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원장
이소연)은 금년 1월 고려인마을(대표 신조야)이 소장한 유물 2만여점 중 고려인 유명작가나 문화예술인들이 남긴 소설, 희곡, 가요필사본 등
육필원고 21권과 고려극장 80여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첩 2권 등 총 23권을 국가 기록물로 등재한 바 있다.
고려인마을기록물은 등재순서에 따라 유진오의 제헌헌법 초고(제1호), 이승만 대통령 기록물(제3호), 조선말 큰사전 편찬
원고(제4호), 도산 안창호 관련 미주 국민회 기록물(제5호), 3.1운동 관련 독립선언서류(제12호) 등에 이어 제13호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나눔방송'은 광주 고려인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이해를 돕고, 고려인선조들의 잊혀진 항일독립운동을 복원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 등재된 유물 23편을 시리즈 기사로 작성, 보도에 나선다.
[국가지정기록물 제13호로 지정된 23권 중
제15권은 한진 희곡 ‘꽃의사’(1974년)이다]
한진(1931-1993)은 대표적인
재소고려인 2세대 한글문학 작가이자 고려극장의 유일한 프로극작가였다. 1964년에 고려극장에 들어간 이래 사망한 1993년까지 수십 편의 희곡을
써서 연극무대에 올렸고 그 연극들은 고려인사회뿐만 아니라 소련중앙문화예술계의 큰 주목도 받았다.
고려극장은 한진의 등장으로 인해
연극 수준이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소고려인 한글문학평론가 정상진은 한진을 비교할 대상을 찾을 수 없이 뛰어난
작가라고 평했다. 그가 쓴 희곡 8편과 소설 1편이 국가지정기록물 13호로 등재되어 있다.
희곡 「꽃의사」는 꽃의 병을 고치는
꽃의사 알라와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 윅또르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것이다. 이들은 둘 다 고아로 자라난 아픔이 있기에 마음이나 육신의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예리한 연민을 갖고 고귀한 양심을 보여주며 여러 가지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이기고 그 둘만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완성한다는
내용이다.
이 희곡은 꽃의사 알라가 소경들을 위한 꽃밭을 만드는 데서 절정을 이룬다. 이때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 윅또르는
“알라. 너는 심청이다. 이 공원에서는 소경들이 눈을 뜰 것이다. 심청이가 뿌린 눈물이, 사랑이, 희생이 이 꽃동산을 낳았다.
분주한 도시의 한복판에 임금의 도움으로가 아니라 백성의 힘으로 너는 다시 소경잔치를 베풀었다. 이것은 비단 소경들을 위한
꽃동산만이 아니야. 이것은 인간성의 공원이야. 나는 불행한 그 사람들의 얼굴에 기쁨이 피여 나는 것을 봤다. 창백한 그들의 얼굴이 꽃빛으로
물드는 것을 봤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나눔방송: 양나탈리(고려인마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