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께서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시고 그 덕분에 서재라는 것이 집안에 있어서... 점점 자람에 따라 권해주시는 책들 ...많이 읽으며 자랐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아닌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부러운 마음에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요전번에 읽은 책의 저자가 그러하다니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동화책을 접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내가.......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더라면 학교 도서관이라도 찾아가서 읽었을 터인데 도서관이 어딘지도 모르고 초등학교를 졸업했었으니.....^^
집에 오면 책가방 마루에 놓고 동생들과 무리지어 그 당시 폐교된 분교에 놀러 다니고 앞산에도 가고 냇가에도 가서 놀고 논두렁 뛰어다니고 집 앞 한디마당에서 공기와 핀 따먹기도 하고 막자치기도 해봤었던......어쩌면 동화책을 대하며 자랐을 도시 아이들과는 달리 더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김포에서 새벽을 여시며 옥상에서 들녘 바라다보시는 재미에다가 밭에 나가 콩이며 도라지며 호박들 자라는 모습 보시다가 겨울이 되어 서울에 오시니 아버지께서는 공기탓을 하시며 무척 답답해 하셨다.
하루는 먼저 읽은 신문이나마 덜 지루해 하실 것 같아 읽어보시라 드리니 재미나게 읽으셨다며 고맙다 하신다. 어느 날은 신문의 아주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고향 소식에 반가워하시고 그 곳에서 지하자원이 나온다 하니, 아버지와 나는 그 자원과 생산될 예정이란 고향산의 추억을 같이 떠올려보기도 했는데......
그 후로 서울에 오실 때면 가깝게 온 신문들을 모아 올려다 드렸고, 어떤 날은 집에 있는 책 한권을 가리키시며 반복해서 두 번이나 읽어보셨다시며 "처음에는 집중이 될 것 같지 않더니만 재미나더라." 하시더란다.
난,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에 속으로는 짐짓 놀랐었다. '이런 모습이 잠재적으로 있으시니 자식들이 조금은 닮았을 것이었구나!' 한편으로는 아버지께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기도 했는데...... '먼저 알아서 책을 권해 드릴 것을 그랬다는......'
"아버지, 책을 읽어보셨다니까요~~~~~" 처음에는 가벼운 수필집을 권해 드렸다. 일 주일만에 다 읽으셨다고 가져오셨네? 다시 읽고 싶으신 부분은 반복해서 읽어보셨다며 ...... 나보다도 진도가 빠르셔서 오히려 긴장감이 생기고, 책을 건네 드리며 커다란 웃음이 넘나들어 기뻤다. 그리고 나서 요즘에 선택해 드린 책은? 남자분이시니 아무래도 '삼국지'...ㅎ.... "예전에 나온 책이라서 활자가 작은데요, 읽어보실 수 있으실지 한번 들여다 보세요." 아버지께서는 돋보기를 쓰시고 보시더니 흔쾌히 응하셨다. 지금. 그러니까 깨알 같은 글씨의 삼국지 3권 째 읽고 계시는데...... 주인공들에 대한 아버지 생각도 말씀해주시고, 한권 읽으실 때마다 덕분에 재미나신다며 읽으신 책 도서관에 반납하 듯 하시는데 새로운 책 달라 하시는 모습이 꼭 소년 같으셔서 보기가 참 좋다. '그래, 이제는 내가 아버지께 작은 일이나마 책을 권해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가!' 늘 새벽에 일어나셔서 바쁘게 일 하시느라 우리들에게 동화책 권하시는 것은 생각도 못하셨을 아버지셨지만 그 부지런하심으로, 성실함으로 우리를 가르치셨으니 책이야 딸래미인 내가 권해드려야지~~~^^
내가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일부러 자연을 선사하셨던 것이리라 여겨보련다. 또래에 느낄 수 있는 동화에 대한 감성이 있겠지만, 샛골로 이르는 작은 산길에 피어있던 앉은뱅이 패랭이꽃, 나리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으며 책이야 나이 들어서도 읽을 수 있었으니까.
2010년 1월 29일 평산. |
출처: 평산의 정자 원문보기 글쓴이: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