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353 --- 가도 가도 초원인 몽골 트레킹
무성한 숲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산과 풀뿐인 초원이 생동감 넘쳐나 아름답다. 채웠을 때보다 비웠을 때가 더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다. 초원의 외곽으로 돌산이 마치 키 재기 하듯 고만고만하다. 어쩌면 저리 생김생김이 비슷비슷해 뜬금없이 병풍을 떠오르게 한다. 일부러 재단이라도 한 것 같다. 자연이 빚어낸 조화에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옛날 옛적에는 이곳이 바다였다더니 해당화와 닮았다. 외관과 달리 열매는 많이 변형되어 아주 작다. 이렇게라도 고산지대에 아직 남아있는 것이 신기하다. 한 번 생겨나기 어렵듯 없어지기도 쉽지 않은 생명체다. 거대한 초원에 길은 따로 필요치 않다. 가는 곳이 곧 길이 된다. 뚜벅뚜벅 어울려 한국에서 가져온 이야기보따리를 하나둘 풀어놓는다. 하지만 가축의 배설물은 피해야 한다. 송장메뚜기가 팔딱거리고 개미는 여전히 분주하다. 앙증스러운 다람쥐에 들쥐가 먹잇감을 찾는다. 하늘엔 수리의 멋진 날갯짓에 늑대도 어슬렁거린다고 한다. 몸을 낮춘 이름 모를 작은 들꽃의 수줍은 미소가 정겹기만 하다. 주인 없는 땅 같아도 자기 몫의 영역임을 주장하며 여기저기 철조망이 쳐졌다. 소 말 양 염소 야크 같은 가축은 자기 주인의 땅이면 출입에 제한받지 않는다. 그들만의 먹이 밭에 보호 받는 특별구역이다. 황무지 같아도 적성에 맞는 것은 낙엽송과 자작나무다. 이곳에서는 아주 어렵사리 살아가는 귀한 것들인데 누구의 잘못, 못된 짓인지 그마저 하루아침에 죽음으로 내몰렸다. 지리산에서 보았던 고사목 지대보다 더 심각하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곳은 괴이한 모습의 바위들이 근육질의 몸매를 아예 드러내놓고 있다. 함께 어우러져 한 장의 화면처럼 조화를 이루는 멋진 장관으로 눈길을 끌고 발길을 잡으면서 감탄을 토해내게 한다. 그래도 공해가 없어 가슴뿐 아니라 마음도 편안하다. 하늘이 하나의 커다란 우산이다. 금세 묻어날 성싶은 새파란 하늘이다. 잘 풀어지는 솜 구름이 덩실거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