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답사
내리 5년간 걸어 출퇴근 했다. 떠나온 임지는 걸어서 삼십 분 남짓 걸렸다. 일 년 가운데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서너 차례 택시나 버스를 이용했다. 집에서 십 분 남짓은 메타스퀘어 가로수 보도를 걸었다. 이후 십여 분은 창원천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그러면서 계절이 가고 오는 변화를 쉬 감지했다. 반지 대동아파트 부근에서 징검다리를 건너 황단보도를 건너 주택가를 지났다.
마음 설레는 신학기부터 출퇴근길 방향이 달라진다. 내가 사는 아파트 기준으로 뒷동산 너머 주택가 학교에서 정반대 방향이다. 남쪽 종합운동장 너머 야트막한 산기슭 학교로 신도시로 출범할 때 개교한 여고라 창원에서는 역사가 오래된 학교다. 이보다 더 가까운 집 근처 학교가 두 군데 더 있음에도 출퇴근길에 걸어 다니려면 거리가 너무 가까워 그곳 학교는 후 순위로 희망했다.
옮겨가는 학교는 이전 다니던 출퇴근 거리보다 조금 더 걸리지 싶다. 내가 운전을 하지 못해 시내버스로 다니면 십 분이면 충분히 닿는 거리다. 눈비가 오지 않은 날이면 걸어서 다닐 요량이다. 자동찻길로 걸어갈 생각은 없다. 종전처럼 메타스퀘이아 가로수 보도를 이십 분 걸어야 한다. 중간에 학교와 아파트단지와 원이대로에서 신호를 기다려 네 곳 건너야 하기에 시간이 더 걸린다.
창원폴리텍 대학 후문에서 도심 속 거님 길을 걸어 비스듬한 산비탈을 올라야 한다. 솔밭 길이라 사철 그늘이 진 숲이다. 인근 아파트단지와 단독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아침저녁은 물론 낮에도 산책을 즐겨 오르는 산이다. 이슬이 내릴 여름 아침이라도 길섶에 풀들이 없어 바짓단이 젖은 일은 없지 싶다. 여름날은 셔츠에 땀이 살짝 젖을 것이다. 숲길도 이십여 분 걸어야 되지 싶다.
한동안 아침저녁 개울 따라 걸었으니 강으로 출퇴근한 사내였다. 이제 앞으로 3년간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숲길을 따라 걸을 테니 산으로 출퇴근하는 사내가 되지 싶다. 창원천변 산책로를 출퇴근길에 걸어 다닌 사람들은 무척 드물었다. 이제 앞으로 내가 걸어 다니게 될 도심 속 거님 길을 출퇴근 때 걸어 다닐 사람은 단언컨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난날 다닌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봄방학 기간인 이월 중순 화요일이었다. 아침나절 집안에 머물며 자잘한 일을 돌보았다. 지인 텃밭에서 가져온 시래기를 삶아 물에 담가 놓았다. 여동생이 보내온 늙은 호박은 껍질을 벗겨 토막을 내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모레는 시골에서 가져온 메주로 집사람이 장을 담글 예정이란다. 비워둔 장독을 씻는 일이라든가 생수를 받아두는 일은 내가 할 몫이라 아침나절 미리 마쳐 놓았다.
점심 식후 산책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앞서 언급한 올봄부터 새로이 바뀌는 출퇴근길 동선을 사전 답사해 볼 요량이다. 아파트 뜰에서 보도로 나가 반송중학교 횡단보도를 건너 남향으로 걸었다. 트리비앙 아파트 진입로에서 두 번째 신호등을 건너 실내수영장이 있는 곳에서 녹색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넜다. 종합운동장 약수터에서 네 번째 신호등을 건너니 예상대로 이십 분이 지나갔다.
창원폴리텍 대학 후문부터가 도심 속 거님 길 시작이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산책객은 드물었다. 소나무 숲이 주를 이루고 아카시나 다른 활엽수들도 있다. 창원과학관 부근 북사면 편백나무 조림지엔 삼림욕장이 있다. 오솔길 군데군데 쉼터가 있고 산꼭대기에는 우뚝한 전망대가 있다. 앞으로 아침은 출근은 물론 저녁 퇴근 때도 걷고 비가 적게 오는 날은 우산을 받쳐 쓰고 걸을 것이다.
산등선이 끝나는 지점 극동방송국이고 그곳을 내려가면 충혼탑 사거리다. 앞으로 내가 근무할 학교는 극동방송국 못 미쳐 나란히 있다. 새로운 근무지가 될 학교로 내려가는 희미한 오솔길을 찾아냈다. 평소 사람들이 잘 다니질 않아 얼핏 보아 등산로인지 식별이 잘 되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사계절 꾸준히 오르내리면 그 길이 반질반질해지지 싶다. 학교 뒤뜰까지 내려갔다 되돌아왔다. 201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