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3. 소월
또다시 신주영의 역습. 뿌리치고 뿌리쳐도 신주영은 계속 따라붙었다. 이만하면 지칠 때도 되었을 텐데 강철 체력이긴 한가 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빠르고 더 잘 뛰고 슛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 나는 좀 지쳐가긴 하는데. 그래도 신주영을 이기기 위해선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이번 시합에서는 누가 이길까? 승리자는 우리 <비스켓>이라고!
농클의 공격. 공이 이율에게 넘어갔다. 이율의 덩크슛. 좀… 멋있다. 잘났으니 멋있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의 공격. 공이 효령이에게 넘어갔고, 효령이가 해울이에게 패스했다. 해울이를 가로막는 최종운.
최종운의 철벽 수비에 해울이는 가지 못하고 주위를 살피더니 내게 패스했다. 신주영이 앞에 서 있었다.
틈을 찾았으나 도통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가 바이얼레이션 걸리겠다. 페이크 써야지.
팔을 뻗었다. 신주영이 나를 보았다. 이때다! 하는 척하며 신주영을 제치고 달려갔다. 신주영이 뒤에서 공을 쳐냈다.
그러곤 임종현에게 패스했다. 제길. 슛할 좋은 기회였는데.
또다시 신주영을 쫓아갔고 신주영을 따라잡았다. 너 또한 슛 못해! 공은 임종현에서 장수현에게 넘어갔다.
장수현이 레이업 슛을 성공시켰다. 제길 3점이나 뺏겼다. 3점 슛으로 되갚아주마!
“소월아!”-동현
동현이가 내게 패스를 했고, 나는 또 미친 듯이 달렸다. 해울이가 옆에서 같이 달렸다. 신주영이 다시 내 뒤를 쫓아와서는 가로 막았다.
나는 그대로 던졌고 3점 슛을 성공시켰다. 농클 애들 표정이 일그러졌다. 훗. 어느새 동점.
“역전 하자!”-소월
농클의 공격. 그때였다.
삐—익!
“시합 종료!”-범진
점수는 비밀. 동점으로 비겼다. 이길 수 있었는데. 연장 안 하냐고? 정규 시합도 아닌 저녁 시간에 하는 농구에 연장은 없다. 체육대회나 친선 경기 같은 정규 시합이 아니라면 연장할 시간도 없다.
끝나면 그 판은 그대로 종료. 이어서 하는 것도 없다.
“에이, 뭐야. 비겼네.”-구경꾼1
“아깝다.”-구경꾼2
지네가 더 아쉬워하고 있었다.
“역시 신소월 신주영 막상막하네.”-구경꾼3
“그러게.”-구경꾼4
신주영이 나를 보았다. 피식 웃더니 돌아섰다. 저 웃음의 의미는 뭐지? 비웃는 건가?
“잘했어, 주영아!”-신주영 남친
신주영 남친이 수건과 물을 건넸다. 신주영은 그걸 또 받아 들었다. 남친이 자상하네. 저 남친이 훨씬 아깝긴 하지만. 신주영이랑 안 어울려.
“해울아, 수고했어.”-다은
김다은 년 언제 왔대? 김다은도 해울이에게 수건과 물을 건넸다. 뭔가 상당히 재수없다. 죽여버리고 싶다, 개년.
“이길 수 있었는데.”-해울
“역시 농클 잘하네.”-효령
“아, 야자 해야 되네. 잴까?”-소월
“그럴까?”-해울
이리하여 애들과 다 함께 야자를 재기로 했다. 반 애들 중 하나를 시켜서 우리 가방을 다 가지고 오게 했다. 우리는 가방을 받고 당당히 정문으로 나갔다.
이게 바로 자유라네!
부평역에 있는 별카페(별나라 카페. 스타벅스 아님)에 갔다. 7명이 떼거지로 몰려가니 미팅하는 것 같다. 자리에 앉아 음료를 주문했다.
“신주영 아주 날아 다니대?”-동현
“이율은 어떻고. 임종현, 장수현, 최종운도 만만치 않아.”-범민
“재수 털리긴 하는데 걔네가 제일 잘하긴 하네.”-효령
“박살내야 하는데 어떻게 박살내지?”-해울
“아침에 잽싸게 와서 체육관 차지해 버리자.”-소월
“당연하지~”-범민
그때였다. 신주영 패거리들이 들어왔다. 여자애들과 남자친구. 남자애들은 어디 갔대?
“언니, 엄마는?”-수진
구수진이 알바생을 보다가 우리를 보았다.
“신소월 년이다.”-수진
“뭘 야려, 씨방년이.”-수연
신주영이 우리를 보았다. 그러더니 놀란 얼굴을 했다. 뭐지?
“야, 나가자.”-주영
우리보고 놀란 건가? 무서워? 훗~ 아까 농구 시합으로 은근 두려워졌구나?
“왜. 저년이 야리는데!”-수진
“가…가야 할 것 같은데…”-혜정
이혜정도 쫄았다. 수연이의 눈빛이 무섭구나?
“가…가자…”-남자친구
신주영 남친도 쫄았다. 구수진이 인상을 쓰다가 당황했다.
“그 시간에 튀는 게 낫겠네.”-주영
신주영은 카페를 나갔다. 다른 애들도 덩달아 도망치듯 나갔다.
“야, 쟤네 쫄았나 보다. 수연이 니가 무섭긴 무섭나 보다.”-영은
“훗~ 당연하지.”-수연
우리학교 여 일진은 수연이가 될 것이다! 구수진, 신주영 너흰 이젠 끝났어!
*
애들이랑 놀다가 집으로 왔다.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 왔었어.”-이모
야자 잰 거 들켰나 보다.
“왜?”-소월
“허락도 없이 야자 빠졌다고.”-이모
역시나. 뭐야, 담임.
“소월이 너 정신 똑바로 차려. 니 할 일은 니가 알아서 하는 거야. 니 할 일이 뭐야? 공부밖에 더 있어?”-이모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양궁으로 대학도 못 가는데 공부해야지.”-이모
누가 양궁으로 대학 간대? 어차피 양궁으로 대학 보내줄 생각도 없었으면서.
“대학교 등록금 1학년까지만 대 줄거야. 나머진 네가 알아서 다녀.”-이모
자기 딸 아니라 이거지?
“그깟 대학 안 가면 그만이지.”-소월
“가던 말던 네 마음인데 대학 등록금 말고는 나머진 지원 안 해. 니 인생이니까 니가 알아서 할 일이지.”-이모
자기 딸 아니라고. 아니꼽고 더러워서.
“엄마, 나 왔엉~”-소미
고소미라고 이모 딸 있다. 막내 딸. 나와는 사촌이고 1살 차이인데 애가 재수없다. 재수없게도 우리 학교.
“딸~”-이모
자기 딸 있다고 살갑게 대하는 꼬라지 하고는. 역겨워. 나는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땡땡이?”-소미
소미가 따라 들어왔다. 방을 같이 쓴다. 소미네 언니가 고3이라 예민해서리.
“그건 그렇고 비겼다며?”-소미
아까 시합 봤나 보다.
“근데?”-소월
“주영언니 활약이 대단했다지?”-소미
“신주영이 아니라 나겠지.”-소월
“너 따위 내 알 바 아니고.”-소미
뭐야, 얘. 신주영 팬클인가?
“레즈야? 신주영 좋아해? 가서 사귀자고 고백하지? 아, 근데 어쩌니? 걔 남친 있던데?”-소월
“주영언니 남친 있는 거 웬만한 사람 다 아는데. 그 오빠 주영언니 바라기더만.”-소미
신주영 바라기? 미친 새끼. 그딴 년이 어디가 좋다고. 예쁜 것도 아닌 주제에. 소미는 옷을 갈아입으며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주영
신주영?
“언니~~”-소미
목소리가 아주 간드러지는 게 나한테 대하는 태도와 아주 딴판이다. 무슨 남자친구랑 통화하는 줄.
[소미구나? 왜?]-주영
통화는 지 혼자 하지 왜 스피커폰으로 하는데!
“이어폰 끼고 하던가 혼자 통화 하던가!”-소월
[누구? 신소월?]-주영
“네. 언니~ 아깐 너무 아쉬웠던 게임이라면서요?”-소미
[아쉬운 게임이었지.]-주영
“레즈.”-소월
소미가 나를 노려보았다. 통화를 끊고는 나를 흘기곤 나갔다. 밖에선 소미가 이모랑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신주영 얘기였다.
아주 진짜 남자친구네? 사겨라, 아주.
카카오 톡. 효령이네?
-효령: 나올래? 심심한데.
-소월: ㅇㅋㄷㅋ 어디?
-효령: 여기 공원.
나는 겉옷을 들고 나갔다.
“어디가?”-이모
“효령이 만나러.”-소월
그러고는 휙 나와버렸다. 남이사 어딜 가던 말던. 자기 딸내미 한테나 신경 쓰라 해.
공원 벤치에 앉아 담배 피우는 효령이를 보았다.
“왔어?”-효령
나도 같이 담배를 피웠다.
“아줌마 아저씨는?”-소월
“집에. 운동한다고 하고 나왔어.”-효령
“난 이모가 지랄하던데. 담임이 야자 쟀다고 전화했대.”-소월
“우리집도.”-효령
담배를 끄고 공원을 걸었다. 농구장 쪽에서 농구 하고있는 무리가 보였다. 야밤에 농구…
신주영이었다. 같이 농구 하고있는 사람은 남자2, 신주영 제외 여자1명.
하나는 신주영 오빠인데 나머지 하나는 모르겠다. 여자는 언니인가? 엄마라고 하기엔 좀 젊은데?
2대2인가 본데 신주영이 발리고 있었다.
“저들 중에 신주영이 제일 못하네.”-소월
“그러게.”-효령
농구장 쪽으로 가까이 갔다. 네 명이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 언니랑 오빠들인가 보다. 언니가 한26~27정도 되어 보였다. 농구 선수인가?
잘했다. 신주영보다도 훨씬. 신주영이 저들 중엔 형편없는 실력인가보네.
“신소월!”-주영
신주영이 나를 불렀다. 왜 또? 시합하자고? 얼마든지.
“1대1 어때?”-주영
“발리고 싶니, 너?”-소월
신주영이 피식 웃었다.
“나 말고 여기…”-주영
신주영이 자기 언니를 가리켰다. 저 언니하고? 재밌겠네. 농구하면 신소월이니까.
“좋아요.”-소월
그러자 주영이네 언니가 웃었다. 예쁘다. 신주영이랑 닮았는데 언니가 훨씬 예뻤다.
언니라고 봐주지는 않는다. 내가 이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