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조카들이 어머니 산소 벌초하는데 다녀왔습니다. 산세가 험해 목발로는 올라가지도 못하지만 매년 벌초하는 날엔 산소와 멀지 않은 큰 누님네를 방문하지요. 올해 84세 되신 누님은 큰 집에서 혼자 사시는데 꽃을 좋아하셔서 꽃 가꾸는 재미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시지요. 지천이 꽃인 누님네 집은 전형적인 동네 사랑방입니다. 매형 살아계실 때와는 달리 지금은 할머니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오시는데 그 정도가 심한 모양이었습니다. 수필가인 조카는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 정도였지요. 할머니들이 너무 많이 오시는 것은 그렇다 치고 사생활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딸들이 오거나 손님이 오면 할머니들이 자리를 좀 비켜줘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울타리를 쳐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하더군요. 나는 반대 의견을 내놓았네요. 마음을 닫으면 이웃은 오지 않습니다. 울타리를 치고 대문을 달게 되면 우선 앞마당 차량 진입이 어려워지는 불편도 있을 테고요. 주인의 마음이 열려 있기에 손님이 오신다는 사실이 때론 불편하긴 해도 얼마나 좋으냐고 했지요. 찾아오신 이웃들에게 차 한 잔 대접하는 것도 덕(德)을 쌓는 일이고 누님의 남은 생애에 담 없이 계속 이웃과 그렇게 지내셨으면 싶었습니다. 세상은 품어야 사는 법이니까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