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보분석]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北 SLBM은 수준 조작된 '의혹 집합체'
- 지난달 SLBM 발사 실패…6개월 전 북극성1호 때와는 딴판
- 사출능력·수중발사장치·잠수함 크기 등 모두 '의문투성이'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려는 의도로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미사일 능력의 수준을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북한이 전략잠수함에서 수중 시험발사한 탄도탄이라며 보도한 장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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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려는 의도로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미사일 능력의 수준을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강원도 원산 근처의 동해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실시했지만, 수중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공중으로 솟구치지 못해 실패로 끝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보수 성향 매체인 워싱턴 프리비컨이 미국 국방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사일은 수중에 있는 잠수함의 발사관을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했고, 발사관이 들어서 있는 잠수함의 함교가 손상을 입었지만 어느 정도 파손됐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완전한 발사 실패인 셈이다.
북한 잠수함 발사 미사일의 이러한 시험 결과는 6개월 전 발사시험 결과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9일 '북극성 1호'로 이름 붙인 미사일이 해상 비행하는 모습을 대외에 공개하면서 미사일 '다종화'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당시 북한 집권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파안대소하는 사진 장면도 연출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미사일 능력이 뒷걸음치는 결과로 이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사출 능력에 대한 의문이다. 북한이 지난 5월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수면으로 밀어 올리는 사출시험에 성공했지만, 이번 시험의 실패로 사출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탄도미사일 사출 기술은 상당한 기술적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수중에서 미사일을 사출하려면, 미사일을 밀어 올리는 압축 공기를 지속적으로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나 파도, 해류, 잠수함 진행 속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에 미사일이 수면을 벗어났을 때 점화되는 기술도 별도로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지난 5월 수중의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북한은 사진에 이어 발사 장면을 동영상으로 공개했지만 또 다른 시비에 휩싸였다. 공개한 동영상에서 수상 비행 장면은 수긍이 되지만, 물속에 있는 잠수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10여 초는 인터넷에 공개된 미국 트라이던트 미사일의 발사 장면과 흡사하다. 수중의 사출 장면을 짜깁기했다는 것이다.
둘째, 수중 발사 장치에 대한 의문이다. 과연 탄도미사일이 수중에 있는 잠수함에서 발사된 것인지 의심 받는 것이다. 지난 5월의 시험 발사에서도 이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수중 미사일 사출을 잠수함에서 하지 않고, 수중에 간편하게 설치한 사출 장치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미 상업위성이 촬영한 신포항의 모습에 미사일 사출 시설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바지선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바지선은 과거 소련이 수중 발사 탄도미사일을 시험하던 장비와 유사한 구조다.
셋째, 잠수함의 문제다. 북한은 수중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신포급 잠수함을 건조한 것으로 관측됐다. 그런데 설령 신포급 잠수함이 사출 능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잠수함의 크기와 능력을 감안할 때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운용하기에 적절한가라는 것이다.
공개된 신포급 잠수함의 크기는 길이 68m, 동체 폭 6.5m로 추정된다. 탄도미사일 북극성 1호의 길이가 9.3m로 추정되므로, 탄도미사일을 잠수함 동체에 수직으로 세울 수 없다. 따라서 미사일은 함교와 이어진 부분에 설치될 수밖에 없으며, 공간적으로 1~2발만 탑재가 가능하다. 이처럼 미사일 탑재량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이 잠수함 발사 미사일이 군사적 위협 능력을 가지려면 다수의 신포급 잠수함을 건조해야 한다. 북한의 경제력과 산업 능력을 감안하면 이것은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또 신포급 잠수함의 수중 배수량은 1000~1500톤으로, 북한 상어급 잠수함의 개량형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잠수함의 크기는 3000톤 이상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신포급 잠수함은 상당히 크기가 작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소규모 잠수함은 장거리 항해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극성 1호는 원형이 되는 소련의 SS-N-6을 변형해 만든 미사일이다. 소련은 1962년 SS-N-6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 1968년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북극성 1호의 사거리는 SS-N-6의 사거리 2500㎞보다 짧은 1500~2000㎞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국가는 이 사거리 안에 위치하므로 굳이 잠수함에 싣지 않고서도 육상에서 공격이 가능하다. 만약 미 하와이·알래스카를 공격하려 한다면 신포급 잠수함의 작전 반경은 5000㎞ 이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신포급 잠수함의 작전 반경은 최대 2800㎞일 것으로 서방 측은 분석하고 있다. 신포급 잠수함으로 미국을 공격한다면 자살 공격에 가깝다.
소련의 경우를 보더라도, SS-N-6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양키-Ⅰ급 잠수함은 수상 배수량이 7800톤, 수중 배수량이 1만 톤에 이른다. 작전 반경은 승무원들의 식량에만 문제가 없다면 무한대에 가깝다. 양키-Ⅰ급 잠수함은 탄도미사일 16발, 6개의 어뢰 발사관을 사용하는 어뢰 18발을 적재했다. 또 소련 양키-Ⅰ급 잠수함보다 구형인 골프급 잠수함은 3000톤 내외다. 골프급 잠수함에는 아직 SS-N-6 미사일이 개발되지 않아서 이보다 구형인 SS-N-4 등 미사일 3발이 적재됐다. 골프급 잠수함은 노후해 소련에서는 1990년 모두 퇴역했다. 북한이 10여 척의 골프급 잠수함을 고철용으로 수입했지만,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골프급 잠수함은 신포급 잠수함과 마찬가지로 동체 폭이 8.2m로 탄도미사일의 길이보다 작기 때문에 함교 부근에 미사일을 설치했다. 골프급과 양키급 잠수함은 1960년대, 1970년대에 활약한 구형 잠수함이다. 북한은 2010년대에 이들 잠수함보다 뒤떨어지는 잠수함으로 수중 발사 탄도미사일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과 관련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많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북한은 안보 관련 사안에서 날조도 서슴지 않으며 허풍을 떨고 있다.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수소폭탄 보유를 기정사실처럼 말한 것도 비슷한 예다. 러시아에서는 김정은의 수소폭탄 발언에 대해 "허풍일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모든 세계가 모르게 비밀리에 수소폭탄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즉각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북한의 허풍은 다반사로 나타나고 있다.
김성걸 정치학 박사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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