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생 추모 집회에 모인 500여명의 대전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부시 사과, 소파 개정"을 요구 했다.
ⓒ2002 이기동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당한 미선, 효순양의 넋을 기리는 촛불 시위가 전국적으로 진행된 7일. 대전역 광장에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오후 6시경부터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 시민들은 촛불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시를 넘어서면서 약 500여명으로 늘어났다. 미선, 효순 양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기라도 하듯 오전부터 흩뿌렸던 겨울비도 저녁 무렵 그쳤다.
이날 촛불 시위에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집회에 참석한 아버지와 초등학생 딸, 기말고사를 끝마치고 친구들의 손을 잡고 촛불을 밝히고 선 여고생, 지난날 자신이 살아온 삶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는 30대에 이르기까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500여명의 대전 시민이 자리에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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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대전역 추모집회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자유발언자로 나선 한 시민은 "지난 6월 월드컵 당시 700만이 모여 4강의 신화를 이룩할 때 여중생 두 명이 미군의 탱크에 깔려 사라져 갔다"며 "우리가 다시 700만명이 모일 수 있다면, 아니 단 10만이라도 모일 수 있다면 부시의 사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부시의 공개사과와 소파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 질 때까지 계속 모여야 한다"며 인터넷에 올려진 미선, 효순양의 부모님들의 편지글을 낭독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또 다음 까페 '정정당당 대한민국' 운영자이기도 한 김병훈(21, 대학생)씨는 "네티즌들의 힘을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상품 불매운동을 제안 했다.
김씨는 "현재 인터넷 카페들이 모여 미국상품 불매운동에 들어가려 한다"며 "일본의 경우 미군의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으로 미국상품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결국 불매운동이 계기가돼 클린턴의 사과를 받아냈다"며 온, 오프라인을 통해 같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또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볼 때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두 여중생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올라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지만 소파는 개선이 아닌 개정돼야 한다"고 밝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불만을 표출했다.
"가해 미군 무죄판결 너무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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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연설이 이어 지는 동안 촛불시위에 참여한 일부 시민들은 주변에 마련된 사고당시 사진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거나 직접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은 이날 촛불 시위를 주변에서 지켜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와 함께 촛불 시위에 참석한 조민호(39, 문화동) 씨는 "아이들이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잘 몰라 직접 참여해 배울 것이 있을 것 같아 아이들과 함께 왔다"며 "내용만 알고 직접 사진을 보지는 못했는데 막상 보니까 상당히 충격적이고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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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의 부인 우혜진(36, 문화동)씨는 "문제가 처음 발생했을 때 사과했으면 좋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는데 가해자를 무죄판결 하고 얼마 전 출국까지 해 버려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며 "처음 왔을 때 춥기도 하고 해서 들어 갈 까도 생각했는데 이렇게 같이 하는 사람도 많고 또 이렇게 하는게 옳고 당연하다"고 밝혔다.
신문을 보고 참석하게 됐다고 밝힌 이효선(성모여고 2학년) 학생은 "가해 미군을 무죄판결 내렸지만 아직도 소파 개정이 안되고 있어 너무 억울하다"며 "우리나라가 너무 힘이 없는 것 같고 정치권이 알아서 해야하는데 너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분노했다.
이효선 학생은 "미군이 있을 필요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소파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 1시간 가량 이어진 대전역 촛불 시위를 마친 시민들은 여중생 2명이 받쳐든 미선, 효순 양의 영정을 앞세우고 인근 으능정이 거리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부시 사과, 소파 개정"을 외치며 주변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촛불 시위대가 으능정이 거리에 접어들자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은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시위 대열에 합류하기도 해 대열더 늘어났다.
한편 지난 4일부터 대전역에서 촛불시위를 진행해온 대전범국민대책위는 8일부터 홍명상가 앞 광장에서 촛불 시위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범국민대책위 참가 단체들과 함께 지속적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14일 대전역에서 2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2002/12/08 오전 00:20
ⓒ 2002 OhmyNews
대전 시민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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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