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멸종도니 것으로 알려진 사향쥐가 충남 연기군의 한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다. 포도농사를 잘 지어 1994년 새농민상을 타기도 한 최용주씨가 그 주인공. 7년여 각고의 노력 끝에 사향쥐를 사육하게 된 최씨로부터 사육법과 시장 가능성 등을 들어봤다. 글.사진 조동권(농민신문 경제부 부장대우)
“누구나 새로운 작목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이 판로입니다.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안정적으로 팔 곳이 없으면 모두 허사지요.”
1994년 새농민상을 수상하는 등 포도농사로 잔뼈가 굵은 최용주씨(49,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사향나라 대표)가 사향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8년 한 잡지에 난 사향쥐 관련 기사를 보고 난 뒤부터란다.
“이거다 싶었지요. 이듬해 10년 가까이 짓던 포도농사를 접고 중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5년여 동안 살다시피 하며 사향쥐 사육기술을 익혔습니다.”
사향은 한방에서 없어선 안 되는 귀한 약재지만 국내 생산량은 전무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최씨. 중국에서도 사향이 생산되고 있으나 쓰임새가 다양하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남획이 심하다 보니 2급 보호동물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그 동안 국내 대학 등 연구기관에서 시험용으로 이를 반입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약재로서의 사향은 쓰임새는 다양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우황청심환을 비롯해 기응환, 중국에서 영약으로 꼽히는 편자광의 주된 원료가 사향이거든요.”
조용하고 서늘하며 물 맑은 곳이 사육 적지
최씨는 중국의 길림성 관계자를 수시로 만나 농사꾼의 특유의 성실성으로 설득한 끝에 규제를 하나씩 풀어냈고 올해는 합법적으로 수입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에 투입된 종자돈이 16억원에 이른다.
“올해 초 400마리를 수입했는데, 2주 가까운 검역과정에서 절반가량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놈들이 잘 자라줘 현재 400마리로 늘었지요. 일부 분양을 시작했습니다.”
최씨에 따르면 사향쥐는 밤에 주로 활동하는 반수생동물이다. 새끼는 한 번에 평균 6마리를 낳고 1년에 3~5차례(평균 20마리) 번식한다. 암수 모두 모성애가 지극해 특별히 놀라게만 안 하면 낳은 새끼는 거의 죽지 않고 잘 자란다.
사향쥐는 또 자거나 먹을 때만 빼고 물속에서 산다. 짝짓기도 물속에서 옆으로 헤엄치며 한다. 그래서 물을 청결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육사를 지을 때 물탱크를 꼭 만들어 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탱크의 물은 꽉 채워야 어린 쥐가 물에서 집으로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다. 물은 3일에 한 번 꼴로 갈아주는 것이 좋고 오물은 물을 갈아줄 때 함께 배출 시킨다. 그리고 물은 얼기 전인 11월 말쯤에 완전히 빼준다.
“사향쥐는 조용하고 서늘한 것을 좋아합니다. 내가 사육사에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고 차광망을 설치해준 것도 이런 특성을 감안한 것입니다. 초식동물이므로 각종 풀을 사료로 이용하면 사료값을 크게 절감할 수 있지요.”
최씨는 그러나 아무 풀이나 사향쥐에게 주면 살모넬라균에 감염되기 쉬우므로 가려서 줘야 한다고 충고한다. 대개 아침엔 버들잎이나 씀바귀 등 조사료를, 저녁엔 송아지용 펠릿사료를 주로 준다. 특히 버들잎을 자주 주면 소화를 도와 사향쥐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사향의 분비도 촉진된다. 겨울에는 버들잎을 구하기 어려운 만큼 앨팰퍼 등을 주면 된다.
“설치류라 해서 애완용 토끼사료를 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8% 이상) 살이 쪄 번식력이 떨어지거든요. 흰쥐용 사료를 줘도 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흠입니다.”
추위에 강하고 더위에 약한 편
최씨는 요즘 송아지용 펠릿사료에 숯가루와 생균, 유황을 일부 섞어 사향쥐를 기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약재를 생산하는 짐승인 만큼 사료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향쥐는 저온에는 강해 영하 25℃에서도 견디지만 더위에는 약해 실내온도가 25℃를 넘어선 안 된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므로 사육사도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짓는 것이 좋다. 물에서 주로 생활하므로 지하수도 오염이 되어선 안 된다.
“사향쥐는 좀처럼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사향쥐가 서식하는 지역은 파리나 모기도 생기지 않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일단 병에 걸리면 손실이 큰 만큼 예방이 중요합니다. 토끼사육에 준해 예방접종을 하면 됩니다.”
사육사는 벽돌과 철망 등을 이용해 견고하게 지어야 하는데 먼저 지은 사람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보통 사방 1m크기의 2층으로 짓는데 3~4만원 든다고. 최씨의 경우 360마리를 사육하기 위해 70평 사육사를 짓는데 2,000만원 정도 들었다.
“월동기 사양관리도 중요합니다. 이때 잘 관리하지 않으면 이듬해 봄 번식력이 떨어지거든요. 입동 전 물탱크의 물을 완전히 빼주고 사육사 위층에 짚 등을 충분히 깔아줘야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지요.”
사향쥐의 번식은 물이 녹아 얼기 전까지(3~11월) 가능하다. 사료는 1마리에 하루 25~30g 주지만 번식기엔 이보다 10~20% 더 준다. 새끼는 교미 후 28~30일 지나 낳고 젓은 1달 정도 지나면 뗀다.
“사향쥐의 수명은 3년 정도입니다. 생후 3개월 지나면 번식용으로 쓸 것은 1쌍씩 격리시켜 기릅니다. 나머지 수놈은 한 칸에 5마리씩 넣어 기릅니다. 번식은 6개월이 지난 것부터 시키고 사향도 이때부터 채취합니다. 1번 짜면 약 0.5g의 사향이 나오는데 10일 간격으로 한해 10번 정도 짤 수 있지요.”
최씨에 따르면 사향쥐에서 생산되는 사향은 한방에서 혈전 치료제와 치질연고, 파스의 원료로 쓰인다. 원액을 1,000%로 희석하면 고급 향수가 된다. 가죽은 방수가 잘 돼 밍크 다음으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국내에는 수요가 없지만 고기는 중국에서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다. 굵은 꼬리는 의료용 봉합사로 이용된다. 한 마디로 사향쥐는 버릴 것이 하나 없는 동물인 것이다.
혈전 치료제와 향수를 만드는 사향
사향의 쓰임새가 다양하고 공급량이 딸리다보니 중국에서도 사향쥐의 남획이 심해 보호동물로 지정, 외부 유출을 막고 있다. 게다가 국가간 교역 금지 품목이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사향을 조달할 길이 없다. 이는 바꿔 말해 판로도 보장된다는 얘기.
“사향 1g의 국제가격은 60~70달러입니다. 정제한 것은 290달러 가지요. 국내가격은 현재 농축 안 한 것이 1g에 7만~8만원, 농축한 것은 20만 원 선입니다. 농축하면 부가가치가 높다는 얘기지요. 사향을 짜고 정제하는 기술은 현재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최씨가 보는 사향 시장 규모는 국내만 어림잡아 2t, 1,000억 원대이다. 하지만 생산량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제 겨우 시작했으니 생산량이 많을 턱이 없다. 따라서 최씨처럼 소량 생산해서는 한의원에 개별적으로 팔 수는 있어도 제약회사나 한방병원, 화장품회사 같은 큰 수요처와 대량 거래는 불가능하다. 사향이 돈이 되려면 규모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최씨의 결론이다.
“앞으로 중국 농업과학원 특산물연구소의 사향 채취 및 이용관련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조건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또 여기서 생산되는 각종 사향 관련 가공품은 한국 상표를 달고 독일 · 프랑스 · 러시아 등 전 세계로 수출할 예정이지요. 사향에 관한 임상연구는 또 대전대 한의대와 함께 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농 연합이 필요하지요. 그 일을 제가 해나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