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후 / 최분임 손목을 기어 다니는 지네를 쓰다듬으면 날지 못한 새 한 마리 욕조 속을 파닥여요 건지지 못한 엄마의 피 냄새 훅, 끼쳐 와요 주먹을 알현하던 안방 신전 비명과 울음이 이룩한 유일신의 그늘이 두터워요 드러나기 이전의 문 안쪽이 그렇듯이 떠나야 한다는 각오와 떠날 수 없다는 강박의 경계는 늘 범람 위기, 비굴과 비극 뒤 앳된 진실은 나를 살게 할까요 자물쇠가 채운 밀교密敎의 교리, 묻지 않아 묻혔지만 귀를 막은 록음악에도 휘발되지 않는 십계명 뒤꿈치를 든 걸음걸이는 습관의 발목을 가졌어요 제단에 바쳐진 알몸의 제물에서 출발한 우울이 키운 곰팡이 지치지 않는 사방을 가졌네요 욕조를 순교 터라고 주입한 짐승 갈래가 많은 집착은 오래 덧대진 다정의 얼굴인데요 태생은 죽음의 급소를 알고 있어서 자궁 같은 욕조에서 무덤으로 옮겨지는 일은 가볍고도 나른한 일이죠 뼈는 데워져 뜨거운데 면도날이 졸음처럼 몰려와요 손목을 잘라가는 수증기 내일의 수위를 허락할까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기도는 날개 잃은 오늘을 모은 채 외롭기도 또 설레기도 할까요
아직 내 전화 듣고 있어요? 2024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 시 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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