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혈수(Dracaena draco)
피눈물 나는 인생(人生, human life)만 있는 게 아니었다. 피눈물 나는 임생(林生, forest life)도 있다. 용혈수(龍血樹: Dragon’s blood trees)이다. 영어이름도 용의 피 나무이다. 수액이 피처럼 흘러내린다. 예멘의 소코트라 섬(Socotra Island)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 희귀한 나무 7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약 6500 만년 전에 태어난 거대 수종으로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Dracaena 속 식물로, 메마른 산간에 싹을 틔어 더운 기후를 견뎌내면서 자란다. 한 줄기에서 뻗은 수천 개의 용혈수(龍血樹)라는 이름은 이 식물의 진액이 붉어 피와 같이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탄닌이라는 성분이 붉은색을 발휘한다. 수령이 5천 년에서 7천 년이다. 이나무를 보면 영화 300 속의 병사들이 생각난다. 강수량이 소포트라섬은 1년 강수량이 250ml이다. 가지를 좁히고 잎을 좁게 모아서 안개를 모은다. 언제나 전투태세이다. 극건조의 땅에서 수천 년을 살아야 한다. 작게 자랄 수도 있지만, 큰 수종은 높이가 약 25 m 이상, 줄기의 지름이 약 5m나 된다. 이 수액은 소독 및 지혈 등의 치료 효과가 있어 의약품으로 수천 년간 사용되었다. 화장품의 재료나 도자기의 유약 재료로 쓰인다.
이 섬의 주민들은 수백 년간 이 섬에 거주하면서 용혈수를 애용하기 때문에 해마다 적당한 시기에 수액을 채취한다. 더운 사막에서 물도 없이 당신이 6천 년을 버텨야 한다면 삶이란 얼마나 가혹한 과제일까? 삶이 거룩해 보인다. 단테의 신곡에 자살자의 나무로 나온다.
<용연향(龍涎香, ambergris)>
용연향(龍涎香, ambergris)은 향유고래의 소화기관에서 생성되는 윤기 없는 무채색 덩어리다. 단단하고 왁스질이며 가연성이 있다. 바다의 로또이다. 지구에서 가장 비싼 동물성 향료이다 한방울만 떨어져도 40년 이상 종이 위에 향이남아있다. 조금이라도 손에 묻으면 여러 달 동안 씻어도 향이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대변도 손에 묻으면 여러 번 닦아야 한다.
특정 1% 수컷향유고래가 바다깊이 들어가 대왕오징어를 먹고 다른 수컷과 싸우다 스트레스로 체해서 뱉은 토사물이나 배변이 용연향이 되는 것이다. 고래의 배앓이로 소화되지 않은 딱딱한 대왕오징어 이빨이 장내 물질들과 뒤엉켜 배설되고 바다에서 10년 이상 햇빛에 쏘이고 파도에 떠돌고 소금과 뒤섞여 숙성, 변냄새가 흙냄새처럼 바뀐 것이다. 검은색이 점점 흰색으로 변해간다.
직접 향수로 쓰이는 게 아니라 향 보존제로 쓰이는 것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용의 침에서 분비되는 향이란 이름의 용연향으로 불렸다. 고래의 아픔과 인고의 세월을 견딘 똥만이 귀한 물건이 되는 것이다. 갓 만들어진 용연향은 똥냄새와 비슷한 악취가 나지만 바닷속을 떠다니면서 은은한 흙냄새 같은 향기를 갖게 된다. 똥이 똥냄새를 갖지 못한 게 용연향이다. 당신이 혹시 지금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면 자세히 보아야 한다. 아는 만큼만 보이는 세상이다.
향유고래 입장에서 보면 자기 똥 가지고 난리 피우는 인간들이 우스워 보일 것이다.
향유고래의 사냥은 현재 불법이다.
포대기로 싸여 어머니등에 붙어살던 시절처럼, 나 깊고 깊은 바다로 가 향유고래 등위에 오두막 짓고 한가하게 드러누워 하루에 여러 번 물쇼를 보고 싶다. 따개비도 떼주고 가끔 고래가 하품하면 입안으로 걸어가 산책하고 싶다. 고래의 편도에 매달려 달랑거리고 싶다. 운이 좋다면 변기하나 준비해 용연향(龍涎香, ambergris)을 얻으리라. 바닷물에 씻겨져 원래의 냄새마저 탈취당한 바다의 금덩어리에 불을 피워 향을 맡으리라!
사향고양이 똥으로 커피 만들고, 코끼리 똥으로 종이 만들고, 박쥐똥으로 모기 눈알요리 만들고, 지렁이 똥으로 땅비옥하게 만들고. 낙타똥으로 땔감을 만든다. 어린 시절 길 가다 대소변이 마려우면 먼 길을 돌아서라도 우리 집 텃밭에 가서 싸야 한다. 똥을 싸는 일이 밭에 거름을 주는 거룩한 일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대견하다고 칭찬도 받았다. 지금 우리는 변기조차 필요로 하지 않는 밥을 줄 뿐이다. 자연에게 이제 인간의 배설물은 골칫덩어리가 되었다. 언제쯤 인간은 철이 들까?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세상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