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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三國志)제116편 ※
태의 길평 (太醫 吉平).(下)
삼국지 소토리가 점점 깊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어의 길평을 통해 진정한 의리가 무엇인지 가름케합니다.
한번 사는 우리 인생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극심한 두통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던 조조는 길평이 내미는 탕약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한술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다가 말고, 손을 멈췄다.
그리고 이내, "너무 뜨거우니 식혀가지고 오라."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한 숟가락만 입에 넣으면 끝나는데...)
속으로 무척 기대하고 있던 태의 길평은 씁쓸한 속을 감추고 약사발을 도로 받아들고 나왔다.
잠시후, 길평은 약을 식혀 가지고 다시 조조앞으로 가져갔다. 그리하여 약사발을 조조의 손에 닿는 곳에 내려놓고, 조조가 어서 마셔주기를 기다렸다. 두풍으로 괴로운 조조가 인상을 찡그리며 묻는다.
"당신은 어의 노릇한 지 얼마나 되었나 ?"
"초평 2 년에 입궁했으니 올해로 13 년 되었습니다."
"음 ! 초평 2 년이라...그때 나도 엄청난 일을 벌였지, 그게 뭔지 아나?"
"모릅니다."
"그해 3월 초 여드레였지...그날, 동탁이 나처럼 침상에 누워 있을 때, 나는 그를 죽이려고 칠성도를 가슴에 품고 그에게 몰래 다가 갔었지,
역적을 죽여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고 말야, 헌데 동탁이 내가 가슴에 품은 칠성도 꺼내는 것을 거울로 보는 바람에 나는 그때 죽을 뻔했지,
그런데 정말 생각도 못한 일은 오늘, 내가 그때의 동탁처럼 되었다는거지.."
하고 중얼거리 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길평은 조조의 말 뜻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약사발을 손수 들어
조조에게 내밀며, "승상, 식으면 약효가 떨어지니 어서 드시지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의 말이 조금 격해지며, "예로부터 군주의 약은 신하가 먼저 먹어보고,
아비의 약은 자식이 먼저 마셔보았네... 오늘날 자네가 나를 부모처럼 섬기니, 자네가 날 위해서 먼저 약을 먹어보겠나 ?"
하고, 길평을 향해 매몰차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예,엣 ?"
길평은 느닫없는 조조의 요구에 깜짝 놀라며 한발 뒤로 물서서자, 그 순간 조조는 벌떡 일어서며, 길평을 후려갈겼다.
"우당탕 !"
약사발이 떨어지며 소리를 냈고, 동시에 길평이 <악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엎어졌다.
그러자, 조비를 선두로 조조의 측근 두놈이 약속을 한 듯이 달려 들어 길평을 깔아뭉겠다.
길평이 순식간에 제압당하자, 조조가 병색을 완연히 털어버린 정색으로,
"말해 ! 누가 내가 먹을 약에 독을 타도록 시켰냐 ? 일당은 누구냐 ?"
하고, 물었다.
그러자 팔이 뒤로 꺾여 꼼짝을 못하게 된 길평은 간신히 고개만 쳐든 채,
"역적을 죽이는데 누가 시키고 말고 할 것도 없다 !"
하고 대꾸하는 것이었다.
"어의 주제에 감히 날 죽이겠다고, 응 ? 배후를 말하면 살려주마. 말해라 !"
조조는 이렇게 말했지만,
"역적 조조 ! 널 죽이려고 하는 게 어디 나 뿐이겠느냐 !"
하고,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러자 조조가, "저놈을 족쳐서라도 배후를 밝혀내라 !"
하고 측근에게 명하였다.
그러자 길평은 끌려나가면서도,
"이 역적놈아 ! 오늘은 내가 비록 실패했지만, 세상은 반드시 너를 처단할 것이다 !" 하고 외쳐대었다.
"어서 빨리 문 열어라 !"
"쾅, 쾅, 쾅, 쾅 ! ...."
한 떼의 무사들이 대문이 부숴져라 두드리고 사정없이 흔들어 대는 곳은 국구 동승의 집이었다.
"누구시오 ?"
심상치 않은 호령에 집사가 겁을 집어먹고 물었다.
"그건 알 것없다 ! 어서 문이나 열어라 !"
문 밖에서 우악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 그리하여 망설이던 집사가 문을 열자, 조조의 측근 장수 하나가 많은 부하를 이끌고 성큼 들어서며,
"승상의 부름이니 동승은 연회에 참석하라 !"
하고, 명령 하듯이 외치며 내실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뒤따르던 집사가,
"저희 대인께서는 지금 병석에 계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장수는, "승상의 분부다 ! 동승이 병을 칭하더라도 데려오라 하셨으니, 어서 나오라고 하라 !"
하고 강압적인 어투로 명령조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이리하여 와병중이던 동승은 승상부로 불려가 조조와 마주앉게 되었다. 조조가 동승을 보고 입을 연다.
"두달 전에는 여기서 유비와 술잔을 기울이며 영웅을 논했는데, 이젠 흔적도 없고 .. 가을 바람에 나무잎이 시들면서 유비도 반란을 시도했지.
그러나 상관없네, 떨어지는 낙엽도 즐기만 하고 겨울 고목도 분위기가 나지, 그렇지 않은가 ?"
조조는 알쏭달쏭한 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동승은 조조의 속셈을 간파하지 못한 채, "옳은 말씀이오."
하고, 조조의 비위를 맞추는 의미의 대꾸를 하였다.
"그렇다면 술잔을 비워보세나."
조조는 이렇게 말하면서, 상 위에 잔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동승은, "소인은 병중이라 술을 마실 수가 없으니 승상께서는 헤아려 주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힐난하는 어조로, "병이라 ?..그래요 ? .. 마침 내게 묘약이 있는데..."
하고 말을 하더니, 부하를 부른다.
"여봐라 !"
"넷 !"
"끌고 와라 1"
"넷 !"
잠시후, 옴 몸에 걸친 옷은 풀어 헤지고, 머리는 헝크러져 풀어지고, 극심한 고문에 시달려 온 몸이 축쳐진 늙은이 하나를 두 병사가 양쪽 팔을 하나씩 잡고, 계단으로 오르며 끌고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조와 동승이 자리한 앞에 내려 놓았는데, 그는 힘에 겨운채 고개를 옆으로 돌려 보인다.
그러자 이런 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던 조조가 입을 열어 말한다.
"길평 ! 여기 아는 얼굴이 있지 ? 말하라, 누가 시켰나 ?"
"역적 놈 ! ..."
길평은 다 쓰러져가는 목소리로 조조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원망스러운 저주를 퍼부었다.
"말해보게, 자네 손가락이 어째서 아홉 개만 남아있나 ?"
조조는 자기를 가리키는 길평의 손가락이 하나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
그러자 길평은 엎드린 채로,
"손가락을 씹으면서 국적을 죽인다고 맹세를 했지."
하고 전혀 주눅들지 않은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동승은 길평이 끌려올 때부터 속으로 깜짝놀랐다.
그러나 역적 조조를 죽이기 전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의심받을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애써 태연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훌륭한 맹세로군, 여봐라 !"
조조는 길평이 더이상 쓸모없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하여 <넷 !>하고 대답하는 병사를 향해, "끌고 나가서 남은 손가락을 모두 다 잘라라, 그래도 또 씹는지 보게 !"
하고 매몰찬 명령을 하였다.
그러자 끌려 나가던 길평이,
"손가락이야 있든 없든, 역적놈을 씹을 입은 살아있으니, 네 놈을 욕할 수는 있다 !"
하고 쥐어짜내는 소리로 저주의 말을 씹어 뱉었다. 그러자 조조는 냉혹한 표정으로, "저놈의 혀도 자르고 이도 모두 뽑도록 해라 !"
하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넷 !"
명령을 받은 병사가 길평을 끌고 나가려 하자, 길평이 순간적으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부축하고 있던 병사를 뿌리쳤다.
"으아잇 !..."
그리고 길평은 정자 기둥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들어 자신의 머리를 세게 부딪치는 것이었다.
"탕 !...."
길평은 그 자리에서 푹 고꾸러지며 죽어버렸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조조가 길평이 죽었다고 판단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손짓을 하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죽은 길평을 끌어 내었다.
이같은 상황을 옆에서 지켜 보던 , 동승이 크게 놀라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들려 나가는 길평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 보고 있자니, 동승에게 눈길을 돌린 조조가,
"동승 ? 어때 ? 병은 좀 나았나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침통한 표정의 동승은 말 없이 조조를 쏘아보기만 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약이 부족한가 보군, 그러면 약을 한 사발 더 주지. 여봐라, 끌고 와라 !"
"네 !"
곧이어, 조조의 명을 받고 불려나온 사람은 다름아닌 동승의 종놈인 진경동이었다.
"경동아 ! 들은 대로 말해 보거라."
조조는 엎드려 부복하고 있는 진경동에게 말했다.
그러자 사내놈은,
"알겠나이다. 엊그제 동 대인 방 앞을 지나다가, 어의와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승상의 탕약에 독을 넣자고 하였사옵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었다. 그러자 동승이 엎드려 있는 진경동을 가르키며,
"이, 천박한 것 !"
하고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
※ 삼국지(三國志)제117편 ※
동승 일족의 참살(斬殺)
조조가 동승에게 말한다.
"이젠, 옥대의 밀서를 내놓으시오 !"
그러자 동승은 놀라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옥대 밀서라니 ?
모르는 일이오 !"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한다.
"폐하께서 당신에게 내린 혈지 말이오 ! 내가 모르는 줄 아는가?"
하고 쏘아붙이 듯 말하였다.
그러자 동승은 고개를 흔들며,
"없소, 그런 것은 없소 !"
하고 재차 부인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자 밑에서 부터 한 병사가 뛰어 올라오며, "보고드립니다 ! 동승부에서 찾았습니다."
하고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는데,
그의 손에는 핏자국이 선명한 혈지가 들려있는 것이 아닌가 ?
조조가 문제의 문서를 받아들고 펼쳐본다.
그리고, "으흠 , 의맹서(義盟書)?...
여기에 피로 서명을 했겠다,
거기 장군 동승(車騎 將軍 董承),
서량태수 마등(西凉 太守 馬騰), 장수교위(長水 校尉) 종집,
공부시랑 왕자복(工部侍郞 王子服), 장수교위(長水校尉) 충집, 의
랑 오석(議郞 吳碩), 소신장군 오자란(昭信將軍 吳子蘭), 좌장군 유비(左將軍 劉備), 역시 이놈도 있군 ! 내 이놈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
조조는 의맹서(義盟書)에 피로 쓴 맹세의 서명을 한 유비의 이름에 이르러서 분통을 터뜨리며 혈지를 손아귀로 구겨 동승의 앞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술잔을 들며 말했다.
"자, 들게."
모든 것이 드러난 동승은 조조를 경멸하는 눈으로 쏘아보며 <흥 !> 하고 비웃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정자밖으로 나가니 뒤에는 무장한 병사가 뒤를 따랐다.
이렇게 동승을 비롯한 왕자복, 오자란, 충집,오석등 혈지에 의맹을 서명한 자들은 모두 삼족에 이르기까지 참형을 당했으니,
이때 죽은 자가 무려 팔백명에 달했다.
이날 동승의 혈족으로 죽음을 면한 사람은 오직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천자의 애비(愛妃)인 동 귀비
(董 貴妃)였다.
동 귀비는 천자의 애총을 받아 귀비가 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임신 육 개월의 몸이었다.
그러나 극도로 격분한 조조가 천자의 귀비라고 해서 그냥 살려둘리가 만무하였다.
조조는 동 귀비를 죽이기 위해 맹장 허저를 비롯한 무장한 군사를 이끌고, 몸소 갑옷과 칼을 차고 궁중으로 들어갔다.
이미 사가(私家)의 부친을 비롯한 일족의 참살 소식을 알게 된 동 귀비는 헌제의 무릅에 얼굴을 파뭍고 떨고있었다.
그러나 떨고 있기는 헌제도 마찬가지였다.
조조를 비롯한 장수와 군사들은 신성한 장락궁을 군화발로 그대로 들어왔다.
<저벅저벅 !..> 그들이 걷는 소리가 가까워지자, 동귀비는 극심한 불안에 휩싸였다.
이윽고 허저가 황제 시종을 밀치고 황제와 귀비가 떨고있는 내실로 성큼 들어섰다.
그리고 늘어진 발을 걷어 '동 귀비'를 노려보자, 귀비는 헌제의 발을 붙잡으며 <으흑 !>하고 놀라, 소리를 내질렀다.
허저는 헌제를 분연히 쏘아본 뒤, 아무런 말도 없이 다짜고짜 그의 발치를 끌어안고 있는 동귀비를 우악한 손으로 잡아당겼다.
"폐하 !"
"귀비 !"
헌제로 부터 떼어진 귀비는 다급하게 헌제를 부르며 다른 병사에게 끌려나갔다.
"귀비, 귀비 !"
헌제는 동귀비의 뒤를 따라가며 애타게 불러댔다.
그렇게 동귀비가 끌려간 헌제의 용상앞에는 이미 조조가 물끄러미 앉아 있었고, 끌려온 귀비는 조조의 앞에 내동댕이쳐졌다.
뒤따라 온 헌제가 투구와 갑옷을 입고 살벌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조조를 보자, 그만 주눅이 들어 어쩔줄을 몰라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앞에서 안절부절 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입을 열어,
"폐하, 동승이 모반한 것을 아시오?"
하고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자 헌제는 두 손을 모아 보이며,
"짐은 모르는 일이오." 하고, 울상을 지으며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한 손으로 혈지를 펼쳐보이며, "이 혈지를 벌써 잊으셨소,
엉 ?"
하고 아이를 다루듯이 헌제를 향하여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동 귀비가 두려움에 떠는 목소리로 고개를 흔들며,
"제가 꾸민 일이라 폐하는 모르십니다."
하고 말하자,
"당연히 네년의 짓이지 !"
동 귀비에 대한 조조의 대꾸는 종년에게 하는 말투였다.
그리고 이어서 동 귀비에게 손가락질 하며, "너는 동승의 딸년 아니더냐 !"
하고 냉혹하기 이를 데 없는 언사를 퍼부었다.
"부녀가 공모했지 ?"
...
조조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떨고만 있는 헌제에게 말한다.
"폐하 ! 신의 충언을 들으시오. 이번에는 동 귀비만 처벌하지만,
또 이런 일이 있으면 폐하도 엮일 것이오. 아시겠소 ?"
그 말을 들은 헌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기만 하면서 조조의 눈치만 보기에 급급하였고,
동 귀비는 그 자리에 엎어졌다.
그러자 군사들이 동 귀비의 한쪽 팔을 각각 잡아서 그대로 질질 끌고 나간다.
조조가 그들의 뒤를 따라 나가자, 헌제는 황급히 조조의 뒤를 따라가며 사정한다.
"승상 ! 동비는 회임 중이니 왕자라도 낳은 후에..." 여기까지 말하자
조조는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선채, 헌제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에 든 의맹서를 들어보였다.
그러자 헌제가 조조에게 다가가 공손한 몸짓으로 피로 서명한 혈지를 받아들려 하자, 조조가 고개를 헌제 쪽로 기울이며 귓속말을 하듯이,
"왜 ? 아들놈 에게 복수를 해 달래 게 ?" 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면서 헌제의 손목을 움켜잡은 조조가 그의 손에 의맹서를 쥐어주며 어른이 아이를 다루듯이 헌제의 손을 <탁탁>쳐보였다.
다시 돌아선 조조가 장락궁 입구에 다다르자, 우악스런 조조의 병사가
동 귀비의 목에 무명천을 걸어서 뒤에서 바짝 당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
동 귀비는 목이 졸린 채 신음소리를 내며 헌제를 향하여 살려달라는 손짓을 해보였지만, 헌제는 안절부절하며 벌벌 떨기만 할 뿐 어떻게든지 살려줄 형편이 아니었다.
마침내 동 귀비는 목에 졸린 채로 바닥에 쓰려져 죽어버렸고, 헌제는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살벌한 정적이 내전에 감도는 가운데 한 귀인이 시녀를 대동하고 조근조근 걸어 들어와 천자와 조조의 가운데에서 걸음을 멈추고 조조를 돌아다 보았다.
그러자 지금까지 눈을 감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앉아있던 조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황제를 향하여,
"누군지 아시겠소 ?"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헌제는 당황한 빛을 보이며 말한다.
"승상의 따님이자 짐의 조 귀비요."
헌제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자 조조는 딸에게, "이리오렴" 하고, 다정하게 불렀다.
그리하여 딸의 손을 잡고, 용상에 앉아 안절부절하고 있는 헌제 앞으로 데리고 가서 헌제의 옆에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어깨를 눌러주는 것이었다.
헌제는 어떨떨한 얼굴이 되었다. 사실 헌제가 조조의 강압에 못이겨 낙양에서 허창으로 천도를 한 뒤에 조조의 딸을 후궁(後宮)으로 맞은 바 있었다.
그러나 헌제는 조조의 딸을 말로만 후궁이었지 제대로 같이 밤을 보낸적은 없었다.
이런 것은 조조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조조는 동승의 모반을 빌미로 동 귀인까지 깨끗이 죽여버린 뒤에 자신의 딸을 장락궁으로 부른 것이었다.
조 귀인은 아버지 조조가 시키는 대로 헌제의 옆에 앉으며 헌제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조조가 자신의 딸을 손으로 가르키며 천자에게 물었다.
"마음에 드시오 ?"
"물론이오."
"그럼 됐소.".조조는 사가(私家)의 장인이 사위에게 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
그리고 뒤로 돌아서며 허저를 향해, 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그러자 허저가 숨이 끊어져 바닥에 엎어져 있는 동 귀비의 머리위에 얹힌 화관(花冠)을 거두어 가지고 조조의 앞으로 다가와 바친다.
조조가 허저에게 화관을 받으며 헌제에게 말한다.
"중궁전도 황후 자리도 비워둘 수 없으니 어진 조비를 황후에 봉하시오." 하고 말하면서 헌제의 탁자앞에 화관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 말한다.
"역적의 딸년을 치워라 !
그리고 모두 들어오라 해라 !"
명령일하, 동 귀비의 사체는 치워지고, 조조의 장수와 부하들이 내전에 들어왔다.
헌제는 조조의 말대로, 탁자에 놓인 황후의 상징인 화관을 떨리는 손으로 조 귀인의 머리위에 화관을 올려주었다.
※ 삼국지(三國志)제118편 ※
조조의 서주 정벌
의맹서에 서명한 동승을 비롯한 무리를 주살함으로써 일단 측근에 있던 자들의 피의 숙청(肅淸)을 끝낸 조조는 모사 순욱과 정욱을 불러 물었다.
"아직도 처치하지 못한 인물들은 어찌했으면 좋겠나 ?
그러자 순욱이 대답한다.
"서량(西凉)의 마등(馬騰)과 서주(徐州) 유비 말씀입니까 ?"
"그렇소 ! 그들도 동승과 의결(議結)하여 나를 없애려는 반심(叛心)을 품지 않았는가 ?"
"물론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놈들을 없애는 것이 좋겠는가 ?
"마등은 서량에 있으니, 그를 간단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사람을 보내 그의 환심을 사두었다가, 적당한 기회에 허도로 불러들여 없애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유비의 군사는 병력의 수로 보아선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관우를 비롯해 장비와 조자룡 등의 걸출한 장수들이 건재하므로 쉽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므로 당분간은 은인자중하며 기회를 엿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순욱은 조조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이렇게 말을 하였다. 그러자,
"그렇게 하나하나 염려와 걱정을 앞세우다가는 무슨 큰 일을 하겠는가 ?"
조조가 불만이 가득한 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욱이,
"하북에 원소만 없다면 별로 걱정할 바가 아니지만,
원소가 지금 관도(官渡)에 대군을 집결시켜 놓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 우리가 서주의 유비를 치기위해 연주를 비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의 대꾸로 그의 속 마음을 알아차린 순욱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정욱을 향하여,
"주공께서 기어이 유비에게 응징을 하신다면, 사실 원소의 문제는 그리 큰 일이 아니오.
원소는 우유부단 한 자라, 겁도 많고 욕심도 많지요. 그래서 5할 ,7할의 승률에도 전쟁을 하지 않으려 하고, 완벽한 승률이어야 죽어라 싸우는 자요.
전시란 수시로 돌변하는데, 완벽한 승률이라니 ? ... 우리가 서주를 공격하여 열흘 내에 서주성을 함락시킬 수만 있다면, 원소는 감히 나서지도 못할 것이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정욱이,
"매우 송구스럽지만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서주성을 과연 열흘 만에 함락시킬 수가 있겠습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순욱이,
"불가능 할 것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정욱이 재차 물었다.
"선생의 말씀대로 원소가 우유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측근에는 허유와 전풍 등 지략가가 적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소에게 연주 공격을 주청하지 않겠습니까 ?"
정욱의 물음에 순욱이,
"그거야 연주성을 지켜주는 장군들과 병사들이 어떻게 대처하며 버티느냐에 달려있지 않겠소 ?
서주성이 함락될 때까지만 버텨준다면, 우린 남북으로 공격하여 쌍방에서 승리를 거둘 수가 있을 것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정욱이,
"선생 ! 만약 서주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면, 우린 물러날 곳도 없이 위험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
하고 말하니, 순욱이,
"용병은 본래 위험을 수반한 모험이니, 시도하는 순간 위험에 빠질 수가 있고, 그런 모험을 감행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승리도 없는 것이 아니겠소 ?
그리고 지금 서주의 공격을 미루었다가 차후에 다시 서주를 공격한다면 유비가 허창을 습격할 텐데, 그때의 위험은 지금보다 훨씬 클 것이오.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두 사람간의 논쟁을 잠자코 듣고만 있던 조조가 입을 열어 말한다.
"정욱은 지략이 있고, 순욱은 견문이 넓어 ! 두 사람의 가르침을 잘 들었네, 알고들 있는가 ?
예전에 원소가 18 제후들의 맹주일 때, 내가 정면공격을 주장했지만 동탁의 세력에 벌벌 떨며 공격 시기를 늦췄다네,
그래서 내가 선봉에 나서서 죽어라 싸웠지만, 후군(後軍)이 따라주질 않아서 내가 하마트면 죽을 뻔 했었지,
그런 것을 종합해 보면 원소는 병사만 많이 가지고 있지, 뱃속은 쫄장부요 !
그에 비하면 유비는 군사는 적어도 워낙 인걸(人傑)이어서 지금 쳐 없애지 않으면, 날이 갈수록 골칫덩이가 될 것이네,
그러니 원소가 염려되어 늦출 수는 없는 일이지. 결심했으니, 두 말들 말게 ! 이십만 대군으로 서주성을 공격하겠네 !"
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주공의 명를 받들겠습니다."
순욱과 정욱은 조조를 향하여 두 손을 읍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리하여 수일 간의 준비끝에 조조의 이십만 대군이 연주성을 출발하여 유비가 장악하고 있는 서주 정벌에 나섰다.
조조가 이십만 대군을 이끌고 서주 정벌길에 올랐다는 소식이 서주에 들어왔다.
유비는 그 사실을 하비성을 지키고 있는 관우에게 알리고 조조군의 공격에 대비한 만반의 방어태세를 갖추게 하였다.
그리고 장비,조자룡과 함께 서주성 성루에서 출정식을 겸한 하늘에 제(祭)를 올렸다.
유비가 제문을 읽는다.
"신 유비가 피눈물로 하늘과 역대 제왕께 제를 올립니다. 조정의 불행으로 역적들이 활개치고, 귀비께서 역적에게 참혹하게 당하시고, 충신들도 연이어 죽임 당했는데도, 신은 나라 재건도 못하고 역적도 제거하지 못해, 고통속에 애간장이 타옵니다.
이에 하늘에 제를 올리오니, 천지신명과 역대 제왕께서는 역적 조조를 멸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제게 주시옵소서.>
제문을 읽은 유비,장비,조자룡이 삼배(三拜)를 하고 일어서자 자룡이 성밖을 가리키며 말한다.
"주공 ! 조조군이 옵니다."
그 소리에 유비와 장비가 성밖을 바라보니 과연 조조의 대군이 질서정연하게 성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유비가 측근에 대기하고 있던 미방을 부른다.
"미방 !"
"네 ! "
"준비되었는가 ?"
"분부만 내리십시오 !"
"그래, 지난번에 역적 조조를 협공하자고 원소에게 밀지를 보냈으니, 지금쯤 원소의 대군도 지척에 왔을 거네,
자네는 원소 진영에 들어가면 먼저 허유부터 만나게, 허유는 원소가 믿는 중요한 인물이야.
허유에게 자초지종을 고하고, 그의 지지를 얻으면 원소를 만나게. 그래야 원소의 확신이 커질 것이야."
"알겠습니다 !"
미방은 유비의 밀명을 띠고 원소의 진영으로 달려갔다.
그런 뒤에 유비는,
"하비성에 있는 둘째에게는 조조의 침공을 알렸으니, 어련히 알아서 준비하겠지..
이젠 우리들이 조조에게 맛설 준비를 해야 하네, 셋째, 자룡. 당부한 대로 군사들을 준비하게 !"
"옛 !"
"옛 !"
장비와 조자룡은 즉각 자기자리로 돌아가 전투태세에 돌입하였다.
잠시후, 서주성을 에워싼 조조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바로 그때, 서주성 문이 열리며 유비와 조자룡이 말을 타고 천천히 조조가 타고있는 전투마차 앞으로 다가왔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할 수 있는 거리로 접근한 두 사람은 그 자리에 말을 멈추고, 조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비 ! 내 손바닥 아래 놀던 놈이, 내 잠시 소홀한 틈에 서주를 삼켜구나."
하고, 호령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대꾸한다.
"조조 ! 승상이란 자가 역적 짓을 하다니 !... 나와 천하의 영웅들은 역적 조조를 죽인다 맹세했네."
"그래 ? 그러나 나를 죽이려는 자는 많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모두 다 무덤으로 갔지.
넌 내 적수가 못되니 어서 성을 내놓게. 그러면 부추 길러 먹을 땅뙈기는 조금 떼어 주겠네.
만약 대항한다면 내 병사들이 자네 군사들은 씨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야."
"그럼 어디 해보게. 내 병사들은 적어도 다들 뛰어나니, 자네 병사는 많아도 우리한테 당하지 못할 것이네."
"어찌 그리 자신하누 ?"
"원소의 대군이 그대 뒤를 기습하여, 며칠 뒤에는 허창을 함락할 텐데, 그러면 그대는 갈 곳이 없을 테니 어디 묻히겠는가 ?"
"원소를 과대평가 하는구먼, 과연 그렇게 될까, 엉 ?"
"아니, 그대를 과대평가 했었지, 그대가 아무리 지독해도 사람인 줄 알았는데, 회임중인 귀비까지 목 졸라 죽이고, 자기 딸년을 황후로 봉하다니 짐승만도 못한 짓 아니던가 ?"
"정녕 싸우겠다는건가 ?"
"죽는 날까지 싸울거요."
"좋다 !"
말을 끝낸 조조가 손짓을 하자, 조조가 탄 전투마차 병사들이 마차를 자기 진영으로 돌렸다.
유비와 조자룡도 그 자리에서 말을 돌려 성안으로 다시 돌아와 본격적인 전쟁 준비에 들어갔다.
삼국지(三國志)제119편
허유의 간언(諫言),
"아이쿠 ! 우리 주공은 졸..장부~ !"
원소는 졸장부~
허유의 계책을 듣지않아 몰락의 길을 가는구먼.
모름지기 영웅은 위기에 강해야 함을 모르니..
우리도 일상에서 우선순위에 냉정함을 잃지않아야 한답니다.
한편, 유비의 특명을 띠고 원소의 진영에 도착한 미방은 허유를 찾아갔다.
허유는 유비의 서한을 받아보고 물었다.
"조조가 친히 이십만 병사를 이끌고 서주를 공격해 왔다 ?"
"네 그렇습니다. 서주가 위급하여 원공께 속히 출병을 부탁했습니다."
"위급이라 ? 그 말은 .. 유 장군이 서주를 지키기 어렵다는 말인가 ?"
"아닙니다. 서주성은 견고해서 잘 싸우고는 있습니다."
"잘 싸우고 있다고 ?
그렇다면 왜 도와달라는 것인가 ?
그대들 힘으로 당할 수가 있다면서?.. ...그러지 말고 이실직고 해보게. 유비가 며칠이나 버틸 것 같나 ?"
허유는 단도직입적으로 미방의 대답을 무시하면서 물었다.
그러자 미방은, "한, 백일 정도 ..."
"헛소리 !"
허유가 냉담한 단언을 내리자
미방은 눈을 내리깔며,
"오십일 정도요..." 하고 맥빠진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허유는 가소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도 좀 부풀린 것 같군 !...." 하고, 대답하며 군막을 나서자 미방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말한다.
"허 선생 ! 저희 주공께서는 허 선생은 책략이 넘쳐나, 원공께 영향력이 크다 하시면서 허 선생만 허락하시면 원공도 출정을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선생을 먼저 뵈오라 하셨습니다." 하고, 허유를 잔뜩 추켜세웠다.
그러자 허유가 총총히 자신의 뒤를 따르는 미방을 돌아보며,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유 공이 정말 그리 말했나 ?"
"아무렴요. 유 장군께선 틀림없이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허유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 응 ? ... 솔직히 말해, 나도 조조가 서주를 공격하길 기다렸네 !" 하고,
속 마음의 일부를 드러내 보였다.
허유가 급히 간 곳은 원소의 군막이었다. 그곳을 지키는 호위 장수는 허유를 보자,
"이거 큰일 입니다." 하고, 당황하며 말을 꺼넨다.
"무슨 일인가 ?" 허유가 묻자,
장수는, "도련님 병 때문에 주공께서 속을 끓이고 계세요."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허유는, "내가 들어가 뵙겠다."
하고, 원소의 군막안으로 들어갔다.
군막 안에는 원소의 다섯째 아들이 몸져 누워있었고, 원소는 손수, 수건에 물을 적셔, 아들의 이마에 얹어주면서,
"아, 이걸 어째 ! 큰일 이로군 !" 하고, 말하면서 태산같은 걱정의 말을 쏟아내는 것이었다.
"도련님께서 많이 아프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 허유가 원소에게 물었다.
"허유 ? .. 아무래도 죽을 것만 같구려."
"죽다니, 어째서 도련님이 죽는단 말 입니까 ?"
"내가 아들은 많아도 모두가 쓸 만하
지 못한데, 이애, 다섯째 하나는 총명해서 많은 기대를 걸고 있잖소.
그런데 이 애가 옴이 올라서 목숨이 위태롭단 말이오. 그러니 내가 무슨 경황이 있겠는가 ?"
"주공 ! 옴으로 죽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 그것보다는 지금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서주로 유비를 쳐 온다는 급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기회에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허창을 공격한다면 천하를 쉽게 얻을 수가 있습니다.
당장 공격을 명하시어 허창을 손에 넣게되면 본거지를 잃은 조조는 혼란에 빠질 것이고, 우리는 수습만 하면 됩죠.
또 헌제만 업으면 제후들을 호령하는 사람은 주공이 되시며, 천하는 주공의 손에 들어오게 되는 겁니다." 하고, 승기를 다 잡은 듯이 호기롭게 아뢰었다.
그러나 원소는 아들의 병세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허창까지 거리는 ?"
"겨우 이백 오십리 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아픈 애를 데리고 어찌 이백 오십리를 가겠나 ?"
"도련님을 데리고 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주공 ! 어서 허창을 치라는 명을 내리소서.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입니다."
허유는 두 손을 모아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그러나 역시 원소의 관심은 아픈 아들뿐이었다.
"애지중지 사랑으로 키운 아들인데...
이 애가 잘못 되면 나도 못 사네 !"
"주공 ! 이런 기회는 놓치면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번에 반드시 조조를 쳐야만 합니다."
허유는 애가 타서 말했다. 그러나 원소는 잔뜩 찡그린 인상을 쓰면서,
"이 애 때문에 마음이 쓰리고 속이 타는데, 무슨 전쟁을 하겠나 ! .. 인석이 잘못 되면 나도 못 살아 !"
원소는 그야말로 허유의 간언은 아랑 곳이 온통 다섯째 아들의 병세에만 매달려, 울기 직전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이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허유가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지르듯이 말했다.
"주공 ! 정신을 차리세요 !"
"물러가 !"
원소는 허유의 간언을 매우 귀찮게 여기며 소리쳤다. 그러자 안타까움이 절정에 달한 허유가,
"제발 !" 하고, 말하자, 원소는 화가 잔뜩 뭍은 소리로 팔을 휘저으며 허유에게 소리쳤다.
"꺼져 !"
...
"하 ! ~ "
...
허유는 대답할 말을 잃고, 원소의 앞을 물러 나오고 말았다.
허유가 허탈한 모습으로 밖으로 나오자 초조하게 기다리던 미방이 다가와,."언제 출병한다 하십니까 ?"
하고, 묻는다. 그러자 허유가 고개를 흔들며 실망어린 한탄을 하였다.
"졸장부야 ! 졸장부 ! 어린애 하나 때문에,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다니 ! 아, 정말 기가 막히는군 !"
허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소리높여 말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쳐다보았다.
그러자 허유의 실망스런 소리를 들은 군막 안의 원소는 발끈 화를 내면서 측근에게 말했다.
"나를 모욕한 허유에게 곤장 스무대를 치거라 ! 어서 !"
"옛 !"
허유는 병사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소리쳤다.
"졸장부 ! 졸..장부 !"
원소의 군막앞에는 어느새 형틀이 마련되었고, 허유는 군사들에 의해 형틀에 묶여져 사정없이 곤장을 맞았다. 그러나 허유의 입은 멈출 줄을 몰랐다.
"하나요 !"
"철썩 !"
"아이쿠 ! 졸...장부 !"
"둘 이오 ~ !"
"철썩 !"
"아이쿠 ! 우리 주공은...
졸, 졸..장부~ !"
이렇게 군막 밖에서는 모사 허유가 병사들이 내리치는 곤장을 사정없이 얻어 맞고 있었고, 군막 안의 원소는 일그러진 얼굴로 꼼짝도 하지 아니하고,
눈을 감고 병석에 누워있는 다섯째 아들을 걱정하는 눈길로 바라보며,
"인석아 ! 아이구 ,이걸 어째 !..."
이렇게 한탄과 걱정이 버무려진 소리를 계속 내뱉고 있었다.
※ 三國志 제120편 ※
조조의 계략
한편, 하비성을 지키고 있던 관우는 모사 손건에게 물었다.
"서주성에 계신 형님이 조조군에 의해 포위된 지가 며칠 지났는데, 무슨 소식은 없는가 ?"
그러자 손건이,
"서주성은 밤낮으로 격전중이며, 성밖에는 조조군의 시체가 즐비하다고 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관우는,
"단단히 각오하고 온 조조라네, 조조군의 사상이 그렇게나 많다고 하면 서주성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인데.." 하고, 걱정하였다.
그러자 손건이,
"성은 주공의 손에 있고, 며칠 후에는 원소도 출병하지요.
그러면 승세는 우리쪽으로 기울 겁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관우는,
"그 며칠을 형님께서 못 버텨내면..."
하고, 또다시 걱정하면서,
이어서 말한다.
"내가 지금이라도 출병해 조조에게 기습을 가하면, 서주성이 곤경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 손건, 하비성은 자네가 지키고 있게."
하고, 당장 출병할 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손건이,
"안 됩니다 ! 주공의 명령을 잊으셨습니까 ?
성은 지키되 출병은 안됩니다."
하고, 만류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우가, "형님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데 어찌 보고만 있누 !" 하고, 답답함을 말하자,
손건은, "장군 ! 하비성에 군사는 팔천이 전부입니다. 전부 끌고 출병해도 도움이 안 될 겁니다.
반대로 출병을 않으면 조조는 실정을 모르지요. 밖을 보세요.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조조군은 어림잡아 5, 6만에 달합니다.
우리가 8천 군사로 이들을 붙잡고 있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역활을 다 하는 겁니다.
더구나 저들이 감히 덤벼오지 못하는 것은 장군이 있어서지요.
허니 주공께서 하비성을 지키고만 있으라고 하신 것은 나름의 생각이 있으셨던 겁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래도 관우는 뜻을 굽히지 아니하고,
"그럼, 야음을 틈타 2천 병사로 조조를 습격할 테니, 성안에서는 자네가 내 깃발을 들고있게.
습격을 한 뒤에 곧바로 돌아올 테니" 하고, 말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손건이 두 손을 모아 올리며 단호한 어조로,
"안 됩니다. 나는 주공으로 부터 하비성과 장군을 지키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 꼭 출병을 고집하시겠
다면,
저를 죽이고 내 시신을 밟고 가십시오 !"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니 더이상 관우는 출병을 고집할 수 없었다.
한편, 연일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서주성 밖에는 미축의 말대로 널부러진 조조군의 시체가 즐비하였다.
이런 상황은 유비군에게도 파악되었다.
그러던 중에 유비에게 보고가 올라온다.
"원소의 진영에 갔던 미방 장군이 돌아왔습니다 !"
유비는 지쳐 돌아오는 미방에게 물 한잔을 건네주며,
"다친 데는 없는가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초최한 몰골의 미방은,
"네 괜찮습니다." 하고, 대답하며, 유비가 건네 준 물 한잔을 마시고 나자, 미방의 다녀 온 결과가 궁금한 유비가,
"원소는 언제 출병한다 하더냐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미방이 얼굴을 찡그리며,
"출병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원소의 아들놈이 아파,
얼이 빠져서 전쟁할 마음이 없다고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미방의 말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던 유비가,
"아들이 아프다고 ? 천하의 제패가 달린 전쟁인데, 아픈 아이 때문에 기회를 놓친다구 ?'
유비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반신반의로 미방에게 물었다.
"제가 직접 안봤더라면 믿지 못했을 텐데, 원소가 정말 그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서도 믿어지지 않는 듯이 다시 물었다.
"허유는 뭐라 하던가 ?"
"허유도 지금이 조조를 멸망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였지만, 원소의 관심을 돌리기는 커녕, 홧김에 졸장부 운운하다가 그의 노기를 사서 곤장만 맞고 말았습니다."
하고, 원소의 진영에서 본대로 아뢰었다.
그러자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장비가, "원소란 놈, 계집만도 못한 떨거지네 ! 그야말로 전쟁을 하다 오줌을 지릴 놈이 아닌가 !"
하고, 열받은 소리를 내뱉고, 이어서 유비에게,
"형님 ! 그런 놈에게 기댈 것 없이, 우리끼리 조조를 없앱시다 !"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유비는 난감한 가운데 문득 의문이 드는 점이 있었다.
그리하여,
"미방 ! 조조군이 철통같이 성을 에워싸고 있는데, 자네는 어떻게 성에 들어올 수가 있었나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미방이,
"허긴 이상했읍죠. 성안으로 못 들어올 줄 알았는데, 성밖에는 조조군의 시신이 수습되지 않은 채로 군사들은 성밖 30리 밖으로 철수를 했더라구요."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가,
"철수해 ? 사실인가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미방은 본 대로,
"네, 삼십리 밖에다 진영을 쳤지요."
하고, 대답한다.
유비가 고개를 저으며 생각한다. 그리고 입을 열어, "연일 전투에서 조조군도 사상자가 많이 생겨서, 쉬면서 군사들을 정비한 뒤에 다시 공격해 올 모양이군,
그렇다면 조조군이 진영을 친 곳은 어느 곳이더냐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미방이,
"망탕산 기슭에 진을 쳤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비가 말한다.
"형님 ! 조조가 연일 계속된 공격으로 군사들이 많이 지쳤을거요. 그러니 멀리 물러난 것 아니겠소 ?
그러니 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서 밤중에 조조의 진영을 기습하면 대승을 거둘 수 있을거요 !"
하고, 전투의지를 보이는 것이었다.
유비도 장비의 말을 타당히 여겨,
"좋은 방법이 될 것 같군 ! 원소에겐 희망이 없으니, 이젠 우리 스스로를 믿는 수밖에 없겠네.
조조군이 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우리가 밤에 공격을 한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겠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신이나서,
"거 보슈 ! 내 말이 딱이잖소 !"
하고, 신이 오른 소리를 내뱉었다.
유비가 미방에게 명한다.
"전 군에 전하라 ! 사경(四更:새벽 1~3시사이)에 출병한다 ! 삼십리 길이니 철기(鐵騎)를 선봉으로 조조 진영을 기습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라고 일러라 ! 조조만 죽이면 이 전쟁은 승리를 거둘 수 있다 !"
하고, 단언하였다.
그러자 장비와 미방은 두 손을 마주잡고 명을 받든다.
"알겠소 ! "
"네 !"
한편 , 낮에 서주성을 공격하던 조조의 중군(中軍)에서는 갑자기 광풍이 일어나며 아기(牙旗)가 뚝 부러지는 일이 생겼다.
그리하여 휘하 장수가 조조에게 보고하니 조조는 마음에 의심이 생겨 군사를 멈추게 하고, 순욱을 불러 길흉
(吉凶)을 물어 보았다.
그러자 순욱이 조조에게 묻는다.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었다 합니까 ?"
"동남풍이었다고 하네."
"그럼 부러진 깃발은 무슨 색이었습니까 ?"
"진홍색 깃발이었네."
"그렇다면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병법(兵法) 천상편(天象篇)의 점풍결(占豊訣)에 따르면, 적(敵)이 야음을 틈타 기습해 오리라는 징조를 알리는 것입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조조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러면 그것은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시는 것이니, 방비를 하도록 해야겠군 !" 하고, 말하며 기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군사들을 30리 밖으로 물려 본진을 치고,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조조는 자신의 군막에서 편하게 누워서 밤이 깊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대장 조인이 한가하게 누워있는 조조를 찾아와 말한다.
"주공, 병법에 따르면 원정에선 속전속결이 유리한데, 어찌 군사를 물리셨습니까 ?
사상자가 너무 많아 걱정되십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유독 태평하게 대꾸한다.
"그 오천여 명에 이르는 전사자 시신은 일부러 거두지 않고 유비 눈앞에 뒀으니 그리 알아라."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조인이 의문을 갖고,
"네에 ?" 하고, 눈이 동그래지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조조가,
"조인아 !"
"네 !"
"병법을 배웠다는 자들이 모두 바보 같구나. 넌 언제쯤이나 이런 상황을 간파할 수 있겠냐 ?"
조조가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조인은 눈을 내리 깔았다. 조조의 말이 이어진다.
"요 며칠 우리가 서주성을 공격할 때는 약한 놈들만 쓰고, 정예부대는 쓰지도 않았어. 왜 안 썼겠냐 ?
서주성은 견고해 맞서면 우리의 피해가 너무 커져, 어차피 생길 피해, 약한 놈 시체 몇천 구를 유비에게 주어서. 마음이 방심하게 만듬다음. 다음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