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존 계획대로 이달 16일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진행하기로 하며 사전청약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토지 보상절차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시장에서는 계획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여기에 사전청약 대상 아파트의 분양가가 시세의 60~80% 수준에 책정될 예정이어서 ‘로또당첨’을 노린 위장전입 등 불법·탈법이 우려되고 있다.
LH사태로 커지는 주민 반발… 토지보상 차질로 주택공급 지연되나
사전청약은 착공을 앞두고 진행하는 본청약보다 1~2년 앞서 진행된다. 사전청약 이후 본청약이 진행되고, 그 이후에 입주가 시작된다. 하지만 신도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계획대로 사전청약을 하면 본청약은 물론 실제 입주가 상당 기간 늦어져 사전청약 당첨자에겐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로 3기 신도시 예정지의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사업 지연 가능성이 커졌다. 하남 교산의 경우 주민들이 반발하며 지장물 조사는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인천 계양에선 주민들이 토지감정 재평가를 요구하고 나섰고, 남양주 왕숙도 감정평가를 두고 LH와 주민들 간의 갈등이 커져 토지보상이 계획보다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본청약 일정이 오랫동안 지연되면 사전청약에 당첨되고도 오갈데 없는 ‘청약난민’이 대거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청약 시기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정안처럼 본청약이 사전청약 후 1~2년 안에 이뤄지지 않고 기약 없이 미뤄질 경우 꼼짝없이 전세를 떠돌아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9~2010년 보금자리주택 추진 당시 구리 갈매, 부천 옥길, 시흥 은계, 하남 감일에선 주민 반발에 따른 토지보상 지연으로 사전청약 당시 계획보다 5~8년 늦게 본청약을 진행했다. 특히 하남 감일지구에선 사전청약 당첨 후 10년 만에 입주가 이뤄졌다. 입주가 기약없이 연기되자 절반이 넘는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포기했다. LH와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사전청약 당첨자 1만3398명 중 실제 공급을 받은 사람은 5512명(41.1%)에 불과했다.
‘당해 거주자’ 조건 갖추려… 청약 지역 내 비거주 전입신고 급증
여기에 사전청약을 앞두고 해당 지역의 고시원·원룸 등에 위장전입을 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원룸·고시원 등의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非)거주로 전입신고가 가능한 성남·인천·남양주 일대 고시원을 구하는 게시글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개시일이 다가오자 해당 지역에 거주 중이어야 한다는 청약 지원자격을 충족하려는 ‘막차수요’가 몰린 것이다.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전입신고만한 뒤 해당 지역 거주자 조건을 채우면 당첨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3기 신도시 청약은 경기도 기준 해당 시·군 1년 이상 거주자에게 30%를 1순위로 공급하고, 이후 경기도 거주자(6개월 이상) 20% 2순위 공급, 수도권 거주자 3순위 공급이 이뤄진다. 선순위 청약에서 낙첨하더라도 다음 순위 선정 대상자에 포함되는 방식이어서, 해당 지역 거주자는 최대 3번의 당첨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더구나 해당 지역 거주자 유형은 상대적으로 다른 유형보다 경쟁률과 가점 커트라인이 낮다. 청약전문가 정지영 아임해피 대표는 “당해 거주자 유형은 2·3순위 유형보다 당첨 가능한 가점이 평균적으로 10점 가량 낮다”며 “청약통장 가입기간으로 따지면 3년 이상 아끼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장전입은 엄연한 불법행위인 만큼 적발될 경우 주택 공급계약이 취소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후 10년 동안 청약신청 자격도 제한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분양된 단지 대상의 점검 결과 총 499건의 부정청약을 적발해 수사 의뢰했다. 이 중 위장전입은 191건에 달한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올해 상반기 분양단지를 대상으로 부정청약 여부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25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