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준 날: 20240523목 17:00~17:30
읽어준 곳: 경산 아가페지역아동센터(중방동 행정복지센터 맞은편, 마가교회건물)
읽어준 책: 《당신은 빛나고 있어요》 에렌 베커 지음 루시드폴 옮김/웅진주니어
《모두가 빛나요》 에렌 베커 지음 루시드폴 옮김/웅진주니어
《풀이 좋아》 안경자 글, 그림/보리
함께한 이: 1 ~ 4학년 여학생 친구들 8명 내외
지난주는 늘 책읽어주기하던 수요일, 부처님 오신 날로 하루 쉬고, 읽어주는 요일이 바뀌면서 착각을 하고 책읽어주러 가지 못했다. 복지사 선생님께 전화가 와서 택시타고 가면, 하니 괜찮다고 하셨다. 친구들끼리 책을 서로 읽어주기 하면 된다고 하시는데 정말 속상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오늘은 일찍 집에서 나섰다. 읽어주려고 빌려두었던 책을 챙겨 들고. 걸어가는 길에 풀들이 저마다 예쁘게 꽃을 피웠다. 아기자기 사랑스러웠다. 친구들에게 풀꽃 이름을 가르쳐 주려고 풀꽃 책을 가져가는 길이라 설레였다.
아가페 1층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문득 1층 책꽂이가 눈에 띄어 살펴보게 되었다. 그림책이 생각보다 없었다.
비어 있는 책꽂이도 눈에 띄었다. 우리 목록 그림책으로 채워졌음...
2층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지난주 많이 기다리지 않았냐고 미안하다고 하니
아이들끼리 한 장씩 돌아가며 책읽기를 했다며 자랑스러운 듯 얘기해줬다. 감사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게 느껴져 기특하기도 했다.
《모두가 빛나요》는 《비밀의 문》 《머나먼 여행》을 쓴 작가라고 알겠냐며 물어보니 교과서에 실린 책인 것 같은데 글없는 그림책, 설명을 해 줘도 잘 모른다고 했다.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책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싶어 빛이 있는 곳을 찾아 창을 향해 들어보였다. 해질녘이라 빛이 아쉬웠지만 방 안에서 책을 볼 때와 창가를 향해 펼쳤을 때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리저리 빛을 찾아 책을 펼치고 있는데 민*이가 그냥 책을 빨리 보자고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여 무슨 일 있냐고 물었는데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책읽기 전에 어떤 놀이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민*는 민*대로 다른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이유가 있는지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영화만 보고 싶었던 친구, 춤도 추고, 빛 그림자도 만들고 자유롭게 놀고 싶었던 친구,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조금 자유로와도 되는 시간이라는 친구, 이런저런 이유들로 속상했나보다. 쉽게 기분이 풀어지지 않는 민*이는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했다. 많이 속상했나보다. ‘마음을 다 이해해주지 못해 속상했지?’하고 달래서 데리고 오라고 했다. 그렇게 아이들 모두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빛나요》와 《당신은 빛나고 있어요》를 보여주며 우리 친구들 모두 다르지만 이렇게 빛나고 이쁘다고, 특별히 오늘을 위해 이 책을 가져 왔나보다 하고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지만 쉽게 민*이의 마음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림책을 모두 다 읽을 때까지 함께해줬다.
친구들마다 좋아하는 색이 달랐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친구, 노을 색을 좋아하는 친구, 과일 색을 좋아하는 친구, 보라, 초록을 좋아하는 친구.
이렇게 다양한 색을 담은 그림책이 아름다운 것처럼, 다 다른 우리가 함께하는 세상이 아름답다. 그걸 알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또 아니다. 어른인 나도 그러니까. 좋아하는 색이 달라도 다름을 인정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친구들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는데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여전히 기분이 풀리지 않은 친구가 있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조잘거리며 사이좋게 지내길 마음속으로 그렇게 믿으며 소망했다.
자, 이제 퀴즈. 풀꽃 이름을 가르쳐 줄거라고 했다.
그리고 풀꽃 이름을 맞추면 다음 시간에 선물을 줄거라고 했다.
집에 두 권씩 있는 그림책들이 생각났고 1층에 비어 있던 책꽂이가 생각이 나서 아이들에게 선물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던 거다. 하나만 맞추면 선물을 달라는 친구. 그건 너무하다 했다.
우리 목록 책 《풀이 좋아》를 보여주며 봄까치꽃, 봄맞이꽃, 별꽃, 괭이밥, 뱀딸기, 꽃마리, 토끼풀, 쇠뜨기, 뱀밥 등을 가르쳐주고 맞추었다. 한 문제 맞춘다더니 적극적으로 해서인지 한 번 이름을 알려줬는데도 잘 기억했다. 다음 주에 또 보여줘야겠다 생각하고 저녁 시간이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