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名妓)들의 애절한 그리움의 시(詩)
옛 기생들의 그리움 가득한 시조를 감상해 보심 어떨런지요. 참으로 운치 있고 멋스러운 여인 네들 이었습니다.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계랑-
배꽃 흩어 뿌릴 때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지은 이 : 계랑(桂娘). 여류 시인. 부안의 기생. 성은 이(李) 본명은 향금(香今), 호는 매창(梅窓), 계생(桂生). 시조 및 한시 70 여 수가 전하고 있다. 황진이와 비견 될 만한 시인으로서 여성 다운 정서를 노래한 우수한 시편(詩編)이 많다. 참 고 : 梨花雨―비처럼 휘날리는 배꽃
송인(送人) -양양 기생-
사랑을 나눈 시냇가에서 임을 보내고 외로이 잔을 들어 하소연 할 때 피고 지는 저 꽃 내 뜻 모르니 오지 않는 임을 원망하게 하리.
弄珠灘上魂欲消(농주탄상혼욕소) 獨把離懷寄酒樽(독파이회기주준) 無限烟花不留意(무한연화불유의) 忍敎芳草怨王孫(인교방초원왕손)
지은이 : 영양 기생 참 고 : 농주(弄珠)―연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임.
상춘(傷春) -계생- 이것은 봄이 감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임을 그리워한 탓이네. 티끌같은 세상 괴로움도 많아 외로운 목숨 죽고만 싶네
不是傷春病(불시상춘병) 只因憶玉郞(지인억옥랑) 塵豈多苦累(진환다고루) 孤鶴未歸情(고학미귀정)
지은이 : 계생(桂生), 혹은 매창(梅窓). 부안 기생. 『매창집(梅窓集)』이 전한다.
춘수(春愁) -금원-
시냇가의 실버들 유록색 가지 봄시름을 못 이겨 휘늘어지고 꾀꼬리가 꾀꼴꾀꼴 울음 그치지 못하는 것은 임 이별의 슬픔 이기지 못함인가.
池邊楊柳綠垂垂(지변양류록수수) 蠟曙春愁若自知(납서춘수약자지) 上有黃隱啼未己(상유황은제미기) 不堪趣紂送人時(불감취주송인사)
지은이 : 금원(錦園). 원주 사람. 김시랑, 덕희(金侍郞 德熙)의 소실. 참 고 : 황리(黃麗鳥)―꾀꼬리
매화 옛등걸에 -매화-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음직도 하다마는 춘설이 어지러이 흩날리니 필듯말듯 하여라
매화(梅花 )노 등걸에 봄졀이 돌아오니 노퓌던 가지(柯枝)에 픗염즉도 *다마*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니 필동말동 *여라
지은이 : 매화(梅花). 생몰년 미상, 조선시대 평양 기생. 애절한 연정을 읊은 시조 8수(그중 2수는 불확실함)가 『청구영언』에 전한다.
대랑(待郞) -능운-
임 가실 제 달 뜨면 오마시더니 달은 떠도 그 임은 왜 안 오실까 생각해 보니 아마도 임의 곳은 산이 높아 뜨는 달 늦은가 보다.
郞去月出來(낭거월출래) 月出郞不來(월출랑불래) 相應君在處(상응군재처) 山高月出遲(상고월출지)
지은이 : 능운(凌雲). 참 고 : 상응(相應)―생각해 보니
옥병(玉屛) -취선-
마을 하늘은 물이런 듯 맑고 달빛도 푸르구나 지다 남은 잎에 서리가 쌓일 때 긴 주렴 드리우고 혼자서 잠을 자려니 병풍의 원앙새가 부러웁네.
洞天如水月蒼蒼(동천여수월창창 樹葉蕭蕭夜有霜(수엽소소야유상) 十二擴簾人獨宿(십이확염인독숙) 玉屛還羨繡鴛鴦(옥병환수수원앙)
지은이 : 취선(翠仙). 호는 설죽(雪竹) 김철손(金哲孫)의 소실. 참 고 : 십이상렴(十二擴簾)―긴 발을 뜻함
이별(離別) -일지홍-
말은 다락 아래 매어 놓고 이제 가면 언제나 오시려나 은근히 묻네 임 보내려는 때 술도 떨어지고 꽃 지고 새가 슬피 우는구나.
駐馬仙樓下(주마선루하) 慇懃問後期(은근문후기) 離筵樽酒盡(이연준주진) 花落鳥啼時(화락조제시)
지은이 : 일지홍(一枝紅). 성천(成川)의 기생. 참 고 : 선루(仙樓)―신선이 산다는 다락.
묏버들 가려 꺾어 -홍랑-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 잠자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 여기소서
묏버들 갈*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 자시* 窓밧긔 심거두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 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지은이 : 홍랑(洪娘). 생몰년 미상. 조선 중기 때의 명기
청산은 내 뜻이오 -황진이-
청산(靑山)은 내 뜻이오 녹수(綠水)는 임의 정(情)이로다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잊어 울면서 가는가
지은이 : 황진이(黃眞伊). 생몰 미상. 조선 중종 때의 명기. 개성 출신.
황혼(黃昏) - 죽향-
실버들 천만 가지 문 앞에 휘늘어져서 구름인 듯 인가를 볼 길 없더니 문득 목동이 피리불며 지나간다 강 위에 보슬비요 날도 저물어 가누나
千絲萬縷柳垂門(천사만루유수문) 綠暗如雲不見村(녹암여운불견춘) 忽有牧童吹笛過(홀유목동취적과) 一江烟雨自黃昏(일강연우백황혼)
지은이 : 죽향(竹香). 호는 낭각(琅珏). 평양 기생. 참 고 : 연우(烟雨)― 아지랑이가 낀 것처럼 내리는 비
추월야(秋月夜) -추향-
노를 저어 맑은 강 어귀에 이르니 인적에 해오라기 잠 깨어 날고 가을이 짙은 탓인가 산빛은 붉고 흰 모래엔 달이 둥글다
移棹淸江口(이도청강구) 驚人宿驚飜(경인숙로번) 山紅秋有色(산홍추유색) 沙白月無痕(사백월무흔)
지은이 : 추향(秋香)
반월(半月) -황진이-
곤륜(崑崙)의 귀한 옥(玉)을 누가 캐어 직녀(織女)의 얼레빗을 만들었는가 오마던 임 견우(牽牛) 안 오시니 근심에 못 이겨 허공에 던진 거라오.
誰斷崑崙玉(수단곤륜옥) 裁成織女梳(재성직녀소) 牽牛一去後(견우일거후) 愁擲碧空虛(수척벽공허)
지은이 : 황진이(黃眞伊). 중종 때 기생.
추우(秋雨) -혜정-
금강산 늦가을 내리는 비에 나뭇잎은 잎마다 가을을 울리네 십년을 소리없이 흐느낀 이 신세 헛된 시름에 가사만 젖었네
九月金剛蕭瑟雨(구월금강소슬우) 雨中無葉不鳴秋(우중무엽불명추) 十年獨下無聲淚(십년독하무성누) 淚濕袈衣空自愁(누습가의공자수)
지은이 : 혜정(慧定). 여승(女僧). 참 고 : 가의(袈衣)―중이 입는 옷.
장림(長霖) -취연-
열흘이나 이 장마 왜 안 개일까 고향을 오가는 꿈 끝이 없구나 고향은 눈 앞에 있으나 길은 먼 천 리 근심 어려 난간에 기대 헤아려 보노라.
十日長霖若未晴(십일장림약미청) 鄕愁蠟蠟夢魂驚(향수랍랍몽혼경) 中山在眼如千里(중산재안여천리) 堞然危欄默數程(첩연위란묵수정)
지은이 : 취연(翠蓮). 자는 일타홍(一朶紅). 기생 참 고 : 장림(長霖)―긴 장마 중산(中山)―지명. 사랑하는 임이 있는 곳, 또한 고향
만춘(晩春) -죽서-
꽃이 지는 봄은 첫 가을과 같네 밤이 되니 은하수도 맑게 흐르네 한 많은 몸은 기러기만도 못한 신세 해마다 임이 계신 곳에 가지 못하고 있네.
落花天氣似新秋(락화천기사신추) 夜靜銀河淡欲流(야정은하담욕류) 却恨此身不如雁(각하차신부여안) 年年未得到原州(년년미득도원주)
지은이 : 죽서(竹西). 철종 때 사람. 서기보(徐箕輔)의 소실
이상곡(履霜曲) ―작자 미상-
비가 내리다가 개고 눈이 많이 내린 날에 서리어 있는 수풀의 좁디좁은 굽어돈 길에 다롱디우셔 마득사리 마득너즈세 너우지 잠을 빼앗아간 내 임을 생각하니 그러한 무서운 길에 자러 오겠는가? 때때로 벼락이 쳐서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져 고대 죽어버릴 내 몸이 내 임을 두고서 다른 임을 따르겠는가? 이렇게 하고자 저렇게 하고자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이는 기약(期約)입니까? 맙소서 임이시여 임과 한 곳에 가고자 하는 기약뿐입니다.
지은이 : 작자 미상
하교(河橋) -연희-
은하수 다리에서 견우직녀 이 날 저녁에 만나 옥동에서 다시 슬프게 헤어지네 이 세상에 이 날이 없었더라면 백년을 즐겁게 살아가리
河橋牛女重逢夕(하교우녀중봉석) 玉洞郞娘恨別時(옥동락낭한별시) 若使人間無此日(약사인간무차일) 百年相對不相移(백년상대부상이)
지은이 : 연희(蓮喜) 참 고 : 하교(河橋)―은하수 다리
<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