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탱고를 배우게되는 땅게라(여성)들이 갖고싶어하는 1순위 쇼핑목록은 탱.고.슈.즈.
평소에는 편한 굽낮은 신발을 주로 신는 땅게라들도 탱고를 출때만은 9cm 힐의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 얇고 날렵한 힐이 유독 다리의 움직임에 눈이가는 탱고라는 춤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무기가 되어준다. 소개팅에 나갔을때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오면 밥을 먹고 재빨리 립스틱을 발라야 안도하게되는 것처럼...
단, 이 때문에 인어공주처럼 말못할 고통이 늘 함께하게된다. 탱고는 무게중심이 없는 발이 다음 스텝을 걸어나갈 수 있도록 늘 한발로 서있어야하는 춤인데, 평소에 잘 신지않는 높은 힐을 신고 한발로 중심을 잡기란 보통 힘든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몇개월간 강습을 받고 밀롱가를 다니던 땅라들은 슬슬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티눈이 생겼어요. ㅠ.ㅜ ' '엄지발가락쪽에 굳은살은 원래 생기는 거죠?' '춤추기 싫어서가 아니라 발이 아파서 춤을 거절하게 되는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사실 발이 아프다는 이유는 춤을 추기 싫은 땅게로(남성)들에게 대기좋은 핑계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정말 춤이 추고싶은 완소땅게로가 드디어 나에게 춤신청을 했는데, 발이 아파 거절해야한다면 정말 눈물나게 속상한 일이고, 거절하지않고 춤을 춘다면 인어공주나 빨간구두 아가씨처럼 고통속에서 춤을 춰야하기때문에 이 또한 비극이다. 최상의 컨디션에서 좋은 춤으로 그에게 기억되어야하는데 발을 내딛을때마다 인상을 찌푸린다면, 땅게로는 자신의 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가 고민하게되고 다시는 춤신청을 하지않을지도 모르는 일!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는 땅게라들 가운데 많은 수가 힐을 들고 앞볼로 춤을 춘다. 상대방과의 커넥션을 위해서 남자에게 맞춰야한다는 강박관념과 남자의 리드에 재빨리 반응하고싶다는 욕심, 또는 남자에게 살짝 기대면 무게중심 잡기가 조금 수월하다는 생각에 힐을 들고 앞볼로만 춤추기 쉽다.
안그래도 바닥과의 접촉면이 적은 슈즈의 볼 부분만으로 선다니...이런 생각은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함정이다. 인생이 그렇듯이 탱고도 스스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야 누군가와 함께해도 즐겁다. 뒷굽을 플로어에 내려놓으면 한결 편안해지는 자신의 몸과 중심을 느낄 수 있다. 뒷굽도 내려놓고 발가락으로 꼭 힘 주어잡았던 플로어를 발바닥 전체로 느꼈다면 성공!
아름다움을 위해 포기할 수 없고 어차피 신어야하는 힐이라면, 플로어에 힐을 내려놓아 다리의 긴장감을 풀고, 자신의 몸을 조금 더 쉽게 컨트롤해야 한다. 재빨리 무게중심을 옮기고 싶다하더라도 밀롱가처럼 빠른 곡이거나, 피봇을 해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힐까지 딛고 서야 중심이 확실해서 그 다음 스텝을 내딛기 편하고 걸음에 자신감도 담기게 된다.
2004년 내한했던 Dana & Pablo의 강습에서 기억남는 것은 낭낭한 목소리로 ' Heel on the floor ' 라고 외치던 다나의 목소리다. 그때까지 힐을 들고 춤추던 땅게라들은 해방이라도 맞은 듯 기뻐하며 힐을 드륵드륵 ?으며 걸어보고 신기해했다. 그렇게 점차 걷는 방식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차이가 눈에 보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탱고를 내 몸을 소중히 아껴가며 오래오래 추고싶다면 자, 이제 우리도 섹시한 고양이처럼 발바닥 전체로 바닥을 느끼며 느긋하고 도도하게 걸어보자! 'Heel on the floor!'
Tip. Q : 어디서 전문 탱고슈즈를 구입할 수 있을까?
A :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전문탱고슈즈는 오딜(Odile shoes)과 까미나르(Caminar ; 다음카페 참조)가 있다. 보통 주문 후 제작하는 방식이라 10일에서 2주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보통 15만원선.
* 까미나르 슈즈는 구두디자인을 하는 바이올렛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예쁘고 새로운 디자인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엘땅고에서 직접 사이즈를 재고 가죽이나 굽높이, 디자인도 상담 후 구입이 가능.
* 오딜슈즈는 탱고를 오래춰온 땅게라 오딜님이 만든 브랜드로 지속적인 마케팅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역시 엘땅고에 진열된 슈즈들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데,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에 방문하면 상담 후 구입이 가능하다.
* 아르헨티나의 슈즈 브랜드 (페이스북에서 검색가능. 인터넷 주문가능) - 플라벨라(flabella) : 가장 오래된 장인의 기술과 노하우로 굽이 안정적이고 가죽이 발을 감싸는 느낌이 시간이 지날수록 '내 신발이구나!'라는 만족감을 주는 슈즈. 디자인보다는 내구성이 강한것이 장점인데, 요즘은 디자인도 샌들형식의 물건들이 나오고 있다. - 꼬메이포(Come it faut) : 아르헨티나의 젊은 댄서들로부터 '꿈의 신발'이라고 불리는 디자인이 뛰어난 브랜드. 언뜻 여주인이 프랑스인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초창기에는 디자인 카피를 막기위해 단 하나뿐인 브에노스 아이레스의 매장에 슈즈를 진열해놓지 않고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한켤레씩 꺼내다주며 고르게했었다. 아무리 많이 사도 깎아주지 않는다. 디자인은 뛰어나지만 내구성은 약하고 가장 비싼 가격으로 시장의 슈즈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땅게라 슈즈만 판매한다!) - 네오땅고(Neo Tango) : 많은 댄서들에게 프로모션으로 광고를 해서 유명해진 브랜드. 디자인과 내구성이 적당한 중간점에 있고 가격은 꼬메이포(Come it faut)보다 아주 약간 낮다. 많이 사거나 탱고선생과 같이가면 10~15%정도 할인받을 수 있다.
네오땅고의 남자슈즈들. 발볼이 넓은 디자인이었는데, 아르헨티나 슈즈는 소가죽의 느낌이 참 좋다. 소를 잡으면 고기는 먹고, 가죽은 신발을 만들고! 버릴 것이 없구나.
2011년 아르헨티나에서 사온 슈즈들. 슈즈가게에서 꿈꾸던 쇼핑이라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가득 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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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인의 향기 - Fish`s Tango story 원문보기 글쓴이: 피쉬
첫댓글 Heel on the floor! 정말 공감가는 말이예요. 사실 저도 첨 땅고 시작할 때 이 부분이 젤 힘들었거든요. 걷기 시작할 때부터 평생을 걸으며 살아왔건만 전혀 다른 스타일의 걸음마를 배워야한다는것...그것도 높은 힐에 공중에 붕 떠서 뒤꿈치 들고....아 이건 상당한 고문이다. 땅고는 반드시 힐을 신어야하나? 왜? 아름다움에 대한 자기만족? 남자들을 위한 이타적인 봉사와 희생정신 - 힐을 신고서면 더 섹쉬해 보인다는 - 그.러.나. 땅고판에서 더욱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Heel on the floor!
땅고를 즐기기 위해 평범하지만 필요한 진짜중요한 원리들중 하나죠 ~~^^ 그러나 그 원리를 모르고 한국에서는 대부분 끊임없이 패턴에만 의지해 땅고를 춘다는 안타까운 현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