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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이란 것이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골칫거리가 되어오고 있음은 아주 유명하죠.
하지만 그 실체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거의 없어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다행히도 요즘에는 국산(사실은 거의 일제지만) 문법책보다 미제 문법책을 많이 보는 추세라
조금은 제 설명이 이해 가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opernicus적인 change of mind가 필요하지만 당장 받아들이기 힘드시면
그냥 전통적으로 주먹구구 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
먼저 가정법이란 것은 실체가 없는 문법 사항임을 말씀드립니다.
소위 "성문"으로 대표되는 국산 문법책에서 망쳐놓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가정법이란 것입니다.
사실은 일본의 영문법책을 그대로 베껴오는 과정에서 범한 어이 없는 실수지만
아무튼 영어에는 가정법이라는 항목은 존재하질 않습니다.
특히나 그 이름에 '가정' 이라는 말이 들어가서 필연적으로 if 라는 것과 연관이 되어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하는 우를 범한 것도 큰 실수입니다.
영미인들이 보는 영어 문법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가정법을 동사 부분에서 다룹니다.
국산 문법책에서는 흔히 가정법을 '법'이라는 상위 항목에서 다루면서 그 영어 표제를 Mood라고 하며
또한 그 하위 항목에다 직설법(indicatives)과 가정법을 두고 후자를 subjunctive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 법(mood)라는 것은 독립된 하나의 문법 항목이 아니라 바로 동사의 쓰임에 관한 부분이며
우리말의 '가정'이라는 것과도 하등의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도대체 왜 그런지, 그리고 가정법이 영어로는 왜 assumption이나 supposition, hypothesis,
presumption 혹은 postulation 등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굳이 subjunctives라고 불렸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동사라는 품사는 동작, 움직임, 변화 등을 나타내는 아주아주아주 중요한 문법적 장치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법적 장치들이 체계화되고 조직을 갖추기 전에 인간의 머리 속에서는 아주아주
복잡한 모양을 띠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언어와 그 언어를 이루는 낱낱의 품사나 기능어들은
우리가 '문법'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기 이전부터 우리의 머리 속에서 굉장히 복잡하나 상당히 일관성
있는 다양한 규칙을 갖고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추출해낸 것이 소위 문법이라는 것이고 그것은
꽤나 설득력 있으며 또한 일견 우리의 언어 체계를 송두리째 잘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것만으로 우리의 언어를 모두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조족지혈이며 정말 티끌에 불과합니다.
문법이 설명할 수 없는 대표적인 것에 바로 "화자의 의도(speaker's intention)"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언어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면서도
문법이라는 기술적 체계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정말 오묘하고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론 수많은 문법학자들이 이러한 중요한 요소를 간과할 리가 만무하겠지요.
그래서 나름대로 이러한 요소를 체계화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였고 작은 결실을 본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법(mood) 혹은 서법(敍法:mode)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의 사용을 돕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 흔히 말하는 조동사(auxiliar verbs) 혹은
서법조동사(modal verbs)라는 것들입니다.
자, 지금까지 우리가 가정법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아니 속아왔던 그 존재는 바로 이러한 화자의
의도를 좀 더 detailed하게 묘사하기 위한 동사의 다양한 쓰임이며 또 그러한 쓰임을 좀 더 구체적으로
돕기 위한 서법조동사의 쓰임에 다름 아니었던 것입니다.
때문에 '가정'이라는 말과는 개념내재적으로 하등의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따라서 if 하고도
아무런 친인척 관계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법이 그 이름이 묘사하는 특성상
if 절과 밀접한 관련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은 무언가를 가정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화자의 내심의 의도에
상당히 subtle한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서법조동사의
쓰임이 if절(부사절)과는 필연적 관계가 없음에도 주로 그러한 쓰임에서 예문들을 마련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문장의 종류가 어떻든, 혹은 어떠한 부사절이 쓰였든지간에 동사의 쓰임은 철저히 화자의 의도
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는 것이며 그에 맞춰 서법조동사도 언제나 쓰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는 '가정'이라는 의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 서법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서법조동사라는 것들이 그러한 쓰임을 어떻게 도와주는지에 대해서도 보겠습니다.
우선, 영미인들의 관념에는 화자가 자신이 말하는 사건이나 행위, 동작 등에 대해 주관적인 확신이나
사실로서의 객관성, 혹은 자신의 내적 확실성 등에 자신이 없을 때, 쉽게 말해서 내가 지금 무언가를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게 정말인지 아닌지 나도 확실히 무어라 단정할 수는 없는, 하지만 대충 보니
그럴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한 것이 거 참 애매하고, 아무튼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럴 듯도 한 그런
사실, 아니 사실이라기보다는 그런 사건을 묘사하고자 할 때 일종의 책임 회피의 내심을 갖고 일부러
동사를 한 시제 과거의 것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가정법, 즉 영미인들의
서법에 관한 핵심입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고 비교적 높은 정도의 확실성을 갖고 단정적으로 말할 때
쓰는 서법이 소위 "직설법" 즉, 동사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고 시간에 맞는 시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동사를 실제 상황에 맞는 시제보다 한 시제 앞 당겨 사용함으로써 그 사건을 말하고 있는 화자의
주관적 심리가 다분히 진술하고 있는 그 사건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소위 서법조동사들이 쓰이면 과거형태로 변하게 되는 것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can보다 could를 쓰면 겸손하거나 공손한 표현이라는 엉뚱방뚱한 설명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들 입장에서는 그러한 주관적 심리를 "겸손" 내지는 "공손"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심리는 우리의 겸손이라는 개념과는 다릅니다.
단지 표현하고자 하는 바로 그 행위의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의지나 확신을 좀 더 낮춤으로서
오히려 상대방의 의지와 결정권을 더 높여주고자 하는 아주아주 세미한 심리가 반영되는 것입니다.
그걸 굳이 겸손이나 공손으로 표현한다면 뭐 I won't argue that. ^^;
어쨌든, 이러한 서법, 즉 화자의 주관적 심리에 대한 문법적 표현때문에 동사의 쓰임에 색다른 변화가
생기게 된 것이며, 그것을 일컬어 우리는 가정법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용어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이 assumption이나 postulation, supposition, hypothesis, presumption 등이 아니고
"subjunctive" derived out of subjunction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존재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접적으로
지시하듯(indication) 묘사하는 것이 아니고 말로 다 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더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그것을 교묘하게 첨가하려는(subjunction) 주관적 심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휴~ 쓰다보니 또 길어졌네요^^;
이제 이러한 basement를 가지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까요?
5 What can I do for you?
If you ____________ see Mr. Allen, give him my regards.
should
would
shall
will
☞ 아, 위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화자의 의도와 표현들을
연관지어서 동일한 상황에 자꾸 써봄으로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위와 같은 설명은 사실
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지 저런 설명을 안다고 해서 서법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서법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머리로 이해하는 설명보다는 직접 동일한 상황에 닥쳐
다양한 표현들을 써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각각의 조동사들의 쓰임을 다 설명할 순 없지만 적어도 will과 shall이라는 것이 똑같이 미래를 나타내지만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주목하십시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조동사의 쓰임과 위 문장이
화자의 부탁이나 당부 등을 전하는 것으로 화자가 심적으로 사실 전달이나 주장 등의 경우처럼
당당하지 않다는 것이 바로 서법의 쓰임입니다. 거의 자신의 내적 심리를 표할 때는 서법조동사의
과거형태를 많이 쓴다는 것은 다양한 상황들을 접하다 보면 알게 되실 것입니다.
6 I'd like to cut your hair.
If you ________ to cut my hair, how short would you make it?"
were
could
are
would
☞ 기본적으로 화자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음에 주목하십시오. "머리 자를거면 얼마나 짧게 할건데?"
이 안에 담겨진 미세한 심리를 느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문법적으로 to 앞에 조동사가 쓰일 수 없다는
것은 기본이고, 결국 be동사의 올바른 형태를 고르라는 문제인데 여기서는 were를 요구하고는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 are도 동일하게 많이 쓰인다는 것도 알아두십시오. 그것이 문법과 실제와의 괴리입니다.
개중에는 are를 쓰면 주절의 would와 맞지 않기 때문에 틀린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건 제가
알 바 아닙니다. 적어도 미국 사람들은 그렇게 쓰니까...^^;
7 Did you work yesterday?
I wish yesterday ____________ a holiday.
is
be
were
had been
☞ if 와 무관한 표현이지만 결국 제2의 if 로 여겨지는 wish가 쓰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배우는 가정법 현실에서는 wish는 거의 제2의 if 에 불과합니다.
그 wish라는 동사가 내포하는 본질적인 의미는 아예 생각지를 않으려고 합니다.
wish는 그 자체로 화자의 내재적 심리가 상당히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 가지 소원이 three wishes인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소원이 이뤄지리라 믿고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소원은 그저 소원일 뿐이죠.
때문에 어제 일어난 일이니까 원래는 were를 써야 하겠지만 한 시제 더 당겨줘서 had been으로
쓰는 것입니다.
10 Of course, I won't.
I wish I were as smart as you _______.
were
are
had been
have been
☞ 자,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서법을 통해 한 시제 앞당겨주는 것은 시간의 관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이것은 화자의 주관을 나타내기 위한 기술적 방법일
뿐이지 그 자체로 시간의 앞 뒤나 시제의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가정법을 쓴 절에서 동사의 시제가 한 시제 당겨졌다고 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사건이나
진술이 전체적으로 시간이 앞당겨진다는 의미가 결코 아닙니다. 그저 말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화자의 주관과 무관한 것은 원래대로 써주면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너처럼 똑똑했으면 참 좋겠다는 말은
쪽팔리지만 내가 지금 쫌 모자라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누가 이 사실을 떳떳이 인정하고
싶겠습니까? 당연히 심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were를 사용한 것이겠지만
그렇지만 그래 너 잘났다, 니 x 굵다, 그래 넌 똑똑하다 이것은 결코 내 주관적 심리의 표현은
아닙니다. 니가 똑똑하다는 그 사실은 내가 사실로 인정하고 들어가마 라는 것이죠. 그러니 당연히
본래의 시제를 사용한 것 뿐이구요.
아...힘들다^^;
첫댓글 굿.. 고생 하셨습니다..
별 말씀을요^^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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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신 설명감사함니다.jerome님 말씀처럼 옜날에 배운 가정법때문에 지금 죽어라고생함니다.새로운것을 익히는 것보다 어려운 게 잘못알고 있는 것을 지우는 일이드만요..
..정말 수고 많으셨슴니다.이런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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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주실꺼라믿슴니당.
사드림니다.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