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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분은 일본어 입니다.
"우와, 진짜 아무것도 없네."
그녀의 빈정거리면서도 기분이 좋아 방방 뛰어다녔다. 태훈은 양쪽 수북이 든 비밀봉지를 바닥에 놓고는 옷을 갈아입으러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집을 구경하느라 바빴고, 태훈은 장봐왔던 것을 정리하고 있었다.
침실을 뛰어다니다가 싫증났는지 주방 여기저기를 뒤지더니 서랍에 있던 신라면 박스를 끄집어낸다.
"한국라면 일본에서 보니 너무 반갑다. 나 이거 가져가도 되지?"
"안 돼"
"네가 안 된다고 해도 가져갈 생각이었어, 내가 양심껏 딱 반만 가져간다."
태훈의 절규를 무시하고 딱 반을 갈라 라면을 품에 안고는 현관문 옆으로 몸을 옮긴다.
길고 풀어질듯 말 듯한 그녀의 웨이브가 찰랑거리며 그녀의 온몸을 보호하듯이 휘감았다.
그녀는 자신이 벗어뒀던 가디건에 라면을 싸서 태훈이 가져갈까봐 자기 딴에는 꽁꽁 묶는다.
온통 파란색과 하얀색밖에 없는 이 집은 정말 단순했다. 태훈이 혼자살기에는 너무 큰 집인거 같았지만 그래도 친구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흐뭇했다.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던 태훈 말대로 거실에 가구도 소파하고 티비밖에 없었다. 태훈은 익숙한 솜씨로 김치 볶음밥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녀는 티비를 켜놓고는 소파에 앉아 일본과자만 먹고 있었다.
보다 못한 태훈은 그녀에게 궁시렁 거렸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 한채민 너도 좀 도와라"
"난 손님이야, 우웩, 일본과자 더럽게 맛없다. 내가 잘못된 맛을 골랐나?"
그녀는 계피맛 과자를 내팽겨 쳐버리고는 냉장고를 열어 음료수를 찾기 시작했다.
아까 장보던 중간 마구잡이로 넣었던 음료수들은 전부 오렌지 주스만 사버렸고, 아까 먹었던 계피맛 아몬드 쿠키와는 전혀 안 어울리는 거 같아 다시 냉장고문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는 허기진 배를 잡고 식탁에 앉아 젓가락으로 식탁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배고파, 아침에 밥을 먹었는데도 배고파, 점심도 먹었는데도 배고파, 과자를 먹었는데도 배고파, 진정 내 뱃속에는 식충이가 들어있던 것일까, 아, 난 또 고뇌에 빠지네, 아, 난 또 고뇌에 빠지네."
단순한 음이지만 그녀의 뚜렷한 음색에 귀를 활짝 열게 했다. 즉흥으로 지었다기에 는 너무나 잘 조합된 음이었고 많이 들어봐서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 태훈은 요리를 계속하였다.
나는 고뇌에 빠지네 라는 가사를 듣자 진짜 한채민답다며 웃어 재끼기 시작했다. 감히 내 노래를 무시 하냐면서 그녀는 화를 냈고 태훈은 다 볶은 김치볶음밥을 들고 식탁으로 온다. 신 김치의 새콤한 냄새와 매콤한 냄새가 조합되어 볶음밥을 내자마자 그녀는 숟가락부터 들이댔다.
"오랜만에 노래 부르네?"
"응, 이렇게 한가로웠던 날이 없었거든, "
"앞으로 계속 부를 거지?"
"아니, 필 꽂힐 때 마다 불러줄게, 내 노래는 김치볶음밥 10개를 가져와도 못 들을 노래야"
태훈은 숟가락으로 그녀의 머리를 콩하고 때린다. 그녀는 화난다는 듯이 주먹을 내밀고 태훈은 괜히 쫄은 척 해주며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정신없이 먹다가 조금 배불러 질 때쯤이야 그녀가 옛날 생각난다는 듯이 태훈에게 말한다.
"우리 고등학교 때 기억나? 너 우리학교에서 통이었잖아, 그 덕분에 내가 여자애들한테 얼마나 시달렸는지.......넌 그 고통 모를 거야."
그녀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입에 물고 있던 숟가락을 홱홱 허공에 돌리며 다시 숟가락질을 시작했다. 태훈은 나도 생각난다면서 입에 있던 음식물은 씹어 넘긴다.
"그래, 너 목소리 하나는 더럽게 커서 선배들한테 맞을 뻔했는데 네가 소리쳐서 선생님까지 달려왔었잖아, 아무튼 목소리 하나는 더럽게 컸어요, 목소리만 커? 키도 요만한 게 선생님들한테 개기기는 오죽 잘했어요? 네가 음악선생님을 훈육했잖아, 그래서 맨날 손들고 있고"
"난 모르는 일이야"
그녀는 시치미 뚝 떼고 김치볶음밥만 먹었다.
"그래, 나 없는 동안 너의 네오는 찾았냐?"
"아니, 다시 한 번 점을 보려고, 네오는 먼 곳에 있다고 했으니깐.......일본인들은 점 잘 보나?"
"글쎄, 그쪽 방면에는 관심이 없어서"
"너, 만약 나의 네오를 찾으면 괴롭히지 않을 거지?"
"야 솔직히 너의 네오가 누군지는 몰라도 너보다 한참 나이 많은 늙은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아니면 완전 갓난아기일지 네가 아냐? 그 할머니 점은 뻥이야"
"아냐, 난 꼭 나의 네오를 찾고 말 거야! "
"너의 네오가 누군지 진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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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채민 벌써 12시야, 너 타츠야님 집에 안 가봐도 되?"
그들은 밤새 이야기 나누고 원카드도 하고 보드 게임을 즐기며 새벽 4시에 자버렸던 것이다. 태훈도 장거리 여행 때문에 지쳐서 11시에 일어나버렸고, 아직도 채민은 꿈나라 중이다.
더욱이나 그녀가 침대에서 자고 태훈이 바닥에서 자 허리가 뻐근해서 몸 상태가 영 아니었다. 그것도 모르고 채민은 잠꼬대로 침대까지 떨어져 주시고 그대로 태훈의 배에 그녀의 머리가 해딩해 주셨다. 일어나면 한대 쳐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쯤이면 보스가 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야 한채민, 지금 12시라니깐 타츠야님 집에 가야지"
그녀는 조금 꿈틀대다가 태훈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풀린 눈을 번뜩 뜨며 씻지도 않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아 빨리 깨웠어야지, 제발 타츠야가 오후에 들어오기를"
하며 그녀는 초조하게 옷을 입고 그 와중에도 라면과 자신의 간식거리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태훈이 태워다 준다면서 자신의 차키를 들고 서둘러 나갔을 때, 이미 자신의 부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태훈의 부하가 아닌 타츠야의 부하들이였다. 그녀는 정신도 덜 깨서 무슨 일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의 집에 들어가야 했다.
태훈도 같이 가려고 하자 야쿠자 몇 명들이 태훈의 걸음을 막는다.
[태훈님은 몇 일간 회사를 나오지 말라고 하셨고, 용서는 이번뿐이라고 하셨습니다]
태훈은 당황하였고 이내 그 야쿠자의 어깨를 밀며 말하였다.
[건방진 말투는 용서할 수 없다. 타츠야님의 말씀이더라도 나에게 예를 갖춰라]
태훈은 짧지만 강한 카리스마로 부하들을 눌렀고 야쿠자들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는 가도 좋다는 태훈의 말을 듣고 그녀를 태우고 차는 떠나 버렸다. 떠나는 차를 보며 태훈은 그저 그녀가 무사하기만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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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말 안 통하는 일본 야쿠자에게 열심히 바디 랭귀지까지 써가며 타츠야가 어디 있냐고 물었지만 야쿠자들은 일체 아무 말도 없이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그제야 큰 죄를 지었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게 왜 죄인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잘못한건 확실했다. 이리저리 빠져나갈 생각을 해보았지만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몸부림 치고 있을 때 벌써 그의 집 앞에 도착했고 그녀의 심장박동 수는 극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녀는 슬그머니 대문을 열었을 때 정원에 자신의 계획을 도왔던 경호원들이 쭉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치가 떨릴 정도로 무서운 그가 서 있었다.
편안한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큰 기럭지 때문에 그가 더욱 멋있어 보였다. 약간 숙여진 상체는 그의 키를 더욱 실감나게 했다. 그리고 얇은 티를 입고 있었지만 그의 근육을 비추었고 단단한 그의 몸은 더욱 그를 빛을 발하게 했다. 살짝 부는 바람에 검은 머리카락에 휘날렸다.
감상도 잠시, 그녀는 조용히 종종 걸음으로 걸어가 경호원들 사이에 자신도 무릎을 꿇고 손까지 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경호원들은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상황판단 하여 참고 있었다.
[고부, 데리고 가서 네 선에서 처리해]
그의 옆에 있던 검은 정장을 입고 있던 사람은 고부였고 고부는 정말 야쿠자처럼 생겼다. 매우 무섭게 생긴 남자는 눈가에 칼자국이 있었고,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남자답게 생긴 용모였다.
[네, 보스]
고부의 단호한 말에 경호원들을 떨게 만들었다. 눈치 빠른 그녀는 안 된다고 손까지 저으며 말했다.
"타츠야, 내가 잘못한 거 알아요, 근데 이 분들은 아무 죄가 없어요! 진짜예요"
타츠야는 고부와 대화 하던 중 그녀의 말에 타츠야는 그녀를 쳐다보았고 정말 미칠 듯이 화가 나 있었다. 뭐가 잘했다고 이 여자는 조그마한 입술을 놀려대고 있는지, 그것도 쉴 새 없이....... 그가 더욱 화나는 것은 자신의 경호원들인 이 야쿠자들은 보통의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유혹에 넘어갈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근데 하나같이 그들의 눈에는 차분함보다는 들떠 임이 보였고 어떻게 이들을 꼬셨는지 저 조그마한 여자가 신기하기까지 했다.
"진짜예요, 제가 시킨 거예요, 이 분들은 정말 친절하신 분들이에요"
그녀의 애원에 미처 한국말도 못 알아듣는 경호원들은 안 된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7명의 경호원 목소리보다 그녀가 더 컸다. 고부는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커 귀까지 막았고 옆에 있던 경호원들도 귀를 막았다.
[고부, 데리고 나가, 지금 당장]
그는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고, 혼자 남은 그녀에게 일어나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는 조용해진 그녀를 보고 들어오라고 했다. 두 사람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고부는 작게 웃었다.
[조그마한 여자한테 보스가 당해내지 못하는 군. 유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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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무소리도 내지 않고 그를 뒤쫓아 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의 한숨소리 때문에 그녀는 다시 긴장감의 최고조가 되었다. 거칠게 그는 그녀의 팔을 끌어 자신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사람 미치게 하는데 일가견 있군."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정원에서는 시끄럽게 말도 잘했지만, 그건 이유가 있었고 지금은 아무 이유가 없다. 그는 아무렇게나 자신의 머리를 헝클고는 그녀를 아래로 내려다본다. 싸늘한 그의 검정색 눈에 그녀는 숨이 컥하고 막힐 것만 같았다. 그의 눈에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알 수 없는 뭔가가 그녀의 등골이 오싹하게 느껴졌고, 한 발자국 뒤로 갔다.
"각오는 되었지?"
그의 말과 함께 그의 손은 허공으로 올라갔다.
댓글 올려주신 분들은 다음편에 올려드릴께요.
댓글 남겨주신분들 감사드리고요 ^^ 항상 행복하길 샬레벳이 기도하께요
샬레벳은 빨리 8편 쓰러 가겠습니다.
글 다 보신뒤 목록을 누르는 것 보다 댓글을 누르는게 더 쁜 인거 아시죠?^^
ㅋㅋㅋ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