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모르는 왼손의 사랑법
한겨레에서 펌) 두산 정수근(24·프로 7년차)과 현대 정수성(23·〃 5년차)은 형제다. 형 수근은 자타가 공인하는 `뛰는 야구'의 대명사. 프로 내내 붙박이 주전 스타다.
동생 수성은 2군 생활이 더 많은 처지다. 아직은 대수비·대주자 출장에 만족해야 한다.
“형을 지독히 미워했어요. 형이 집에 오면 집을 나가버리곤 했죠.” 동생은 집에서나
밖에서나 형만 치켜세우는 게 싫었다. `정수근 동생'이란 말은 너무 들어 귀에 못이 박혀버렸다.
형제는 `야구 명문' 덕수상고를 같이 다녔다. 형은 고교 1년 때부터 1번타자로 펄펄 날았다. 야구부 주장이기도 했다. 후배들이 잘못하면 형은 동생을 가장 심하게 혼냈다.
고작 한살 밑인 동생은 집에 오면 “형이란 녀석이 왜 동생만 더 때리는 거야” 하며
대들었다. 형제의 `쌈박질'은 그래서 더러는 격렬했다.
동생이 보기엔 늘 화려했던 수근에게도 아픔은 있다. “몸이 작아서 중학교 때까지 볼보이만 했어요. 하지만 몸이 큰 아이들한테 지는 게 싫어 이를 악물었죠.” 동생은 스무살 즈음에 알았다. 형이 자신에게 혹독하게 대한 것은 사실은 `방패막이'였다는 것을. “형이 많이 혼내야 딴 선배가 저를 혼내지 못하니까 그랬다는 걸 알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수성은 올 시즌 17일 현재 24경기에 출장해 3타수1안타 5도루를, 수근은 114경기 출장에 437타수 135안타 49도루를 기록중이다. 동생은 그러나 `도루왕'인 형보다 발이
더 빠르다. 얼굴도 더 잘 생겼다. “수성이는 감각이 있어요. 뜰 겁니다.” `그라운드의 재치꾼'인 형은 확신한다. “수성아, 지금처럼만 열심히 하면 기회는 온다.”
동생에게 이 말을 전해줬다. “이제 형이 정신 좀 차린 모양이네요.(웃음) 형은 절대
나한테는 그런 말 안해요. 늘 `야구, 똑바로 해' 하죠.” 수근과 수성은 18일부터 두산―현대 4연전 맞대결에 들어간다. 정씨 형제의 맞대결 드라마는 아마도 `에덴의 동쪽'이 아닌, `형제는 용감했다'로 끝을 맺을 것 같다.
carm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