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불안감도 상승 자극제
최 : 저는 올해 집값은 연초까지 강보합세를 보이다가 차차 상승하리라고 봐요.
지금은 지난해 추석 때 집값이 급등한 데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정책을 내세운 뒤끝이라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거죠. 저는 시장을 잠시 지켜보다가 금리가 8%를 넘지 않으면 호가보다
10% 정도 싼 급매물이 나올 경우 집 한 채를 또 살 생각입니다.
한 : 저도 상반기까지는 지켜보려 해요. 정부가 자꾸 금리를 올리면 대출이자에 부담을 느낀
물건이 시장에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 물건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하락폭이 커지겠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그래서 조금 더 시장을 지켜보는 게 낫다고 봅니다.
김 : 집값은 하방 경직성(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현상)이 큰 상품이에요. 한번 형성된 집값은
잘 떨어지지 않으려는 성질이 강하거든요. 예를 들어 나중에 판교가 별 영양가가 없는 곳이
돼버렸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분양가 이하로는 집을 팔지 않는다는 거죠.
최 : 매도하려는 물건이 많아야 집값이 떨어질 텐데, 현재 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매도자도
매수자도 눈치를 보는 실정이잖아요.
이 불안한 시장 정서가 매도자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돌아간다 싶으면 집값이
급등으로 이어지겠지요. 그 반대로 움직인다면 하락할 거고요.
김 : 지금 집값이 겉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진정한 안정세는 아니라고 봐요.
올 초 이사철에 맞춰 전세가격이 오를 전망인데다 수요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 집값
상승은 불을 보듯뻔하거든요.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장치를 마련했지만, 특히 집 없는
서민들의 구매욕구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재상승으로 이어지겠지요.
최 : 무주택자들의 심리적 불안, 그거 엄청난 스트레스더라고요. 제가 집 두 채를 다 팔고
새 집을 계약하기까지 딱 보름이 걸렸는데 그 사이에 집값이 오르면 어쩌나, 생각했던 집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집 없는 사람들은 지금도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일 겁니다.
신도시 분양가가 낮아진다 해도 100% 당첨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전세값이 오르지 않는다면야 분양을 기다려보겠지만 그것도 장담할 수 없잖아요.
정부가 각종 부동산 세금을 올려놔서 집주인들은 전세와 월세 보증금을 올리는 추세이고요.
한 : 전세값 폭등은 언제나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어요. 지금 같은 경우에는 전세값과 매매가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강북의 아파트들이 오름세를 유지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세금에다 1억~1억5000만원 대출을 받아 구입 가능한 집의 매매가 활발해질 것 같아요.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에 따른 이자로 한달에 50만~75만원(연6%)을 부담할 수 있다면
집을 구입하려고 들지 않을까요?
김 : 강북이나 그동안 소외된 지역의 집값은 강남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상승할 여지가 높다고
봐요.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값은 11·15대책 이후 빠른 속도로 안정됐다. 속내를 살펴보면 강남은 ‘급속한 안정세’가 맞지만,
강북에선 아직 여진(餘震)이 진행 중이다.
부동산114는 “올봄 다시 전세난이 빚어질 것에 대비해 실수요자들이 미리 강북 지역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다, 집주인들은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집값을 보상받기 위해 호가를 계속 높이고 있어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계속)
‘부동산 고수’ 아줌마들의 2007년 전망 |
“공급확대? 반값 아파트? 우린 정부와 남편을 믿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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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보다 수익률 높은 상품 있나요?”
최 : 사실 집값을 올린 주범은 정부 아닌가요? 노무현 정부 들어서 토지보상금으로 풀린
천문학적인 돈이 다 어디로 갔겠어요?
그 돈은 십중팔구 부동산 구입자금으로 유입되게 돼 있어요.
인천 영종도와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 등에 풀릴 토지보상금이 10조원이나 된다
고 들었어요. 정부가 우리나라 부자들을 얕보고 있는 것 같아요.
강남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의 요지에 상가건물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기업이 가진 것말고 개인이 가진 건물들 말이에요.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내세운 이른바 ‘반값 아파트’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한 : 반값 아파트가 공급된다면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겁니다.
무주택 서민에게 좋은 제도임에는 분명해요.
하지만 기존의 아파트와 반값 아파트의 가격이 같아질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반값 아파트와 임대아파트는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으로는 합당할지 몰라도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를 무시하는 정책 같아요.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하고 사회적 지위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그런 집에 들어가 살 리
없거든요. 앞으로 집 때문에 알게 모르게 사회적인 ‘계급’이 형성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 : 반값 아파트요? 무주택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 정책이긴 한데, 우리가 예로부터 집은
소유의 개념이지 빌려서 산다는 생각은 안 하는 민족이잖아요.
집으로 돈 벌 수 있는 사람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진짜 주거의 개념이 자리잡게
된다면야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
최 : 친구들 모임에 나가보면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에 살 경우 목에 힘주는 게 은연중에 보여요.
마치 옛날에 사대문 안에 사는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저도 3년 후에는 강남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교육이나 기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강남에 산다’고 사람들 앞에서
재고 싶은 욕구도 숨어 있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를 하고 이익을 남겨 부를 축적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행위 아닌가요?
우리나라 집값이 이렇게 오른 것은 부동산 외에는 안전하게 투자할 만한 대상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주식으로 돈 번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어쨌든 주식은 부동산보다는 위험요소가 많다고 믿다보니
주식투자를 꺼리는 거죠.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부동산보다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이 개발돼야 할 겁니다.
저녁 6시에 만난 이들과 헤어진 시각은 밤 10시30분.
이들은 헤어지기 전 각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첩에 적었다.
“앞으로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정보를 서로 공유하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글머리에 언급한 K교수의 집들이. 이날은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이어졌다.
노후에 이루고 싶은 꿈을 얘기하고 지난날의 추억을 곱씹기도 했으며,
자녀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다소
무거운 주제도 나왔다. 집값 얘기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그런지 초대받은
손님들은 집을 나서면서 다들 환한 표정이었다.
집이 투자용이 아닌 ‘주거용’으로 하루 빨리 자리잡기를. 그래서 국민의 ‘주요 관심사’에서
부동산이 쏙 빠져나가기를.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