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음식 찌꺼기를 싱크대에 쳐 넣었더니 물이 잘 내려가지 않더라. 기술자를 불러야 할까 고민하다가, 시간이 많은 내가 직접 해보자고 결심했다.
파워 피스톤 압축기를 하나 사와서 물구멍에 대고 쑤셔 넣었더니, 꾸정물이 솟구쳐 올라서 엉망이 되었다. 막히긴 꽉 막혔구나 싶어 2L 펑크린 하나를 붓고 기다려봤지만 꾸정물은 그대로였다. 안되겠다 싶어 두 개를 더 사와서 양쪽 구멍에 붓고 기다렸다.
이제서야 꾸정물이 조금 내려갔다 싶어서
다시 압축기로 펌프질을 하니, 이번에는 음식 찌꺼기가 올라와 싱크대에 가득 차버렸다.
할 수 없어서 바가지로 퍼내고 다시 펌프질을 하니, 꾸정물이 조금 내려갔다. 그래서 펑크린 두 개를 더 사와서 양쪽 구멍에 붓고 기다린다.
1층 싱크대가 걱정되어 내려가보니 이상이 없었고, 그 곳에서 곽 선생님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곽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 이 글을 남긴다.
우리 교육원에는 발달장애 원생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는 아담한 여선생님이 있다. 이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게 아내가 원장을 도와 학원을 열던 시기라 벌써 15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저렇게 작은 분이 어떻게 덩치 큰 원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이 선생님은 무료봉사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특별한 사랑과 열정으로 원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처음에는 '별 사람 다 있구나,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봉사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요가를 배우러 왔던 이 선생님이 발달장애 학생들을 만나면서 도움이 되고 싶어 하다가 처음엔 바이올린 수업을 했었는데, 그 수업이 원생들에게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종이접기 자격증을 취득한 후 지금처럼 종이접기를 가르치고 있다.
매일 오후 봉사하는 이 선생님을 보면서, 대기업 대표이사인 남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듣기만 하던 오블레스 오브리주를 남편이 실제로 실천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이 선생님에 대해 더 알아보니, 성이 아내와 같은 현풍 곽씨고, 남편은 나와 같은 밀양 출신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어제 문화원 다녀오는 길에 교육원 출입구에서 마주쳤을 때, 그 선생님이 반가운 얼굴로 "어디에 다녀오셨습니까?" 하고 물어봤다. 내가 "운동하고 왔습니다."라고 하니,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요."라고 하더라. 이게 이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나눈 첫 대화였다.
그리고 "남편 분은 요즘 여전하십니까?"라고 묻자, "금년에 퇴직하였습니다."라고 해서, "그동안 두 분께서 고생하셨으니 이제 여행이라도 다녀오시지요."라고 하니, "퇴직해도 고문으로 있으니 여전히 바쁘게 다닙니다."라고 답하더라.
19:40 에 가보니 물이 내려갔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종이접기 교실
아내도 여기에서 원생들을 돌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