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창 기말시험을 준비하다가 자기 전에 글 하나 올리고 갑니다.
그리 유쾌하지는 않은, 사람에 따라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혐오스러운 글이지만, 자녀를 가진 부모님이라면 반드시,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 생각해 올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일간베스트 저장소', 줄여서 '일베' 라는 사이트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자녀분들이 '운지', '자연인', '홍어', '앙망', '부릉부릉', '땅끄', '삼일한', '김치녀', '~성님', '나랑께'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들어 보신 분은 반드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경고: 이 글은 매우 충격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단 '일베'라는 사이트는 이렇게 생긴 사이트입니다.
심한 욕설은 대충 가려 놓았지만, 사이트 메인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베저장소는 원래는 말 그대로 디시인사이드라는 다른 웹사이트의 '일간 베스트' 게시물을 모아 게시하는 사이트였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정치적으로 극우적이고 인성적으로 아주 문제가 있을 법한 자극적인 게시물들이 주가 되면서 초중고등학생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지금은 회원수 100만 명 이상의 거대 사이트로 성장했습니다.
일베저장소의 가장 큰 특징이자 큰 문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인간이기를 포기한 수준의 극우적이고 폭력적인 게시물들,
그리고 마찬가지로 강간, 가정폭력 등을 중심으로 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여성 비하 게시물들입니다.
일단 첫 번째, 정치적 극우 성향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베저장소의 특징은 가히 파시즘, 네오나치즘에 비견될 정도로 극우적이고 폭력적인 정치적 스탠스입니다.
이는 주로 박정희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와 열광, 그리고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 인격모독적 수위의 비난과 욕설의 형식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정치적 생각과 의견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정치적 다양성이 있는 것이 건강한 사회입니다. 그러나 일베저장소의 문제는 이것이 정상적인 사고와 '비판' 이 아닌, 자극적이기만 한 욕설과 비난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 폭력이 극에 달하는 것이 바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그들의 입장입니다.
일베저장소는 5.18을 '민주화 운동'이 아닌, '폭동'으로 규정합니다.
그래서 사이트 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유행어들이 바로 '홍어'(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말)와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언) 입니다. 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탱크로 시민들을 진압한 것을 일컬어 '부릉부릉 땅크 나가신다', '전땅크'(전두환+탱크) 라는 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광주와 전라도 사람에 대한 혐오적인 농담이 어느 정도인지 실제 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굉장히 혐오스러운 내용입니다. 주의해 주세요.)
민주화운동 당시 돌아가신 광주 시민분들의 사진을 올려 놓고서 '홍어 삭히는 장면', '홍어 시장' 등의 말을 쓰며 비꼬고 조롱하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글들이 사이트 내의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가고, 수많은 호응을 얻습니다.
또 주목할 점은 글 아래에 보이는 추천, 비추천 버튼입니다.
'일베로' 라고 써진 버튼이 추천, 그리고 '민주화'가 비추천을 의미하는 버튼입니다.
(이런 반인륜적, 비상식적 게시글들에 추천 수가 몇백, 몇천씩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일간베스트 사이트는 '민주화'라는 단어 자체를 굉장히 조롱 섞인 뉘앙스로 사용합니다.
정상적인 역사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아니 정상적인 생각과 인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 입 밖에조차 내지 못할 말들을 이들은 이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자기들끼리 즐겁게 놉니다.
또,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고 김대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인격모독, 고인모독적 희화화도 아주 인기있는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대표적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 '운지' 인데, 이는 옛날에 배우 최민식씨가 출연하였던 '운지천'이라는 드링크제의 광고에서 '자연 속에 내가 있다! 운지천' 이라는 광고 카피로 활동했던 것에서 따온 말입니다. 해당 광고에서 최민식씨는 숲속의 폭포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대사를 외치며 아래로 다이빙을 하는데, 이 장면에 노무현 대통령이 투신자살을 하는 장면과 '으아아아~' 하는 비명소리를 덧씌워 유행시킨 것이 시초입니다.
즉, '운지'라는 단어는 그 자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목적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일베저장소 사이트가 하도 초중고등학생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다 보니, '떨어지다' 라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어 실생활에서 아주 쉽게 들어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비슷하게 '앙망하다'라는 단어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편지에서 그를 조롱하기 위해 따온 말입니다.
1982년 고 김대중 대통령이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에게 썼던 편지의 말미에 '선처를 앙망하옵니다' 라고 정중하게 썼던 문구에서 유래했는데, 사이트 내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이트 내에서 신격화되는 존재인 전두환에게 썼다는 이유로 심한 조롱의 대상이 되어 사이트의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주로 '~~앙망한다', '앙망문' 등의 형식으로 사용됩니다.
이 밖에도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악질 유행들이 있지만 다 쓰다가는 글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줄입니다.
두 번째는 여성, 특히 '한국 여성'에 관한 무차별적인 비하와 성폭력적 발언들입니다.
이는 '김치녀'와 '보슬아치', '보혐', '삼일한' 등의 유행어로 대표되는데, 맨 위의 사이트 메인 사진에서도 '김치녀' 등의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는 각각 '한국 여자(김치+녀)', 'XX(여성의 성기)가 벼슬인 줄 아는 여자', 'XX(여성) 혐오', '(여자는) 삼 일에 한번 패야 한다' 의 줄임말입니다.
'강간하고 싶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이나 올라오는 것은 물론, 여성 전체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과 욕설, '김치녀들은 다 그렇다' 등의 글이 엄청나게 올라옵니다.
(심한 욕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아주 심란합니다. 이것 또한 처음에는 여자들에게 인기 없는 소수의 남자들이 자조적으로 올린 글들이 시작이었지만, 어느새 그 자체가 하나의 유행이 되어 계속해서 폭발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쓰다 보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적절히 줄이겠습니다. '여자는 뭐다? 삼일한이다!' (여자는 3일에 한번씩 패야 한다는 뜻) 라는 유행어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갑자기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5.18을 앞둔 지금, 한국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이 심각하게 왜곡되는 문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베저장소의 대다수 이용자는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 정도입니다. 자극적인 분위기로 어린 학생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유치원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일베 용어의 사용을 목격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 아주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곳이 일베저장소입니다. 역사와 인성교육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일베의 이런 인기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출처: SBS '현장21' 방송 캡처)
문제는 이런 학생들이 지금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학교와 가족이 가르쳐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청소년들은 인터넷에서 배우고,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일베저장소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큽니다. 그 결과는 지금 이렇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이상 일베저장소는 하나의 인터넷 사이트로 취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왔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청소년들이 일베저장소에 접속을 하고,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정치적 관점은 다를 수 있으나, 일베저장소의 경우 도를 넘어선 극우적 성향으로 파시즘이나 네오나치에까지 비견될 정도로 폭력적이라 도저히 정치적 다양성으로 포용해 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자녀 가지신 부모님들은 반드시 아셔야 합니다. 자기 자녀가 인터넷으로 어떤 것을 보고 배우고 있는지 확실히 알아봐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부디 바른 역사와 가치관, 인성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할 말과 하지 못할 말의 차이를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5.18을 앞둔 5월 14일... 중간에 올려진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된 글을 보고 분노와 슬픔을 감추지 못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제발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부디 알모책방 식구들 중에서는 일베를 보고 배우는 아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올립니다. 더불어 부모님들도 지금 인터넷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셔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길게 글을 썼네요. ㅜㅜ
스크랩도 허가해 둘 테니 원하시면 마음껏 다른 카페로 퍼가 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안타깝네요.. 이건 부모와 국가의 책임 입니다.
잘보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