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2021-01-03)
< 접촉 과 접속 >
- 정영인 -
이젠 ‘접촉(接觸)’의 시대에서 ‘접속(接續)’의 시대로 진입한다. 대면(對面)의 시절에서 비대면(非對面)의 세월로 흘러가듯이…….
접촉과 대면의 시대는 아날로그 시대다. 접속과 비대면의 시간은 디지털 시대다.
석학(碩學) 이어령은 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합성하여 디지로그(degilog) 시대라고 새 용어를 탄생 시켰다.
코로나19는 이 갈마듦을 가속 시켰다. 5인 이상은 대면할 수 없다. 음식은 접속하여 배달 시켜 먹는다. 더구나 2번 이상 몇 만원어치 배달 시켜 먹으면 만원을 깎아준다고 한다. 사탕발림이 따로 없다.
접속의 댓글에 목을 매고 악풀에 심지어는 목숨을 끊기까지 한다. 접속하면 로켓처럼 빠르게 배달된다. 바야흐로 배달의 전쟁이 선전 포고 되었다. 그만큼 세상은 코로나 퍼짐처럼 급박하게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 접속 때문에 돈을 버는 사람들도 우후죽순이고,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애걸복걸한다. 실버버튼, 골드버튼, 다이아몬드버튼이라는 것도 있다. 이젠 1, 2백은 잽도 안 된다. 기백만, 기천만, 기억의 뷰가 접속의 결과를 자랑한다.
접촉을 못하니, 온통 접속에 매달린다. 그러니 ‘접속’을 못하거니 느리면 디지털맹으로 분류되어 이젠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 하기야 접촉을 잘못한 거물급 접촉자 때문에 여야가 후보 뽑기에 혈안이다. 그 비용은 얼마나 많을까?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
혹은 접속을 통행서 손쉽게 댓글을 달 수 있다. 여기에 한때 익명의 가면 속에 함부로 댓글을 달았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9급, 7급 공무원에 합격한 어느 접속자는 한때 올바르지 못한 댓글 때문에 임용의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이즈음은 댓글을 지워주는 디지털 세탁이 뜬다고 한다. 대행에서 댓글을 지워준다고 했다.
이번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의 접속이 대부분이었다. 그 바람에 배달업체와 택배 업체가 날개를 달았다 한다. 어느 곳에서는 배달료만 2만원이나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면에서 비대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온통이면 질리게 마련이다. 사람은 원래 접촉하면서 살게 마련이다. 교육은 더욱 그렇다. 온라인 비대면 교육의 학력의 양극화 현상을 부추긴다. 중간층이 없어지고 기초학력 미달자가 날로 늘고 있다.
혹자는 오프라인 시대가 빨라 귀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형보다는 이젠 동네 가게 같은 로컬화로 진화할 것이라고 한다. 생활권 중심의 로컬화가 그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세권’을 들 수 있다. 전문 커피점, 스타 벅스가 있는 곳. 스타 벅스는 로컬화 콘셉트 스토아로 일찍이 변신하고 있다. 그곳 동네 사랑방 같은 모델로 지역 랜드로 파고들고 있다.
우리는 지역의 전문성이 너무나 약하다. 땅덩어리가 작아서 그런지 관광지 기념품도 어디가나 천편일률적이다. 거기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로컬화가 관건이다. 마치 스타 벅스에만 있는 커피 문화처럼 말이다. 거기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든지…. 그러면서 ‘온·오프 융합’의 동네 소비 요구에 부응하여야 할 것이다.
나는 가끔 김포에 있는 ‘로컬 푸드’를 찾는다. 각자의 부스에 농사지은 농산품을 실명으로 갖다 놓는다. 그러니까 거기에는 상추도 이 부수에도 있고, 저 부스에도 있다.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농산품들이 나온다. 옛날에 먹었던 대추콩, 푸른 콩, 과줄 등.
우리는 마치 옛날 5일장과 같은 생산과 소비와 문화와 소통이 어울리는 그런 장터처럼 말이다.
일본의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는 로컬 브랜드 편집숍으로 로컬 플랫폼을 구축하다. 각 지역에서 오래도록 사랑 받는 물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소비재 제품을 ‘롱 라이프 디자인’으로 정의하고 그런 제품만 편집해 파는 기업이다. 한국에도 지점이 있다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김치, 비빔밥 등은 가장 한국적이기 때문에 세계에서 각광을 받는 것이다. K-한류도 마찬가지다.
이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접촉과 접속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코로나가 그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 학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블렌디드 스쿨(Blended School)이 자꾸 생길 것이다.
재택근무가 일상화 되는 비대면의 접속 중심의 사회 변화에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변화가 불어 닥치고 있다. 비대면의 사회가 좋은 점도 있지만 반드시 좋지 못한 점도 있게 마련이다. 호불(好不)은 동전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나 같이 나이 든 늙은이들은 디지털 고려장으로 몰리고 있으니 말이다.
첫댓글 공감하는 좋은 글입니다.
^^
접촉이 적어지니 우울한 마음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