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올해의 컬러 ‘피치 퍼즈’ (Peach Fuzz, Pantone 13-1023)!
색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날부터 사람들은 올해의 색이 무엇인지에 열광했다. 가게 마네킹마다 같은 색의 옷이 입혀졌다. 누굴까? 색을 정하는 자, 과연 누가 세상의 색깔을 정하는 걸까?
세상과 색을 쫓는 사람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색을 지배하는 자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수많은 브랜드와 협력한다. 색이 색을 발휘해 끼를 부린다. 색의 조련사인 숨은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팬톤>
미국 뉴저지 소재의 색상 전문 연구, 개발 기업이다. 화학 전공을 한 로렌스 허버트(Lawrence Herbert)가 1963년에 팬톤 컬러매칭시스템(PMS)을 완성하고, 이듬해인 1964년에 팬톤 색 일람표를 개발하며 전 세계 디자이너와 인쇄업분야에 활용했다.
2024년 색은 '피치 퍼즈'이다. 색채 연구소 팬톤(Pantone)은 매년 패션 위크 런웨이, 인테리어 디자인, 심리학 등을 고려해서 색을 정한다. 팬톤은 친밀감과 연결에 대한 우리의 타고난 갈망을 반영하는 색상을 찾기 위해 따뜻함과 현대적인 우아함이 빛나는 색상을 선택했다. 젊음과 시대를 초월한 색이라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포용과 친절이 필요한 세상이 왔다.
사람별로 다르게 보이는 색상들을 시스템으로 구조화, 체계화시키는데 공로를 세운 기업이다. 브랜드에 있어 컬러는 브랜드의 이미지, 콘셉트, 방향성에 직결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부터 해마다 올해의 컬러라는 아주 중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와 콜라보하고 있다. 2022년에는 기존의 컬러북에 없던 새로운 컬러 베리 페리가 선정되었다. 2023년에는 리빙 코랄 이후로 오랜만에 적색 계열인 비바 마젠타가 선정되었다.
색의 이름도 외우기 쉬운 "몽골아가 엉덩이 발색"이나 "그리움에 타버린 회색" 또는 "분노의 용암색" "벌거벗은 임금님 옷 색" "부러운 보라""배추흰나비 흰색""세상에 없는 색의 귀환" "검정 아닌 검정"'오골계가 부러워하는 검정""19금 살색" 이런 이름들도 선정되었으면 좋겠다. 상상력의 색을 한번 만들어 보시길!
내가 먹는 신경안정제의 색이 '피치 퍼즈'이다. 시도 때도 없이 대드는 야수 같은 심장을 누그러 뜨린다. 나는 잠시나마 나를 떠나 새로운 나와 조우하는 순간이 온다. '피치 퍼즈' 복숭아색 알약이 오늘 일용할 양식이다. 친밀감과 연결에 대한 갈망이 맞는 색인 것 같다.
언제나 꿈보다 해몽이었다. 올해의 색을 색상환을 돌리는 건 어떤지? 어린 시절 번데기 뽑기 장수가 들고 다니는 둥근 판에 화살 꽂는 방식은 또 어떨까? 전 지구인들이 한날한시에 모여 오대호만큼 큰 색상환을 돌려보는 상상을 해본다.
세상의 색과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추적추적 겨울비가 질척거리게 스토킹 하는 날, 추적해 보았다.
<뉴턴과 무지개>
색의 스펙트럼을 밝힌 사람은 화가가 아닌 물리학자였다. 무지개의 숫자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달랐다. 실제로 무지개는 수백 개의 색깔로 구성되었다. 지금처럼 무지개 색채를 일곱 가지로 정한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 뉴턴(1642~1727)이다. 신앙심 깊은 뉴턴이 성서에서 가장 완벽한 숫자라고 생각하는 7을 색과 연관시켰다. 7일의 천지창조, 7 음계, 백설공주의 7명의 난쟁이도 기독교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빛의 색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다양한 모습으로 나뉘는 것을 보고 7개의 색으로 정했다. 우리 옛 선조들은 무지개를 흑백청홍황(黑白靑紅黃)의 '오색 무지개'라고 불렀다. 무지개의 색을 꼭 정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순간순간 색이 다르게 느껴져서 감히 무지개의 색을 명명하기가 두렵다. 뉴턴한테 그동안 무지개색을 가스라이팅 당해왔다. 이제 무지개는 그냥 무지개로 당신에게도 보일 것이다. 색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가 색을 다스릴 것이다.
<죽음의 초록>
역사상 초록은 생명의 상징이었다. 파릇파릇 초록을 사랑한 사람들이 많았다. 초록색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18세기 스웨덴 화학자가 '칼 빌헬름 셸레'가 녹색화합물을 만들어냈다. 가구, 벽지, 의복, 건물등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초록으로 도배를 하면 보기에도 좋았지만 벌레나 쥐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빅토리아 여왕과 귀부인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세상은 녹색혁명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사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녹색을 사용한 이들은 피부병이 생기고 구역질 같은 증상들이 일어났다. 초록색엔 비소가 함유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초록으로 도배한 방에 수감되었던 나폴네온의 사망원인도 비소였다. 인상파 화가인 마네, 모네도 초록을 사랑 했다. 고흐의 몸이 망가진 것도 비소와 관련이 있다. 안료를 만든 인부들도 많이 죽었다. 수많은 죽음에도 패션스타들은 초록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이슬람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도 초록이다. 선지자 무하마드가 초록 터번을 둘렀다고 해서 초록색을 유난히 사랑했다.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서 초록은 그들의 꿈의 색깔이었다. 유난히도 이슬람 국기들에선 초록색이 많다. 녹색은 생명과 낙원의 색이라는 의미에서 이슬람의 모스크에는 녹색타일이 유난히 많다. 색과 열망은 하나였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머미 브라운>
인류역사상 가장 기괴한 색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가 된 죽은 사람이나 동물의 살이나 뼈를 갈아서 만든 색이다. 과거 유럽의 이름난 화가들이 이 독특한 안료를 구해 음영이나 피부색 광택을 표현하는 데 사용했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상을 그린 드라클루아도 머미 브라운을 사용했다. 진한 갈색의 미라 가루를 기름과 섞어서 파리 시청에 그린 벽화에 칠했다. 사람은 죽어 그림을 남기나 보다. 색을 쫒는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 보인다. 내 살가죽이 걸쭉하게 갈려 명작으로 들어가는 생각을 하면 뭔가 기괴한 느낌이 든다. 더 이상의 미라로 만든 색은 사라졌지만 현대에도 머미 브라운색은 여전히 물감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람은 가도 색은 남는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
첫댓글 우리 온이는 천재성 소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
하나님게서는 모든 것을 한 사람에게 주시지 않는다는 것을 이 아침에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