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잡초가 장난 아니네!
2021년 6월 21일
음력 辛丑年 오월 열이튿날
지난해 여섯 그루를 심고, 올봄에 열 그루 더 사와
더덕 씨앗을 뿌려놓은 밭에 블루베리 묘목을 심어
놓았다. 아내는 이 밭을 지나 다닐 때마다 언제쯤
자급자족할 만큼 블루베리를 딸 수 있느냐고 묻곤
한다. 이제 겨우 2~3년생 묘목을 심어놓고 벌써
블루베리 수확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너무 급하다.
아내가 하는 말을 들으니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난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다"는 속담이다. 모든 일은
순서가 있는 것이고 때가 있는 것인데 기다리지를
못하고 성급하게 서두르거나 그 결과만을 찾을 때
일컫는 옛 말이다. 하지만 아내는 하루빨리 자라서
매일 아침에 먹는 블루베리를 우리 손으로 기르고
수확하는 것, 바로 자급자족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름 정성껏 길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거름도 챙겨넣었고 물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고
하여 이따금씩 물을 흠뻑 주기도 했고 잡초도 뽑아
주었다. 그런데 한동안 밭작물에 신경을 쓰다보니
블루베리밭도 그렇고 그 윗밭에 있는 도라지밭은
아예 잡초밭으로 변해버렸다. 지난 봄에 한번씩은
잡초를 뽑아냈지만 촌부가 잡초가 자라는 속도에
따르지를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인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블루베리는 채소밭처럼 풀을
깨끗이 뽑아주어야 하는 청경재배(淸耕栽培) 대신
크게 자라는 잡초 쇠뜨기, 망초같은 것은 뽑아내고
자잘하게 자라는 풀과 더덕을 함께 자라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말하는 농사방법
바로 초생재배(草生栽培)인 것이다. 그래서 먼저
심은 여섯 그루는 깔끔하게 잡초를 뽑아주고 다른
한쪽 올해 심은 열 그루는 어차피 더덕밭에 심어서
더덕과 함께 자라고 있고 덩굴이 감고 오르는 것만
관리를 해주면 될 것 같았다. 또한 이름은 모르지만
자잘하게 자라는 잡초는 뽑아내기도 귀찮고 하여
그대로 두고 크게 자라는 잡초만 뽑아주었다. 나름
두 가지 방법으로 길러보아 어느 것이 나은지 한번
비교를 해보고 싶었다. 사실은 잡초뽑기에 싫증이
난 게으른 촌부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후자를 선택
하고픈 마음이 더 크다. 그래도 나무에 가까운 쪽의
주변은 잡초를 뽑아내고 둥글게 해놓았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까지 이 두가지 방법으로 길러보려고
한다. 그때 가서 안되면 더덕을 캐내면 되니까...
어제의 날씨는 소나기가 지나가듯이 비가 두어 번
뿌리다가 말았다. 하지만 워낙 날씨가 좋아서 이내
말라버려 흔적도 없었다. 블루베리밭 잡초뽑기를
하다보니 땅바닥이 바짝 말라있어 호미질 하기가
쉽지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물조리개로 시냇물을
몇 번 퍼다가 흠뻑 젖을 정도로 물을 듬뿍 주었다.
땀을 흘리고 들어왔더니 아내가 점심으로 시원한
냉면을 준비해놓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서울에서
일하던 때 장안에서 소문난 유명한 냉면집에 가서
먹어봤지만 그 맛이 그 맛이라 오히려 아내가 만든
산골 냉면이 더 맛있다. 팔불출 입맛이라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