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을 지나다 보면 곳곳에서 하얀 게르(Ger)가 눈길을 당긴다. 몽골 유목민은 드넓은 초원지대에서 가축과 함께 떠돌아다닌다. 여름은 산 정상에서 겨울은 낮은 지대에 머물게 된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를 못하고 계절 따라 수시로 가축과 함께 옮겨 다녀야 하므로 짓기 쉽고 허물기에 간편한 게르(Ger)라는 집을 짓고 살게 된 것이다. 게르는 몽골 유목민의 전통가옥이다. 유목 생활을 하는 동안 게르에서 생활한다. 푸른 초원에서 바람을 가르며 말을 달리고 가축을 키우는 유목민이 무려 국민의 40%나 되었다고 한다. 비록 넉넉한 생활은 아닐지라도 게르에서의 행복을 추구하며 사냥을 하기도 했다. 게르는 버드나무나 느릅나무로 먼저 뼈대를 만든다. 여름에는 하얀 홑 천만 두르고 추워지면 외투를 걸치듯 겉에 짐승의 털로 만든 천을 덮고 밧줄로 단단히 묶어 온기를 보존하는 전통가옥인 셈이다. 간혹 유목 생활이 아닌 일반 게르도 눅눅해진 바닥을 일 년에 한 번쯤은 말려야 하므로 뜯어 옮기기 쉬워야 한다. 우리가 숙박할 게르는 원주민들이 가축을 돌보면서 사용하는 좀은 궁색함이 묻어나는 곳과는 다르다. 체험장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관광객을 위한 전용 숙박시설로 일인용 침대를 제작하여 3~5개씩 둥그렇게 배치해 깔끔하다. 호텔만은 못 하지만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활용하였다. 게르는 단순한 천막이나 텐트와는 다르다. 유목민이 자주 옮겨 다니며 생활할 수 있는 가옥이다. 천정에 둥근 테를 두르고 중앙에 두 개의 기둥을 세웠다. 80개의 부챗살로 지붕을 떠받들고 출입문 하나에 난로를 놓고 연통을 세웠다. 난로 밑에 석탄을 깔고 자작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피면 게르는 금방 훈훈해진다. 새벽녘에 난롯불이 꺼지니 금방 바닥부터 싸늘해져 춥다. 게르의 밤은 냉랭하다. 그래서 난로다. 별빛도 중요하지만, 오늘 밤 몸도 마음도 훈훈하게 하는 것은 난로였다. 잠시 잊고 있었던 거다, 새삼 고마운 난롯불이다. 밤은 깊어 혼자 타다 꺼지면 냉기가 감돌고 잠 깨어 날이 밝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