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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외부기고] 아프리카에서 금융 조달이 안되면 EDC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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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4-04-07 | 국가 | 작성자 | 김주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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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금융 조달이 안되면 EDCF?
김용빈 GS건설 해외플랜트 부장
아프리카는 원조(援助)사업의 원조(元祖)다. 세계적으로 원조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약 70%가 아프리카로 향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획기적으로 빈곤층이 줄어든 것과 대비해 아프리카에서는 1960년대 독립 이후 서방 선진국들이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었건만 여전히 빈곤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제프리 삭스1는 원조가 그래도 부족했기 때문이니 더 화끈하게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윌리엄 이스털리2나 담비사 모요3는 원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부패를 조장하고 더욱 원조에 의지하게 만들 뿐이라 주장한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아직 판가름이 나지 않았으나 어쨌든 지금도 원조자금은 아프리카로 계속 흘러들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도 1987년 유상원조인 경제개발협력기금(EDCF, 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을 설립하고, 1989년 첫 번째 EDCF 사업으로 나이지리아에 철도차량을 공급한 이래 꾸준히 그 규모를 늘려왔다. 1991년에는 무상원조를 총괄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C,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Cgency)도 창설하면서 어엿한 공여국이 되었다. 하지만 전 세계 원조가 주로 아프리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 편중된 지원을 하고 있다. EDCF에서는 아시아 지역에 약 70%, 아프리카에는 약 15%가 지원되고 있다. 무상원조까지 포함하면 20%를 좀 넘는 정도다. 아프리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도, 개발협력을 전공한 사람으로서도 아쉽다.
앞선 글에서 아프리카 사업개발에서 금융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하여 수출신용과 관련된 SLP 가이드라인을 예로 들어 설명했었다. 아프리카 사업개발 시 금융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다 만들어 놓은’ 사업에 금융 조달이 곤란한 것을 아까워하다가 대체 재원으로 유상차관인 EDCF를 선택하는 수가 있다. 마치 국내에서 기업에 지원해 주는 각종 정부 지원 자금을 바라보듯 한다. 그러나 일반적 상업금융과 국가에서 지원하는 수출금융은 운영주체가 다를 뿐 기본적인 운영 철학과 논리가 같지만, 원조는 매우 다른 관점과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EDCF 역시 이런 저런 금융방안이 다 안 먹힐 때 찾는 최후의 피난처가 아니다. 처음부터 원조사업으로 개발하지 않고, 다른 사업에서 출발하여 원조자금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제일 많은 경우는 각종 무상원조 자금을 활용해 기술지원(TC, Technical Assistance) 사업을 하다가 적당한 개별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EDCF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 접근법은 본래 정규 원조사업 개발과정에서도 많이 쓰이는 것이다. 그러나 원래 목적이 개별 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데, ‘마스터플랜’이나 ‘조사연구 보고서’를 수행하다가 나름 적당한 사업기회를 봤다고 해서 무작정 EDCF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나름’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기술지원 사업은 주로 엔지니어들이 수행을 하다보니 사업화 과정에서 ODA 사업으로서의 더 큰 밑그림 없이 사업화를 ‘주장’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C국에 출장 중이었는데 우리나라 엔지니어 한 분이 찾아왔다. 어디선가에서 소개를 받고 EDCF 사업개발에 대해 상의를 하러 왔다고 한다. 첫 인상부터가 성실하기 이를 데 없는 전형적인 엔지니어다. 우리 정부의 지원자금을 받아 C국의 폐기물 처리에 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계획 수립 중 계획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방도시 하나에 쓰레기 소각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자금은 역시 EDCF의 지원을 받고자 하였다. 그런데 주변에서 뭐가 못 미더운지 필자에게 가서 상의를 해보라고 했단다.
그 사업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기술적으로 본인이 완결할 수 있는 사업이고, 수원국 정부에서 그 사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단다. 필자는 그 엔지니어가 기술적으로 완결할 수 있다는 말은 물론 100% 인정한다. 그러나 ‘정부’가 말을 하지는 않았을 터, 누가 그러더냐고 몇 차례 물었더니 결국 생활폐기물 담당 과장이 그랬다는 것이다. 그 과장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다. 엔지니어에게는 그 사업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에는 생활폐기물 말고도 산업폐기물, 수질, 대기 등을 다루는 많은 과가 있다. 그런 과장들도 거저 봉급을 받고 있지 않을 테니 중요한 프로젝트 하나씩은 다들 맡고 있을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환경부 내부경쟁을 이기고 생활폐기물 소각장 프로젝트가 최우선사업이 되었다고 가정하였을 때, 안타깝게도 C국에는 비슷한 규모의 정부부처가 30개가 넘는다. 그런데 사업개발자는 부처 간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기획부나 예산을 편성하는 재무부와는 만난 적도 없다. 그저 애써서 사업을 만들어 놨으니 EDCF는 자금만 대면 된다는 식이다.
다른 한편으로, 패키지딜(Package Deal)을 하다가 원조사업으로 불똥이 튀는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패키지딜은 여러 가지 거래를 한꺼번에 협상하여 마무리 짓는 거래방식을 말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패키지딜은 아프리카 등에서 자원개발권을 얻는 대가로 인프라를 지어준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에서 한동안 많이 추진했었고, 지금은 ‘동반진출’로 바꿔 부르고 있다. 개념적으로는 물물교환이나 마찬가지니까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로 해보면 결코 쉽지가 않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자원개발과 건설의 주체가 다르고, 그 둘 사이의 현금흐름에 시간차가 크다는 데 있다. 자원개발은 장기간의 탐사와 개발 기간을 거쳐야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수 있고, 그 사이에 많은 자본을 계속 투입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 대가로 지어주는 인프라는 생산된 자원이 팔려서 현금으로 회수되는 시기가 아니라, 패키지딜 계약이 체결된 직후에 짓기 시작해야 한다. 그러니까 자원개발 쪽에서 한참 탐사하느라 돈이 들어가고 있는 와중에 다른 쪽에서 인프라 짓느라 또 돈이 들어가야 하는 구조다.
우리가 경쟁국이라 인식하는 중국의 경우에는 자원개발과 인프라 건설공사를 주로 공기업에서 추진하므로 정부 주도로 두 사업 간 연계가 가능하다. 자원개발 실적과 인프라 건설 실적을 중앙 정부에서 각각 평가해 주면 된다. 그러나 양쪽이 완전히 독립된 우리나라의 경우, 하나의 컨소시엄을 이루고 있어도 자원개발사와 건설사의 현금흐름에 관한 이해관계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가 건설 비용을 받지 않으면 자원개발에 투자해 둔 것이 되지만, 당장 비용을 받겠다고 하면 결국 자원개발사가 발주한 셈이다. 건설비용을 10여 년 뒤에 받아갈 여유가 있는 건설사가 한국에 있을까?
자료원: 중앙일보
2006년 우리 기업들이 나이지리아에서 유전개발 참여를 전제로 철도를 건설해 주기로 했다. 위에서 언급한 패키지딜의 전형적인 문제는 그대로 드러났고, 답답해진 건설사는 EDCF를 찾아가서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니 철도 건설에 5억 달러만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1500㎞에 달하는 철도이니 건설비가 1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라서 5억 달러 정도면 매우 소박하고 합리적인 요청이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당시 5억 달러는 EDCF의 1년치 승인액 규모다. 아프리카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서 말이다.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중소기업까지 패키지딜에 뛰어들었다. 2010년의 콩고민주공화국 사례는 전형적으로 패키지딜에서 선후가 바뀐 것이다. 자원개발이 원래의 목적이 아니라, 인프라 건설을 해주는 대가로 광물 개발권을 받는 식인데, 민간업체가 사업을 개발하면 아무래도 이 방식이 더 일반적일 것이다. 한국 파이프 제조업체가 콩고민주공화국에 정수장과 상수도망 건설을 해주기로 하고 그 대가로 광산개발권을 받기로 했다. 그런 후에 한국에 찾아와 수출금융기관을 찾아다녔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현재도 정부를 발주처로 하는 사업에 대한 수출금융 지원은 꿈도 꿀 수 없는 국가이다. 이걸 보고도 ‘컬러풀 아프리카’는 패기에 찬 우리 중소기업이 개발한 멀쩡한 사업에 금융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애꿎은 수출금융기관들만 매도했다.
자료원: ‘컬러풀 아프리카’, 매일경제 컬러풀아프리카팀, 2011
처음에 이 중소기업은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에 상수도관을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14억 달러에 달하는 대단한 규모였다. 그러나 계약뿐이었다. 그 계약이 실행되었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당사자들이 밝히지 않지만, 어쩌면 처음에는 그 판매계약에 대금은 동광산을 개발해서 생기는 이익으로 회수해가라는 내용 따위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일단 판매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대금지불 조건’만’ 바꾸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필자 경험으로 보면 콩고민주공화국 사람들은 ‘단계별로 협상하라’의 원칙이나 ‘상대방의 매몰비용을 발생시켜 쉽게 손떼지 못하게 하라’는 협상론 기본원칙을 매우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일천한 중소기업에서 위 그림에 나오는 식으로 패키지딜을 성사하려면 정말이지 대단한 Project Financing(PF)이 필요하다. 19세기 미국 서부의 골드러시에서 PF가 생겨났다고들 하는데, 정말이지 맨땅 하나를 두고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아야 한다. 일단, 동광산에 묻혀있는 구리 매장량을 기술적으로 확정하는 데 필요한 초기 탐사비용도 적지 않은 돈인데, 나중에 사업이 성사되면 개발비로 보전을 받더라도 초기에는 개발자 호주머니에서 지불이 되어야 한다. 개발과 생산에 들어가는 건설, 운영 비용을 산정해서 금융권이 인정할만한(bankable) 사업타당성 보고서도 만들려면 또 비용이 들어간다.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들려면 자본을 댈만한 주주들을 모집해서 현금을 갹출해야 한다. 일개 중소기업, 그것도 광업에 문외한인 파이프 제조업체로서는 결코 쉽지않은 일이다.
나중에는 중소기업으로서의 한계를 실감하고 이 사업(권)을 ‘매각’하러 다녔다. 이때 이 중소기업 관련자와 만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1년 자원개발을 주로 하는 국내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2013년에 이 대기업은 광산개발로 번 돈을 전부 인프라에 재투자 하라는 현지 정부의 무리한 요구에 합작기업의 지분 전량을 중소기업에 되팔면서 사업에서 손을 뗀다. 아마도 합작사 설립 당시부터 지분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 만약에 대비했을 터이다.
그래도 이 풍운의 정수장 사업은 앞서 언급한 자원개발 사업과는 좀 다른 운명을 타고났는지 2011년 우리 대통령의 콩고민주공화국 국빈 방문 때 EDCF 지원을 약속 받았다. 앞서 소개한 나이지리아 철도 사업도 우리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지만, 나이지리아의 다른 사업들에 대한 EDCF 지원까지 수년간 가로막다가 결국 유야무야 사라졌다. C국 소각장 사업은 한국측에는 전달도 되지 못하고 현지정부 내부심의 과정에서 사라졌다. 쓰레기 수거 시스템과 위생매립장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서 웬 소각장이냐는 비난만 받으면서 말이다.
EDCF를 포함한 원조사업이 국가 간의 일이라 정치적인 면을 전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조자금은 주인 없는 돈이 아니다. 다른 사업에 모자라는 자금이나 채워주는 마법의 주머니도 아니다. 원조자금을 활용하고 싶으면, 제대로 된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프라, BHN(Basic Human Needs, 보건, 교육 등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사업 말고도 그 나라 산업발전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복합적인 사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금융기구나 상업은행, 전략적 투자자들과의 공동투자 등 원조사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매우 복잡해지고, 고도화되고 있다. 시장에 장애물이 많다 보니 선진국 시장보다 훨씬 정교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모든 원조사업이 다 원칙에 충실하고 결과까지 성공적일 수는 없겠지만,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든 엉뚱한 내용으로 관련자들이나 괴롭히는 그런 원조사업은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1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 2006, 21세기북스 2 '세계의 절반 구하기(The White Man’s Burden)', 2011, 미지북스 3 '죽은 원조(Dead Aid)', 2012, 알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