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무설재 가족이 완전체로 모양새를 갖추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까지는 그래도 쥔장의 품안에서 살핌을 받았다면 그 즈음에 집이 안성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어 도시처럼 쉽게 들락거릴 수 없기도 하였지만
자주독립의 기회를 확고히 하게될 시점인 대학생활부터는 그들만의 세상을 살면서 고군분투하느라 바빠 집에 올 새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되면서 부터는 본인들과 다른 타인과의 더불어 삶을 살면서 앞만보고 달려가느라 허우적 허우적.
그렇게 각자 제 생활로 바쁘기도 해서 얼굴보기도 쉽지 않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니 그 넓은 공간이 꽉 차는 듯 하다.
오래도록 남의 나라에서 생활을 하던 딸이 다음 여정을 위해 숨고르기를 하느라 잠시 집으로 돌아와 있고
도시에 남겨져 나홀로 직장생활을 하던 덩치 큰 아들 녀석마저 안성 무설재로 귀홈을 하였다.
그러다 보니 특별할 일 없이 자신들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며 할일을 해내고 그 날이 그 날 인 것처럼 살아가는 무설재 쥔장들의 삶이
아이들이 돌아온 다음 부터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되는데 그중에 가장 괄목한 변화는 먹을거리 일상의 반찬이다.
둘이서만 살때는 그저 소신껏 소소하게 1식 3찬으로 먹는 끼니를 보편적 일상으로 만족하며 자족하였다면
자식들이 돌아온 집안에는 하루 세끼를 위한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하루 사이클이 아이들 위주로 달라지기도 한다는 말씀
여하튼 살다보면 어느 사이에 일상을 동고동락한 부부는 다름의 폭이 좁혀지면서 만만해지고
다 자란 아이들은 세상 속으로 들어가 성장한 만큼 시야도 넓어지고 그들의 세상이 다양성을 갖게 되므로
부모라고 해서 소통의 과정이 일방적이거나 주입식으로 밀어부치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고 느끼게 되면
저절로 아이들을 존중해야 하고 부모가 아이들을 소유가 아닌 인간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일거수 일투족을 벌이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하다못해 음식 하나 장만하는데도 그렇다는 말이다.
웬지 모르게 신경이 쓰여 보통 쥔장 내외 둘이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는 아주 소소했던 하루 삼시세끼가
이제는 무슨 큰 일상이나 되는 것처럼 매일 오늘은 뭐 먹지? 고민하면서 메뉴를 장만하다 보면
하루가 후딱후딱 어찌 지나가는지 모르게 됨은 물론 차실에 손님이 찾아들거나 볼 일이 있어 집을 비워야 할 때도
뭔가 먹을거리를 장만해놓고 일상을 시작하게 되니 어찌 보면 막말로 새삼스럽게 아이들 시집살이요
집 떠나 있는 동안 잘 챙겨주지 못한 끼니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싶으면서도 본의 아니게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런 말씀..
어쨋거나 그러다 보니 쥔장의 일상이 두배 세배 바빠진 것은 분명한 사실,
끼니 하나 해결하고 돌아서면 다음 끼니 준비를 홰야 하는 일상이 마치 나영석 피디가 주장하는 별 것 아닌 삼시세끼의 고됨이 절로 느껴진다는 것이요
그가 요구하는 삼시세끼라는 것이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군상들에게는 얼마나 과분하고 넘치는 일상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는 말이다.
허구헌날 집에 있는 가정주부 일지라도 그들이 해내야 할 일상이 있는 것이고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면
그 삼시세끼를 챙겨먹는다는 것이 결코 말처럼, 불려지는 단어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집밥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식신들은 또 얼마나 많던가...
그 뒤로 바쳐지는 시간과 공들임이 아니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한 끼니라 일컬어지는 삼시세끼.
쥔장 또한 웬만하면 집밥을 부르짖으며 식탐의 지존대열에 들어서게 되기는 하였지만
어느 날 뒤돌아보면 대체 먹자고 사는 것인지 살자고 먹는 것인지 알다가 모를 때도 많기는 하다.
어쨋거나 아이들이 돌아와 무설재에서 더불어 공존하는 이 시점은 날이면 날마다 삼시세끼에 대한 애환을 스스로 인식하는 중이라는 말이고
그동안 맛의 여뷰를 떠나 주는대로 먹어주던 남편에 대해 느끼는 고마움은 더욱 크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상담하느라 쉴 새 없었던 입을 빼고는 놀멘으로 굼떴던 몸놀림이 빨라졌다 뭐 그런 말이기도 하다.
아뭏든 엊그제는 소소한 삼시세끼에 대한 고민과 일상을 접고 서울로 향하였다.
지난 번에 십여년 만에 무설재를 찾아들었던 캐나다에서 온 지인이 다시 돌아갈 날이 다 되어가 기꺼이 서울에서의 만남을 가졌다.
그리하여 약속 시간에 지정된 장소를 향해 걸어가는데 그놈의 봄바람, 이름하여 꽃샘추위는 어찌나 거세던지
어이쿠야 돌아선 동장군이 다시 돌아오려나 싶을 정도라 중무장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휘청휘청 바람부는대로 몸을 맡기며
겨우 찾아들어간 곳은 센트럴 시티 안에 자리한 파미에스테이션이라는 새롭게 뜨는 먹거리 장소.
"으잉? 아니 이곳이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완전 세련으로 바뀌었넹? 뭔 일이라니...자주 가던 곳이 일식집이 아예 없어지고 말았네. 아쉬워라 쯧쯧쯔"
딸내미 말에 의하면 예전에 무질서하고 들쑥날쑥이었던 장소를 한 달 전에 새롭게 단장을 하여 세련되고 쾌적한 장소로 변모하였고
지금은 완전히 입소문이 나서 어느 음식점이나 줄을 서서 먹어야 할만큼 유명한 곳이 되었다는 설명.
오호라 알겠다...이해가 된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만남의 장소에만 사람이 많은 듯 싶었지만 서서히 점심 시간이 되니 하나 둘 사람들이 식당가로 몰려들어가
놀라서 여기 저기를 둘러보았더니만 다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며 자신이 들어갈 순번을 기다리는 중이라 저절로 관심폭발.
물론 우리 역시 선택한 일식집에 들어서기가 만만치 않아 순번을 기다려 입성을 하였다.
HAZ -02 6282 1220- 스시집이다.
워낙 개인적으로 해산물을 좋아하지만 더러는 그 해산물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해서 어지간해서는 스시집을 선뜻 찾아들지는 않는 개인적 성향을 고려해본다면
쉽게 선택할 일식집은 아니었으나 다수의 의견을 고려하여 찾아들었더니만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
게다가 그 맛이 일품이요 스시의 신선함과 쫄김함과 탄력이 장난이 아니어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지 알겠다는 것.
짧은 기다림 속에 음식이 나오는 순간 식탐에 빠져 왕 수다를 떨던 우리들은 이야기를 할 새가 없었고
그저 맛있다를 연발하며 폭풍 흡입을 하고 보니 오호 게눈 감추듯이 사라져 버린 스시가 아쉬울 정도였다.
그렇게 즐거운 식탐을 누리고 나머지 수다를 위해 커피를 마시기로 하고 카페를 찾앗으나 근처는 다들 만원사례.
앉을 곳이 얿을 정도로 꽉꽉 들어 찬 인간 군상들을 바라보며 우리도 그 중에 하나이겠거니 로 카페찾아 삼만리라.
한참을 찾아 헤매다 겨우 스타벅스를 발견하였건만 이층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자리가 만만치 않아 난감해 하다가
막 일어서는 사람이 있어 겨우 자리 하나 꿰어차고 오래도록 수다발을 길게 늘였다.
예전에 비해 훨씬 훨씬 더 맛있어진 스타벅스 커피가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즐거움까지 느끼면서...
그래도 헤어질 시간이 되어 훗날을 기약하며 헤어지는데 반드시 캐나다로 날아오라는 지인의 요구에 고개를 끄덕끄덕.
그렇게 긴 인연의 지인과 그녀의 딸과 헤어져 바쁘게 집으로 돌아와 또 다시 저녁을 준비하는 손놀림이 분주했다.
아, 별 것 아닌 듯 하던 이놈의 삼시세끼가 왜 이리 고달프다냐.
마치 하루종일 밥만하는 듯한 착각은 당연지사요 하루 해가 어찌나 빨리 돌아치는지....
그러게,
아무리 생각해도 나영석 피디만 삼시세끼를 좋아하는 듯.
첫댓글 맞아 맞아 요즘 집에서 세끼 다 챙기려니 것도 노동~!
그렇죠? 보통 일이 아닙니다만 나영석 피디는 자신이 하지 않는 고로 아주 귀하게 여기는 중?
암튼 먹을거리 보시도 주부의 할 일이긴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엔 세 끼니는 어려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