돌… 모든 것이 그저 신기한 꼬마 손님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농촌·산촌 체험
산양농산촌체험마을은 삼척시 관할로 운영되지만, 손님을 맞이하고 마을을 지키며 시설을 관리하는 것은 이곳 주민의 몫이다. 마을 바로 위 언덕에 사는 할머니들이 직원으로 근무한다. 숙박동의 청소며 침구 세탁, 체험 준비와 진행 등이 모두 할머니들 업무다. 일이 힘에 부치지 않을까 싶지만,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던 자신들에게 소일거리와 함께 아들딸, 손자, 손녀가 수백 명 생긴 셈이라고 말한다.
아이들과 함께 두부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는 마을 할머니
산양농산촌체험마을은 사시사철 농촌·산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로 조성되었다. 농기구 창고에서 전통 농기구를 구경하고, 그 옆 체험장에서 직접 사용해본다. 봄부터 가을까지 토마토, 호박, 가지, 상추, 깻잎 등 각종 텃밭 채소를 거둬 먹을 수 있는 채소원이 운영된다. 봄이면 산나물과 송이 채취, 여름이면 옥수수와 감자 수확 체험도 가능하다. 가을에는 마을 곳곳에서 감을 따 먹고, 톡톡 떨어진 밤과 도토리도 주울 수 있다.
마을 옆으로 개울이 흐르는데, 여름이면 수변 공원과 수영장이 운영되고, 겨울에 물이 얼면 썰매장이 된다. 마을 동산에는 눈썰매장도 있다. 전통 놀이 마당에 있는 그네와 널은 누구나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다.
[왼쪽/가운데/오른쪽]아이, 어른 모두 좋아하는 그네 타기/마을 곳곳의 먹거리는 먹는 사람이 임자/별도로 마련된 떡 만들기 체험관과 물레방아
떡 만들기와 두부 만들기는 사철 체험인데, 각 체험실이 별도로 운영된다. 그중 더 인기 있는 것은 두부 만들기 체험이다. 아궁이와 가마솥, 맷돌 등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이다. 체험 전날 할머니들은 마을에서 수확한 콩을 물에 불린다. 체험은 불린 콩을 맷돌에 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맷돌 가는 것이 수월하지 않을 텐데 아이들은 힘든 줄 모른다. 아궁이에 불을 피워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맷돌에 간 콩에 끓인 물을 부어 삼베 주머니에 거른다. 콩 찌꺼기는 비지, 콩 물은 가마솥에 끓이면 순두부가 된다.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끓인 순두부를 한 대접씩 후루룩 맛본다. 남은 순두부는 누름판에 넣고 단단하게 눌러 모두부로 만든다.
[왼쪽/오른쪽]전통 기구를 이용하는 두부 만들기 체험/곱게 간 콩은 삼베 주머니에 걸러 콩 물을 만들고, 찌꺼기는 비지로 쓴다
[왼쪽/오른쪽]가마솥에 끓이는 즉석 순두부/순두부를 삼베 주머니에 걸러 누름판으로 눌러주면 두부 완성
체험은 두 시간 정도 걸리며, 숙박동에 머무르는 사람은 예약하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당일 방문하는 사람도 다른 예약 체험이 있을 때는 참여 가능하다. 단 겨울철은 비수기이므로 사전에 문의해야 한다.
초가집이나 황토방에서 보내는 하룻밤
깊은 산속에 들어와 체험만 즐기고 돌아가기 아쉽다면 하룻밤 이상 머물기를 추천한다. 숙박비도 저렴하고, 외관은 전통 가옥이지만 현대적 시설로 불편함이 전혀 없다. 숙박동은 초가집, 황토방, 대리석방, 목조방, 단체방 등 6동이 있다. 단체방은 최대 20명이 이용 가능하고, 나머지는 기준 인원 6명이다. 크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방 2칸에 거실, 화장실이 갖춰졌다. 냉난방 시설은 물론 주방 집기와 침구가 마련되었고, 숙박동마다 바비큐 테이블이 있다. 마을 끝에는 황토 찜질방 건물도 운영되니, 이곳에서 특별한 겨울여행의 추억을 만들어보자
정겨운 마을에서는 돌 하나로도 즐거운 놀이가 가능하다
[왼쪽/오른쪽]초가집 외관을 갖춘 현대식 숙박 시설/겨울이면 황토방이 인기다
숙박비는 주중 7만원, 주말 10만원이며, 성수기(7~8월)는 12만원이다. 마을에는 매점이나 식당이 운영되지 않는다. 큰 도로에서 마을까지 약 5km 이동해야 하니, 마을에 들어서기 전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눈이 많이 내린 경우 길이 미끄럽고 커브 구간이 많으니 운전에 각별히 조심하자.
여행정보
산양농산촌체험마을
- 주소 :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산양화가길 789
- 문의 : 033-575-1406(마을사무실), 033-570-3543(삼척시청 관광정책과)
주변 음식점
- 호산한우구이촌 : 한우구이 /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호산중앙로 11-14 / 033-575-6292
- 아구마을 : 아귀찜 /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호산4길 2 / 033-575-0928
- 미조리횟집 : 생선회 /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구로 23 / 033-573-3588
숙소
- 남화산해돋이펜션 :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구로 7 / 033-572-8118
- 호산파크모텔 :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삼척로 397 / 033-573-2998
- 죽화우민박 :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사곡길 255 / 033-576-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