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351 --- 아침을 깨우는 몽골 뻐꾸기
이른 새벽부터 뻐꾸기가 애절하게 우짖는다. ‘뻐꾹 뻐꾹’ 국제통용 울음으로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 조용한 시간에 무슨 사연을 토하고 싶은 거지. 아마 별빛에 취해 있다가 뒤늦게 새끼가 생각난 모양이구나. 괴이하게 생긴 바위들로 가득 찬 산이며, 새파란 하늘이며, 청정한 공기며, 보는 것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다. 여기 게르에서 잤단 말이지. 그것도 따스한 난롯불까지 피워놓고 꿈같은 여행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벌써 고향을 생각나게 하고 뜬금없이 그리움으로 소환하는 ‘뻐꾹 뻐꾹’ 낯익으면서 한없이 여행의 정취에 빠져들어 즐거움에 멋을 북돋우면서 아침을 신선하게 한다.
아침이 싱그럽게 다가선다. 새로운 희망이 솟아나고 있다. 저 새파란 하늘은 어제도 보았는데 그 하늘이 아니다. 오늘 이 시간에만 볼 수 있는 신비의 하늘로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연으로 서서히 빨려들고 있다. 엊저녁 늦도록 시끄럽던 사람들은 해가 솟아 훤하게 밝은 줄 모르며, 무슨 큰일이나 한 양 잠에 깊숙이 취했다. 일찍 잠들었던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 들락날락 아침을 채근하고 있다. 서로 다르게 쓴 시간일 뿐이다. 통역이 없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슬그머니 끊겼다. 밤새워 푸른 하늘에 수놓았던 별들은 어딘가 제 자리로 찾아갔는지 하나도 남김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몽골인은 아무래도 산악지대의 척박한 초원에서 지내다 보니 성격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불편함이 없이 마치 지상의 천국처럼 여기고 틈틈이 말을 달리며 몸을 단련하게 되어 용맹을 다투며 남자다운 패기를 드러냈다. 그 패기가 단순히 초원만 누비기에는 기운이 남아돌았다. 그 힘을 바탕으로 똘똘 뭉쳐 거대한 중국을 정복하고 세계로 눈을 돌린 것이다. 길고 긴 겨울을 벗어나 봄을 스쳐 여름으로 우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비가 좀처럼 많지 않아 물이 절대 부족하다. 그래도 잡풀이 자라면서 들꽃이 피고 가축의 먹이로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그도 잠깐 가을이 오는 듯 겨울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