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사무실에서 풍란이 꽃을 피웁니다. 대부분 식물이 흙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데 비해 풍란은 하늘을 향해 뿌리를 뻗고 사는 신비함이 있어 좋습니다. 서양란은 크고 꽃도 화려하지만 향기가 없는데, 동양란인 풍란은 ‘크기는 작지만 향기가 10리까지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향이 짙습니다.
얼마 전 우리 교회 노권사님이 버스에서 운전기사의 잘못으로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권사님은 “사고 낸 것을 회사가 알면 해고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운전기사의 말에 입원도 하지 않고 댁에서 약만 드시며 앓으셨습니다. 홀몸 어르신이기에 이제라도 입원하시라고 하니 자식 키운 어미로서도 내키지 않으셨나 봅니다. 권사님은 “내가 교회 다니는 사람인데 이제 언제라도 하나님이 부르시면 가야 할 나이죠. 괜찮아요”라고 말씀하십니다.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골 3:2) 풍란은 늘 땅의 것에 연연하며 살아가기 쉬운 우리를 향해 교훈을 줍니다. 우리에게 ‘무엇을 지향하며 어디에 삶의 뿌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우리 권사님에게서야말로 짙은 풍란의 향기가 흐르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