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3년 만에 의무에서 자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0개국은 실내외 마스크를 모두 벗었다. 이들 나라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내 몸은 내 것’이라는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다.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기 어려운 문화다. 마스크를 쓰고 나가면 되레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아픈 사람으로 여긴다. 나머지 18개국은 집단 감염 우려가 큰 곳에 국한해서 쓴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감소와 의료대응 역량 등을 따져보고 유행의 정점이 지났다고 판단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달 설 연휴 이후로 예상된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꼭 3년 만이다. 마스크 수급 대란이 진정되던 그해 10월부터는 전국적으로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됐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석 달 전 해제됐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보기 어렵다. 반면 옹기종기 모여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먹을 때만 벗도록 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사실상 마스크 규제가 유명무실해졌단 얘기다. 마스크 착용의 비용이 효과를 상쇄한다는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언어와 사회성 발달이 지연되고 면역력을 기를 기회를 빼앗긴다.
▷한국 일본 대만 등은 마스크 착용으로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선방했다. 마스크를 쓰라는 집단적 압력이 강한 한국, ‘가오판쓰(顔パンツ·얼굴팬티)’라 부르며 마스크를 벗기 싫어하는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선 마스크 수용도가 높았다. 덕분에 바이러스가 델타로, 오미크론으로 변이를 거듭하며 치명률이 낮아질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 그사이 백신도 개발돼 접종이 시작됐다. 마스크 의무화가 늦었던 미국 유럽 등은 팬데믹 초기 치명률이 높았다. 2020년, 2021년 미국의 사망 원인 3위는 코로나19였다. 앓을 만큼 앓고 집단면역이 형성된 셈인데 안타까운 희생이 많았다.
▷마스크를 벗은 나라들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치솟는 경험을 했다. 백신 접종률과 항바이러스제 처방률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중국의 환자 폭증도 부담스러운 변수다. 마스크를 벗으면 사회·경제적 약자, 건강 취약계층부터 피해를 본다는 우려도 있다. 다행히도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더라도 10명 중 2명만 마스크를 즉각 벗겠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를 지혜롭게 헤쳐온 국민을 믿고 자율에 맡길 때도 됐다.
우경임 논설위원