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토요시장, 연지 보리밥의 5천 원 짜리 밥상
용산역에서 KTX 목포행을 타고 2시간이면 나주에 닿는다. 나주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무영 스님을 만나 영산강의 등대(강의 등대다)를 보고 장흥으로 왔다.
장흥은 내겐 무척 낯선 도시다. 현재는 인구 3만7천이 사는 도시, 50년대 보도연맹 사건으로 주민이 주민을 죽이고 수장시킨 슬픈 역사를 가진 도시, 빨치산의 남부 본거지가 있던 도시, 가장 늦게까지 동학인에 의해 의병 활동이 있던 도시, 해산물이 무척 좋은 도시다.
나는 이중 해산물이 좋은 도시에 초점을 맞춰 이곳에 왔다. 김과 매생이 제철을 앞두고 김과 매생이를 확인하고 좋은 제품을 판매하고 싶어서이다. 특별히 장흥은 무산(재배 과정에서 염산, 유기산, 무기산 등을 사용하지 않은 김, 일종의 유기농 김) 김이 유명하다. 장흥에서 김 재배에 필수인 염산을 사용하지 않은지는 20년이 되어간다. 장흥의 김 양식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1923년 김양식을 관장하는 해태조합을 만들었고 그 이전부터 양식했다..
김은 김의 씨앗을 바다에 뿌리고 지주를 세워 농사를 짓는다. 김이 자라면서 당연히 각종 이물질이 닿기 마련이다. 염산은 이런 이물질을 제거하고 김을 까맣고 이쁘게 자라게 한다. 그러나 아린 맛이 나고 당연히 바다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점 때문에 장흥은 김 재배 시 염산을 사용하지 않는단다. 장흥 바다엔 잘피라는 수초가 많이 자라는데 이 잘피가 바닷물을 정화시켜 복원시키고 수산물의 맛을 좋게 한다.
단순히 김을 확인하러 왔다 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올해 장흥의 김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생산이 시작되어 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그러니 맛있는 햇김은 이 기간에 구매해 맛나게 먹어야 한다.
매생이도 마찬 가지다. 장흥 내저마을의 찰매생이는 출하 이틀 때이다. 아직은 매생이가 좀 짧다. 매생이가 한 자(30cm) 정도 자라야 맛이 좋다. 그러려면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한다. 매생이는 바다 식물 중에서도 영양이 높다. 장흥의 찰매생이가 근교 완도 등으로 퍼져 현재는 인근 도시에서도 찰매생이 농사를 짓지만 뻘도 좋고 바다도 깨끗하며 조수간만 차이도 좋은 내저리의 매생이 맛을 따를 수 없다.
장흥은 2일과 7일 장 그리고 토요일에 장이 선다. 그래서 장흥 장터를 토요장터라 한다. 이곳엔 장흥 시민과 상인들이 즐겨 찾는 밥집이 있다. 바로 <연지 보리밥>이다. 육지 나물과 해초로 반찬을 차리고 큰 대접에 넉넉하게 내준다. 그리고 가격은 5천 원이다. 맛? 이 정도 성의면 무조건 좋다. 매생이와 김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 집이 무척 북적일 것이다.
전라도 지역에선 팥죽이 참 흔하다. 전라도에서 팥죽이라 하면 대체로 팥죽에 칼국수 면이 든 팥칼국수이다. 이 집에도 팥을 곱게 내린 팥칼국수가 있다. 간이 딱 맞지만 설탕을 듬뿍 넣어 먹어 보아야 한다. 전라도에선 팥죽에 설탕을 넣어 먹는데 별미다. 우리 부부에게 장흥을 안내해 주신 무영 스님께선 전라도에서 팥죽에 설탕을 넣어 먹는 것은 강도 높은 노동 중 빠르게 당을 보충하기 위해서가 아닐까라고 추측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도 동의했다.
오늘 장흥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우리가 맞은 첫눈이다. 12월 말에 <쌔비 테이블>에서 장흥의 무산 돌김과 찰매생이를 팔 예정이다. 장흥의 신사 장준혁 대표님께서 가장 좋은 것을 선별해 보내주시기로 했다.
장흥의 김과 매생이 양식장. 마침 물이 빠져 매생이와 김이 햇볕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