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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미로에 갇히다....
구조헬기안
"어떡하죠? 제주병원에선 환자를 받을수 없답니다. 오늘 오전에 관광버스전복사고로 응급실에 인력도 자리도 없다는데요"
제주시내안 모든 병원에 전화를 거는 구급대원, 하지만 들려오는 답은 늘한결같다.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대답과, 수혈할 혈액을 구할수 없다는 답변만 들려올뿐이다.
지금 환자에게 필요한건 , 긴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이여야하고, 수혈이 가능한
전문병원이어야 한다. 이상태로 출혈이 계속된다면 환자는 곧 코마상태로 접어들게 될것임에 자명했다.
"여기서 부산대학병원까지 헬기로 얼마나 걸립니까?"
"전속으로 간다해도 한시간이상은...."
"늦어도 한시간 내엔 도착해야 합니다. 준비된 수액 모두 걸어주세요"
"네, 선생님"
건욱의 지시에 따라 헬기는 부산을 향해 방향을 틀고, 환자의 양팔엔 수액이 투약된다.
"아버지...저예요. 부산대학병원장님 아버지 동문이라고 하셨죠? 전화한통 부탁드려요. 응급환자가
한시간내로 도착한다고 수술장 좀 열어달라구요. 여러개의 골절이 의심대고 장기손상도 배제할수 없어요.
의식은 있는데, 출혈양이많아서 언제 위급상황이 올지 장담할수가 없어요. 부탁드려요 아버지"
통화를 끝내고, 피로 흥건한 거즈를 갈아내는 건욱...부디 시간안에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눈앞에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본다.
차원장의 전화에 부산대학병원에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병원인근 L호텔헬기착륙장에 인원들을 투입시킨다.
헬기가 착륙하기가 무습게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되고, 그제야 건욱이 헬기에서 가방을 챙겨 바닥에 발을 내딛는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환자를 무사히 인계할수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부산까지 지체없이 와주신 구급대원분들이 더 고생하셨죠.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추후에 감사패라도..."
"아닙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그럼..수고.."
구조대원을 향해 경례를 해보이고는 돌아서는 건욱, 피묻은 손을 화장실에서 씻어 내고는 건물밖으로 걸어나온다.
하늘높이 헬기가 날아오르고,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길게 기지게를 켠다.
"이제 또 어디로 가지? 가는김에 제주까지 태워다 달라고 했어야 하나?"
혼잣말처럼 중얼대고는 돌아서는 건욱의 눈앞에 풍선이 하늘위로 날아오른다.
"으앙....내풍선...."
"아가...울지마 뚝...아줌마가 꼭 풍선 내려줄게. 약속해. 그러니까 울지마"
울먹이는 아이를 달래고는 풍선이 달린 나무가지를 향해 폴짝 폴짝 뛰어 오르는 여자의 모습에 건욱이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아슬아슬한 높이에 걸린체 도통 잡힐 생각도 없는 풍선을 향해 손을 뻗는 여자를 대신해 손을 뻗는 건욱...
놀라 자신을 향해 돌아서는 여자를 본순간, 건욱은 잠시 현실이 아닐거라 생각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머리속에
떠오르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다연이 눈앞에 있는 이현실은 도무지 현실로 와닿지도 믿을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다연을 뒤로하고 아이에게 다가가는 건욱, 아이의 손목에 풍선줄을 매듭지어주고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장난스레 헝클어트린다.
"다음부터는 놓치지 말고 조심해서 다녀"
"네,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숙여보이고는 달려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건욱... 자신과 마주선 다연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결코
꿈이나 환영이 아님을 깨닫는다.
"잘지냈어요? 난 잘 못지냈어요. 보시다시피... 꼴도 엉망이고...."
"......................"
" 내가 오늘 안하던 짓을 좀 했는데, 하늘에서 상이라도 주고 싶었나봐요. 이런 말도 안되는 우연을 만들어 준걸보면...."
"차건욱씨..."
"하아...
떠나있는 동안 조금은 당신이 내생각 해주길 바랬어요. 그래야 덜 억울할테니까.
나혼자 뻘짓하는거 쪽팔려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 당신말대로 관두려고 했는데이렇게 눈앞에 당신이 나타나면 어떡해.
날 더러 더 뭘 어쩌라구..."
분명 20%였다.... 그정도만 지우고 끝내자 싶었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본순간... 건욱의 머리속엔
이다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도대체 뭘 위해 떠났던건지... 누굴위한것이였는지 조차도 이젠
생각나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그녀를 향해 걸어가는 건욱.... 다연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친다.
건욱의 발걸음이 성큼성큼 다연에게로 향하고 다연이 서둘러 돌아선다. 체 피할틈도 없이 다연의 팔을 당겨 품에 안는
건욱, 이순간...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세상의 편견따위 윤리니 도덕이니 따위 개나 주고싶은 심정이다.
온전히 자신의 품안에 안겨있는 다연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만이 건욱에게 느껴질뿐이다.
"나...안되겠어요. 당신이란 사람 훌훌털어버릴수 있을 거라 자신했는데, 안보면 금방 잊을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나 봐달라고 안할게요. 나 좋아해 달라고 안할게요. 그냥 이대로 있어요. 지금처럼 이대로 지내다가...그냥
우연히라도 보게 되면... 그걸로 만족할게요.... 그러니까... 내앞에서 등돌리지만 마요... 미쳐버릴것 같으니까..."
자신을 향한 간절한 건욱의 맘....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자신을 향해 맘을 키워온건지 온전히 그맘에 대한 답을 해줄수도
뿌리칠수도 없는 현실이 다연은 두렵기만하다. 두근....두근....
알수없는 떨림.... 그리고 어디서 부터 시작되는지 알수없는 그에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모든 감정이 해일과 같이 다연의 가슴에 휘몰아치고 괴롭힌다.
쏴아아....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한치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나기가 쏟아진다.
다연의 손을 붙잡은체 뛰기 시작하는 건욱, 다연의 발걸음도 어느세 그를 쫓아 빗속을 내달린다.
L호텔 세미나회의실앞 로비
RRRR....
연결음만 계속될뿐 전화를 받지 않는 다연때문에 지훈은 회의에 집중할수가 없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다시한번 핸드폰을 누르는 지훈, 연결음은 또다시 음성메시지로 넘어간다.
"강선생, 안들어 오고 뭐해?"
"네, 곧 가겠습니다"
다연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기고는 회의실안으로 들어서는 지훈의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걱정돼. 메시지 확인하는대로 문자라도 남겨.
갑작스런 소나기에 사람들은 분주하게 뛰거나 비를피할수 있는 건물안으로 찾아든다.
다연의 손을 꽉 붙든체 상가 건물안으로 뛰어들어가는 건욱, 흠뻑 젖은 다연의 모습에 시선을 멈춘다.
얇은 흰색셔츠가 젖어 다연의 몸은 고스란히 드러났고,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그녀의 쇄골을 지나
하얀 가슴골 사이로 흐르듯 떨어진다.
건욱의 시선을 느꼈는지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다연, 그런 다연의 어깨위로 건욱의 점퍼가 덮여진다.
"아니...괜찮아요"
"내가 안괜찮아서 그래요. 그리고 딴놈들이 볼까봐 더더욱 안되는것도 있고.... "
점퍼지퍼까지 올리고서야 한발자국 물러나는 건욱, 쉽사리 그칠것 같지 않은 비줄기를 바라보며, 한동안 다연과 나란히
서서 바깥풍경을 바라본다.
"꼬르륵...."
적막을 깨고 들려오는 배시계소리에 두손으로 배를 감싸는 다연, 어제저녁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에게 들렸을까?란 생각이 미치기도 전에 웃고있는 건욱의 모습에 다연은 좌절감마저 들고만다.
"웃을거면 차라리 소리내 웃죠. 사람 민망하게..."
"흠... 우선 뭐라도 좀 먹읍시다. 나도 지금 꽤 배가 고프거든요. 뭐먹을래요? 먹고 싶은거 없어요?"
건욱의 말에 주위 간판들을 바라보는 다연, 순간 다연의 시선이 멈추고, 건욱이 다연의 시선이 쫓아 멈춘 그곳을
빤히 보며, 미간을 찌뿌린다.
"설마...저거?"
"왜요? 못먹어요? "
"아뇨..나도 좋아해요. 저거 엄청....좋아한다구요...나도... "
말끝을 흐리는 건욱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는 다연, 허름한 음식점안에 두사람이 자리잡고 간단한
반찬들을 내어오는 할머니를 보며 다연이 몸을 일으킨다.
"할머니 주세요. 제가 할게요"
"손님은 앉아 있으소. 내가 하믄 된다"
"저, 이런거 잘해요. 옛날에 저희 할머니도 동네 음식장사 하셨거든요"
"아이고마 얼굴도 이쁜색시가 맘씨도 어째이리 이쁘노? 내가 서비스로 많이 줄테니까 쪼매만 기다리라"
할머니가 가져오는 쟁반을 냉큼 받아 들고는 반찬을 내려놓는 다연, 건욱에게 수저를 가지런히 놓아주고 그제서야 자리에 앉는다.
"정말, 볼수록 궁금해 사람이란 거 알아요?... 나말고 다른사람한테는 다 친절하면서 나한테는 유독 차갑게
구는 이유가 뭐예요? ..알아서 포기란 뭐...그런뜻입니까?"
"때론, 누군가에게 친절은 독이되기도 하니까요. 그저 난, 차건욱씨가 나에대한 관심을 빨리 접길 바랄뿐이예요.
그게 모두를 위하는 길일테니까요"
"그러니까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겠다는겁니까? 열녀문이라도 세워줘요? 조금은 솔직해져 보는게 어때요?
조금은 설렜다거나 좋았다거나 뭐 그런적 없어요? 나 때문에 흔들린적 진짜 없냐구요"
"없어요"
"하아...진짜 단호박이시네. 생각이나 쫌 해보고 대답하던가 뭡니까? 그 성의없는 대답은"
"말했잖아요. 독이되는 친절은 하지 않겠다고"
"아네...어련하시겠어요"
푸념섞인 한숨을 내쉬는 건욱,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고있는 자신의 모습에 다연은 애써
냉정해지려, 마음을 감추고 표정을 숨긴다.
이윽고, 두사람앞에 철판이 놓여지고, 철판위에서 꿈틀대는 괴생명체에 건욱은 잔뜩긴장해서는 의자를 뒤로 젖힌다.
"히익....이....이게 뭐예요 할머니?"
"와? 이총각은 꼼장어 못먹나?"
"못먹어요? 그럼 진작 말하지"
"이거 뱀하니예요? 왜 이렇게 길고 꿈틀거려요?"
풉....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마는 다연, 주인 할머니가 정성스레 꼼장어를 맛있게 구워 두사람의 접시위에 놓아준다.
"잘먹겠습니다"
"마이 무라. 모자라면 더 달라고하고... 총각도 많이 무라. 이기 남자한테 최고인기라...."
"하하...아....네...."
몇번 젓가락질을 시도하다 말기를 반복하는 건욱, 하지만 다연은 쌈까지 싸가며 건욱의 눈앞에서 맛있게 입속에
집어넣는다.
"안먹어요? 맛있는데"
"이런말 들어봤어요. 맛있게 먹는 누군가의 모습만 봐도 배부르단말"
"그거 엄마들이 아이들 밥먹을때 하는소리잖아요. 설마...다음말은 안들을거니까 하지 마요. 하지마요. 절대..."
"내가 무슨말할줄 알고 귀까지 막아요? 사람 무안하게...아무말 안할테니까 먹어요. 자...이것도 먹고 요것도먹고
다먹어요. 아이구...잘먹는다. "
"정말 버릇없는거알아요. 능글맞고..."
"그래서, 제가 연상한테 좀 먹혀요. 난 별로 관심도 없는데 여자들이 또 날 그렇게 좋아하고...
봤잖아요. 처음에 저 막좋다고 쫓아다니고 했던 여자있었던거"
"그랬었나? 난 처음에 차건욱씨 여자등쳐먹은 제비인줄 알았어요. 아무리 급해도 여자탈의실까지
들어오는 남자는 흔치 않으니까"
풉.... 다연의 말에 마시던 물을 뿜어 내고마는 건욱, 다연이 음식에 물이 튀자 미간에 갈지자를 쓰며 그를 쏘아본다.
"미안... 더 시켜줘요? 저기 할머니..."
"됐어요. 이거면 되요. 대신 여기 튄거 그쪽이 다 먹어요"
"네...."
건욱앞으로 꼼장어를 밀어주는 다연, 건욱이 울며겨자먹기로 꼼장어를 입에 넣어 씹지도 않고 삼킨다
"안씹어요?"
"맛있어서 녹여먹으려구요...켁...."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는 건욱의 모습이 마냥 아이만 같아서 다연은 이시간이 좀더 이어지길 맘속으로
바래본다. 이 사람과 함께인 이순간만큼은 적어도 아주 잠시만은 이다연 자신의 본모습으로
그를 대할수 있으니까....
첫댓글 흘러가는 마음을 어쩌겠나 이런생각이 들어요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잘읽었습니다
이토록 간절하고 자기맘에 충실한 남자가 또 있을까 싶네요. 건욱이 같은 남자가 이상형인데 되지도 않을 울신랑을 보면 그저 내탓이요 하며 가슴만 내리칠 뿐입니다. ㅠㅠ 굿밤되시구요. 낼도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래봅니다.
@THEJUN ㅋㅋ ㅋ 나름 장점 또한 많을거예요 ㅎㅎ 신랑에게 바람던 모습을 남주에게? ㅎㅎ
@맑은언어 장점.... 그냥남자고, 애들아빠고 점점 머리숱이 빠지고 있는 중년의 남자? 이러니 제가... 남주에게 홀릭을 하지 않을수가 없지요... 그냥 내복이 이정도인가 보다....하고 삽니다. 제가...ㅠㅠ
두사람이 잘되었음 하면서도 지훈이도 걸리는 마음...넘 재미나게 잘 보구 있어요~^^
새롭게 찾아온 사랑도... 현재의 남편도... 쉽게 결정할수 없으니 더욱 못난 사랑이 아닌가 싶네요. 에궁... 비타민같은 댓글이 필요한때 단비같은 댓글을 주시니 그저 황송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죠.
때론, 친절이 독이 되어 모두를 망칠수 있죠.
아닌건 아닐때 딱 잘라야 하는데...
감정이란 놈이 뭉기적 거리다 보니 모두가 다치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