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리판(阿闍梨判)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엉망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阿 : 언덕 아(阝/5)
闍 : 사리 사(門/9)
梨 : 배 리(木/7)
判 : 판단할 판(刂/5)
질서가 없고 제 주장만 난무하는 어지러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은 많다. 먼저 속된 표현으로 개판을 가장 많이 쓴다.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이른다.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몰골사납게 싸우는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처음 강인한 함경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옛날 과거를 보는 마당에서 선비들이 질서 없이 들끓어 뒤죽박죽이 된 난장(亂場)에서 온 난장판도 있다.
이렇게 드러난 말뜻도 알 수 있고 유래도 뚜렷한 말과 달리 아사리판은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말이면서도 일상에서 흔히 쓰인다.
어원이라며 주장하는 몇 가지 중에서 우리말에서 왔다는 것을 먼저 보자.
빼앗거나 가로채다는 ‘앗다’의 줄기 '앗-‘에서 매김꼴씨긑 '을'이 붙고 그 아래 사람을 나타내는 '이'가 붙어 '앗을이'가 변해서 됐다는데 빼앗을 사람과 빼앗길 사람이 한데 어울려 무법천지가 된 것을 비유했단다.
일본말 '아사리(あさり, 浅蜊/ 천리)'라는 조개에서 어원을 찾는 것은 담긴 그릇이 흔들릴 때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난다는 데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보다 더 솔깃해지는 것이 불교에서 왔다는 이야기다. 수행을 중시하는 소승불교(小乘佛敎) 종단에서 교육을 담당할 만큼 덕이 높은 스승, 또는 도가 높은 승려를 말하는 아사리(阿闍梨)에서 유래했다고 밝힌다.
아사리를 한역할 때 아상리(阿牀利), 혹은 아차리야(阿遮利夜)라고도 한단다. 사리 사(闍)는 ‘담 도’로도 읽힌다.
불교에서 나온 말 중에서 원 뜻과는 많이 변한 말이 상당히 많다. 학승과 사무를 맡은 승려 이판사판(理判事判)이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말하거나 싸우기를 좋아하는 악신의 이름인 아수라(阿修羅)가 난장판인 아수라장이 된 것 등이다.
덕이 높은 스승 아사리가 많으면 다양하고 깊은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하는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이 모습이 소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인 데서 질서 없이 어지러운 현장을 말하게 된 것으로 변했다고 보는 것이다.
아사리(阿闍梨)
불교 교단의 스승에 대한 총칭.
범어 아사리아(a-ca-rya)의 음역(音譯)으로, 궤범사(軌範師) 등으로 의역되며 흔히 계사(戒師)라고 한다. 규칙이나 규범을 가르치는 모범적인 스승이라는 뜻에서 궤범사라고도 하며, 바른 행동을 보여준다 하여 정행(正行)이라 하기도 한다.
또 선법(善法)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옷을 단정히 입고 걸식(乞食)을 법답게 하며, 항상 제자들을 자식처럼 여기는 승려를 아사리라고 하였다. 그 자격은 10회 이상의 안거(安居)를 마쳤고 계율에 밝으며, 지혜와 복덕을 겸비해야만 한다.
이 아사리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출가, 수계(受戒), 교수(敎授), 수경(受經), 의지(依止)의 5종 아사리가 있는가 하면, 갈마(羯磨), 위의(威儀), 의지, 수경, 십계로 분류되는 5종 아사리, 삭발, 출가, 수경, 교수, 갈마, 의지 등의 6종 아사리가 있다.
이 중 삭발 아사리는 머리를 깎아 준 스승이고, 출가 아사리는 십계 아사리라고도 하는데 출가 의식인 득도식(得度式) 때 10계를 일러주는 스승이며, 수계 아사리는 갈마 아사리로서 구족계(具足戒)를 주는 스승이다. 교수 아사리는 위의 아사리라고도 하며, 구족계를 받을 때 위의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수경 아사리는 불경을 독송하게 하고 그 뜻을 가르치며 사구게(四句偈) 등을 수습하도록 하는 스승이며, 의지 아사리는 제자의 숙식을 돌봐주는 스승이다.
이와 같은 아사리는 현재 우리 나라에서의 수계식(受戒式) 때 모두가 참석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사리라고 하면 은사(恩師), 법사(法師), 계사(戒師) 중 계사를 지칭하게 된다.
이들 아사리는 13덕(德)을 갖추어야 한다. 즉, ① 보리심(菩提心)을 발한 자라야 하고, ② 묘한 지혜와 자비가 있어야 하며, ③ 제자들을 이끌 능력이 있어야 하고, ④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를 수행하여야 하며, ⑤ 삼승(三乘)에 통달하여야 하고, ⑥ 능히 진언(眞言)의 진실한 뜻을 알아야 하며, ⑦ 중생의 마음을 잘 파악할 줄 알아야 하고, ⑧ 제불보살(諸佛菩薩)을 신앙하여야 하며, ⑨ 전교관정(傳敎灌頂) 등을 얻어 미묘한 만다라(曼茶羅)를 잘 알아야 한다.
또 ⑩ 성품은 유연하고 화목하여 아집이 없어야 하며, ⑪ 진언행(眞言行)에 있어서 능히 잘 결정할 줄 알아야 하고, ⑫ 유가(瑜伽)를 잘 익혀 알아야 하며, ⑬ 용맹심이 있어 보리심에 능히 머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이 아사리들에게는 율보(律譜)가 있고, 그들은 율원(律院)을 통하여 교육받은 뒤 율맥(律脈)을 전승하게 된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몇 갈래의 율맥이 전해지고 있다.
▶️ 阿(언덕 아, 호칭 옥)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휘어 구부러지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可(가, 아)로 이루어졌다. 산(山)의 굽은 곳 또는 언덕의 뜻을 나타내고, 倚(의; 추종의 뜻)와 통하여 아부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阿(아, 옥)는 (1)성(姓)의 하나 (2)아프리카 주 등의 뜻으로 ①언덕, 고개, 구릉 ②물가(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③대답하는 소리 ④모퉁이 ⑤기슭 ⑥집, 가옥(家屋) ⑦처마(지붕이 도리 밖으로 내민 부분), 차양(遮陽: 처마 끝에 덧붙이는 좁은 지붕) ⑧마룻대(용마루 밑에 서까래가 걸리게 된 도리) ⑨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양 ⑩의지하다 ⑪두둔하다, 편들다 ⑫아름답다 ⑬알랑거리다, 영합하다 ⑭한쪽이 높다 그리고 ⓐ호칭(呼稱)(옥)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언덕 구(丘), 언덕 애(厓), 언덕 원(原), 언덕 구(坵), 언덕 파(坡), 언덕 강(堈), 밭두둑 롱/농(壟), 언덕 안(岸), 언덕 치(峙), 언덕 강(崗), 언덕 애(崖), 언덕 구(邱), 언덕 판(阪), 언덕 능/릉(陵), 언덕 고(皐), 언덕 부(阜)이다. 용례로는 한쪽이 높은 언덕을 아구(阿丘), 세상에 아첨함을 아세(阿世), 딸이나 또는 여자를 아녀(阿女), 쇠가죽을 진하게 고아 굳힌 것을 아교(阿膠), 남의 마음에 들려고 간사를 부려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리는 짓을 아첨(阿諂), 돈을 달리 이르는 말을 아도물(阿賭物), 여인이 남편이나 애인을 친근하게 일컫는 애칭을 아랑(阿郞), 자기의 아버지를 아옹(阿翁), 남에게 잘 보이려고 구차스럽게 아첨함을 아유구용(阿諛苟容), 자기의 주견이 없이 남의 말에 아부하며 동조함을 아부뇌동(阿附雷同), 전란이나 그밖의 일로 인하여 큰 혼란 상태에 빠진 곳을 아수라장(阿修羅場),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이라는 아비규환(阿鼻叫喚) 등에 쓰인다.
▶️ 闍(사리 사, 망루 도)는 형성문자로 阇(사)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문 문(門; 두 짝의 문, 문중, 일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者(자, 도)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闍(사, 도)는 ①망루(望樓: 적이나 주위의 동정을 살피기 위하여 높이 지은 다락집) ②서울 외곽 안의 거리 ③성곽(城郭: 도읍을 둘러싼 성)의 문, 그리고 ⓐ사리(闍梨)(사) ⓑ고승(高僧)(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고승이나 스승을 이르는 말을 아사(阿闍),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의 행위를 바르게 지도하여 그 모범이 될 수 있는 승려를 아사리(阿闍梨), 고려 때 정방에서 서기의 일을 맡아보던 관원을 필도지(必闍赤) 등에 쓰인다.
▶️ 梨(배 리/이)는 ❶형성문자로 梸(리), 棃(리), 樆(리)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利(리)로 이루어졌다. ❷형성문자로 梨자는 ‘배나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梨자는 木(나무 목)자와 利(이로울 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利자는 곡식을 수확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수확’이나 ‘이롭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 梨자는 ‘이로운 나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梨자는 쓰임이 매우 적어 주로 지명이나 상호, 배의 종류를 표기할 때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梨(리/이)는 ①배, 배나무 ②늙은이 ③뭇, 모든, 많은 ④나누다, 분할하다 ⑤찢다, 쪼개다, 가르다 ⑥따르다, 쫓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배나무를 이목(梨木), 배나무 꽃을 이화(梨花), 화폐 이용의 대상으로서 지불되는 금액을 이자(梨子), 껍질을 벗긴 배에 후추를 드문드문 밖아 꿀물이나 설탕물에 삶은 음료를 이숙(梨熟), 배나무 동산을 이원(梨園), 산돌배를 산리(山梨), 배나무의 열매를 생리(生梨), 서리를 맞아 얼어서 시든 배 또는 그 배처럼 쇠하고 시들어 검버섯이 난 노인의 피부를 비유하여 이름을 동리(凍梨), 배의 한 가지로 빛깔이 누르고 크며 맛이 좋은 배를 황리(黃梨), 잿불에 배를 구움 또는 그 배를 소리(燒梨),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동편에서부터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놓으며 그 외의 과일은 순서가 없음을 조율이시(棗栗梨枾),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오비이락(烏飛梨落) 등에 쓰인다.
▶️ 判(판단할 판)은 ❶형성문자로 牉(판)과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半(반; 둘로 나누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칼로 물건을 잘라 나누는 것으로, 옛날 증문(證文)을 판서(判書)라고 하여, 서로 나누어 가지고는 나중에 맞추어 보았다. ❷회의문자로 判자는 ‘판단하다’나 ‘구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判자는 半(반 반)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半자는 소머리에 八(여덟 팔)자를 그려 넣은 것으로 ‘나누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判자는 이렇게 ‘나누다’라는 뜻을 가진 半자에 刀자를 결합한 것으로 사물을 나누어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判자는 ‘구별하다’나 ‘판단하다’와 같이 진실을 들여다본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나누는 일도 맞추는 일도 判(판)이라고 한다. 그래서 判(판)은 (1)판(版). 책이나 상품의 종이의 길이와 넓이의 규격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판단하다 ②판결하다 ③가르다 ④나누다, 구별하다 ⑤떨어지다, 흩어지다 ⑥맡다 ⑦판단 ⑧한쪽, 반쪽 ⑨판, 인쇄판, 활판 ⑩문체(文體)의 한 가지 ⑪구별이 똑똑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판단할 단(彖), 결단할 결(決)이다. 용례로는 어떤 사물의 진위를 판단(判斷), 선악을 가리어 결정함을 판결(判決), 판단해서 결정함을 판정(判定), 사실이 명백히 드러남을 판명(判明), 판단하여 구별함을 판별(判別), 분명하게 아주 다름을 판이(判異), 뜻을 헤아려 읽음을 판독(判讀), 판단하여 앎을 판지(判知), 아주 없음이나 도무지 없음을 판무(判無), 판단하는 방법을 판법(判法), 아주 환하게 판명된 모양을 판연(判然), 아내가 시키는 말에 거역할 줄 모르는 사람을 농으로 일컫는 말을 판관사령(判官使令)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