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질환은 간 및 위 질환과 함께 우리나라 성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소화기계 질환 가운데 하나다. 이 같은 이유는 육류 섭취의 증가로 인한 대장활동의 둔화와 각종 공해, 인스턴트식품의 섭취 등으로 인한 대장벽의 손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장 질환 가운데 급·만성 대장염은 가장 흔하면서도 자칫 소흘하기 쉬운 질환이다.
서울대의대 소화기내과 송인성 교수는 “식중독 등으로 인한 급성 대장염은 위생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줄어드는 추세이나 궤양성 대장염 등 만성대장염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급성장염은 위에도 동시에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급성위장염으로도 불린다. 처음에는 식욕부진이나 구역질, 구토, 명치부위의 통증 등 급성위염의 증상으로 시작되면서 장염의 증상을 나타낸다. 배변시에 심한 복통을 느끼며 소장부위에 침범돼 배꼽 주변이 아프다. 이어 대장에 침범하면 우측에서 좌측 복부에 통증이 일어나고 아랫배가 불룩해져 설사가 시작된다. 설사의 형태도 다양하다. 물찌똥(便)에서 연변(軟便), 때로는 혈액이나 점액이 섞이기도 한다.
또 좌측의 하복부가 아프고 화장실에 가도 약간의 설사만 있을 뿐 곧 다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이밖에 중증일 때나 세균성 장염일 때는 섭씨 38~39도에 이르는 고열이 나타난다.
원인은 일반적으로 폭음과 폭식, 차게 잠잘 때, 식중독 등이며 또 알레르기성 장염이라고 해서 계란, 고등어, 우유 등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나 감기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급성장염이 지속되다 보면 만성으로 바뀌는데 일반적으로 소장과 대장에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복부 전체에 불쾌감이 있고 가스가 차거나 배꼽 주위나 하복부가 무겁고 둔통이 온다. 식욕 또한 없고 쉽게 피로해진다.
만성장염이라는 병명은 만성설사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나 만성설사 중에는 장에 염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원인도 급성장염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고 ▲장점막의 만성염증 ▲장내 세균 증식 ▲폭음, 폭식 등의 소화흡수장애 ▲신경성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만성대장염 가운데 으뜸인 궤양성대장염은 육류의 지방질이나 식품첨가물에 함유된 음식을 섭취할 때 이들 속에 포함된 유해물질이 대장에 머물면서 대장점막을 손상시켜 나타난다. 궤양성 대장염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10년 후면 3% 정도, 20년이 되면 20% 이상이 대장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만성대장염 가운데 크론씨병이 최근 크게 늘어나면서 중년을 괴롭히고 있다. 이 질환은 대장벽이 헐면서 뚫어져 옆의 장기나 항문 주위 등에까지 퍼져 각종 합병증을 일으키는 악성 중의 악성질환이다. 장기간에 걸쳐 심한 복통, 설사, 체중감소 등은 물론 관절, 피부, 간, 눈에까지 염증이 나타난다.
이밖에 대장벽의 군데군데 오목꼴로 파이는 대장게실이 있다. 이 병은 대장 내벽 점막층이 약해진 근육층을 따라 바깥쪽으로 빠져나가 생긴 것으로 질병 부위가 포도송이처럼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섬유소의 섭취가 적어 생긴 병이다. 섬유소 성분이 부족한 육류 등을 장기간 섭취하면 대장내 대변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에 대장이 강한 수축을 일으키게 되고 따라서 대장내 압력이 올라가 게실이 발생한다.
송교수는 “대장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만성화하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데 있다”며 “발병 원인이 되는 육류 섭취를 가급적 줄이면서 규칙적인 식사 등으로 사전에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대장’은 뭐하나요-
대장의 주요기능은 배설물을 형성시켜 주고 수분을 흡수하는 두 가지로 대별된다. 대장에서 형성되는 배설물은 생각에 의해 배설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대변을 참고자 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참을 수 있고, 배설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대장은 소장의 끝부분인 회장에서 이어지는 맹장부터 시작한다. 맹장은 상행결장으로 연결되고 간의 바로 아래에서 90도로 굽어지면서 횡행결장으로 이어진다. 횡행결장은 비장 근처에서 다시 구부러져 하행결장으로 연결된다. 하행결장은 복부 왼쪽 아래에서 다시 S자 모양으로 휘어지는데 이 부위가 S상결장이다. 이후로 직장이 있고 항문에서 끝난다.
대장은 압력이 강한 근육층을 갖고 있으며 2~3분 간격으로 수축과 이완을 되풀이하는 분절운동을 통해 내용물을 천천히 아래로 내려 보낸다. 길이는 약 1.5m로 대장벽을 덮고 있는 세포들은 다량의 물을 흡수해 내용물을 단단하게 만든다. 종착역인 항문은 조절판 역할을 하는 특수한 부위. 한 쌍의 괄약근이 있는데 바깥 괄약근은 중추신경계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에 의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