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에서
오연미
4월 꽃피는 계절을 맞아 문예창작과에서 오목대로 야외 수업을 나갔다. 교수님을 비롯하여 열다섯 문우들이 평생교육원에서 오목대로 출발을 하였다. 한옥체험마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오목대로 향하는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야트막한 산등성이에는 봄꽃과 나무들이 상큼한 봄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오목대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한옥 마을은 꼭 옛날의 흑백사진을 보는 것 같아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아파트 생활을 해온 나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보는 예스럽고 고풍스러운 기와집들이었다.
우리는 오목대의 넓은 대청마루에 신발을 벗고 올라앉아서 교수님이 준비해 오신 정호승님의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선암사' 그리고 도종환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감상하고 공부를 하였다. 짧은 시 속에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애환이 들
어 있음을 알았다. 인간의 원초적인 슬픔과 들어낼 수없는 눈물이 주는 의미를 알았
고, 어렵고 힘들게 살아도 작은 것에 애정을 가지고 인간의 부족한 것 편에서 슬픔을 나누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는 차례로 돌아가며 시를 낭송 하였다. 자연 속에서 시를 낭송하니 교실에서와는 다른 감동이 전해져 왔다.
수업을 마치고 우리들은 오목대와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절정에 이르러서 와 !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였다. 마음까지 환해졌다. 불어오는 바람은 몸을 시리게 하였다. 우리는 바람을 피해 언덕 아래 운동기구가 있는 공간으로 내려가서 동그랗게 둘러 앉아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봄 경치를 맘껏 즐겼다.
서너송이씩 수줍게 피어 우리를 반겨주는 진달래꽃과 풀숲에 잔잔한 별들이 옹기종기 박혀있는 듯한 개불알풀꽃, 조금은 빛을 잃은 개나리와 탱자나무 울타리의 어린 싹을 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담소를 나누었다. 17일 날 가기로 한 문학기행 일정도 의논을 하며 초등학생이 소풍을 온 것처럽 들뜬 기분으로 봄날을 만끽했다. 교수님이 불러주신 사철가와 석천님의 시조창은 가슴 저 밑바닥에 깔려있는 인간 본래의 외로움을 자아내게 하였다. 노래를 끝으로 모두 다 수고하셨다는 박수와 합께 오늘의 행사를 마쳤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문우님이 제공해주신 성심여고 앞 베테랑 칼국수 집에 들려 맛있게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감동을 주는 시는 쉽게 쓰여 졌어도 여러 의미들이 함축되어 형상화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신 교수님이 계셔서 감사하고, 문학이 좋아서 인연 맺어진 문우님들 한분 한분이 소중하고 귀했다. 우리들 곁으로 다가온 봄이 온갖 꽃들을 피워내듯 그늘진 곳의 작은 풀꽃들까지도 허리를 굽혀 쓰다듬어줄 수 있는 순수한 마음과 사랑을 가지고 열심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그 오목대 수업을 참관하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아주 자상하게 쓰셔서 눈으로 보는 듯, 활동사진을 보는듯 싶습니다. 더욱 정진히시고 본연의 시를 더욱 열심히 창작하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목대 야외수업을 출발에서부터 돌아올 때까지 서사적 과정을 통하여 차분하고 찬찬하게 그려나갔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써서 충실한 글이 되었습니다. 기초가 튼튼한 집은 생명이 오래갑니다. 수필의 ABC가 잘 갖추어졌습니다. 글을 읽으며 내가 오목대에 다시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제비님, 너무도 자상하게 오목대 풍경을 그려서 쓴 글 감사해요. 그날 그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