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BM·GAA 기술, 중국 못 가게 막는다…삼성·SK하이닉스는? / 6/13(목) / 중앙일보 일본어판
미국 정부가 대중국 인공지능(AI) 기술 차단을 강화한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광대역메모리(HBM) 등 AI 칩 제조 시 필수적인 기술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는 11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이 같은 제재를 가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AI 기술 절망의 벽'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
◇ 미국, 중국의 AI 칩 '싹을 자른다'
GAA는 전력 소비를 크게 줄여 AI 칩 성능을 끌어올리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나노는 10억분의 1) 공정으로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고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이 차세대 공정으로 이 기술을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반도체를 작게 만들수록 전력 효율과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에 GAA는 미래 AI 칩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세계에서 이를 상업 양산에 적용할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은 삼성전자·TSMC·인텔 등 3곳뿐이다. 일본의 라피다스는 2027년에 2나노 프로세스부터 GAA 기술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첨단 메모리인 HBM 역시 세계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만 생산한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향은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이 GAA 기술과 HBM 없이 AI 반도체를 자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예상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첨단 AI 반도체 자립의 싹을 완전히 자르려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규제가 중국의 독자적인 GAA·HBM 개발 능력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출지, 더 나아가 미국과 한국 등 1위 기업이 중국 기업에 관련 제품을 파는 것까지 차단할지를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단순히 중국의 기술개발 능력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 관련 기술이 사용된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까지 금지할 경우 한국 기업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미 일부 중국 고객이 삼성전자의 GAA 기술을 사용한 3나노 프로세스를 이용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한다. 많은 주요 고객이 TSMC에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 판매 제재가 현실화한다면 삼성은 잠재 시장 중 하나를 잃게 된다.
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 역시 당분간은 미국 엔비디아 등이 HBM을 '선매입'하고 있어 상무부의 추가 조치 시 타격은 한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주요 수요처 중 하나인 중국 시장을 포기하게 될 수 있다.
◇ 중국, '반도체 굴기' 내세우지만 뒤에선 고민
미국의 제재에도 올해 5나노 프로세스까지 돌입한 중국도 고민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월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가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칩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상하이에 새로운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보도했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다. 화웨이는 올해 SMIC와 자체 설계한 AI 칩 '어센드 920'의 5나노 공정 생산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AI 반도체가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생산 중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이 상당 부분 따라붙었다.
HBM의 경우 중국 정부 주도 컨소시엄이 2026년 2세대 HBM2 생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올해 5세대 HBM3E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최소 8년 이상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 AI 서버를 확장하려면 당분간 한국 HBM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잇따른 반도체 기술 자립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제재 속에서 더 이상 첨단 반도체 개발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장핑안(張平安) 화웨이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4월 행사에서 "(대중 제재로 인해) 첨단 제조장비를 더 이상 구할 수 없어 3나노·5나노 공정은 쉽지 않다. 7나노 공정 양산만 제대로 해도 성공"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